[풋볼리스트=파주] 김정용 기자= 3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이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은 한국의 운명이 걸린 경기다. 신 감독의 운명 역시 걸려 있다.

이란은 이미 6승 2무로 조 1위를 확정했다. 여유만만한 상태로 한국을 찾는다. 조 2위 한국은 4승 1무 3패로 승점 13점이다. 지금 순위만 유지하면 월드컵 본선에 직행할 수 있지만, 조 3위 우즈베키스탄이 승점 1점차로 추격하고 있어 남은 두 경기가 중요하다. 이란전 다음 경기는 6일(한국시간) 열리는 우즈베키스탄 원정이다. 이란전을 잡으면 우즈벡 원정은 여유 있다. 반면 이란전에서 패배하면 우즈벡 원정이 마지막 기회로 남는다.

이란은 한국이 최근 4경기에서 모두 진 팀이다. ‘2011 호주아시안컵’에서 1-0으로 승리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이후 4차례 대결에서 모두 0-1로 졌다. 이란이 한 골 차 승부에 더 강하다. 이란의 팀 컬러는 최근 극대화돼서, 최종예선 8경기 동안 8득점 0실점을 기록했다.

신 감독은 이란전을 일찌감치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지난 7월 초 대표팀 사령탑이 됐다. 이란, 우즈벡전을 넘어야 스스로 월드컵 본선을 경험할 수 있으니만큼 다른 누구보다 신 감독 본인에게 중요한 2연전이다. “선임된 후로 이란과 우즈벡의 영상을 계속 보며 대비책을 세웠고, 준비해야 할 것들을 코칭 스태프와 공유해 왔다. 어떻게 상대를 무기력하게 만들지 생각해 왔다.”

분석해 온 내용은 아직 선수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21일 소집됐고, 22일 첫 비디오 미팅에서 신 감독이 원하는 전술과 플레이스타일을 습득했다. 23일은 미팅 없이 휴식을 취했다.

24일이나 25일 즈음에 이란을 처음 거론한다는 것이 신 감독의 계획이다. 신 감독은 “분석 내용을 한 번에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건 아니다. 조금씩 이야기할 거다. 내일이나 모레쯤을 생각하고 있는데 타이밍을 볼 것”이라며 이란 분석의 타이밍은 상황에 따라 바꿀 거라고 말했다.

이란이 최종예선에서 치른 8경기, 그 즈음 치른 친선경기들이 분석의 소스다. 이란이 최종예선 전체를 무실점으로 넘겼기 때문에 실점 패턴을 찾아볼 순 없었다. 지난해 10월 한국과의 평가전에서도 이란은 무실점을 유지했다. 신 감독이 가진 경기 영상 중엔 올해 6월 열린 몬테네그로 원정 친선 경기에 실점 장면이 담겨 있다. 당시 이란이 2-1로 승리했다.

실점 상황 대신 이란 수비가 위기에 빠지는 패턴을 찾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신 감독은 “이란은 몬테네그로전 말고는 실점이 거의 없지만, 대신 실점에 근접한 상황은 있었다. 이란 수비가 위기에 빠진 상황들을 찾아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신 감독이 보는 이란은 ‘중동인 듯 중동 아닌’ 팀이다. 먼저 인종 측면에서는 흔히 중동이라고 분류하는 아랍인이 아니라 페르시아인이라는 점에서 엄연히 다르다. “일반 팬들은 이란을 중동이라 생각하지만 내 머릿속엔 아니다. 페르시아인 특유의 힘과 스피드는 유럽에 더 가깝다.” 그러나 축구 문화, 특히 침대축구는 중동의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 “선제골을 주면 안 된다. 중동은 기본적으로 침대축구를 한다. 침대축구는 상대방 심리를 불안하게 한다. 거기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이란은 물러나 버티며 매 경기 무실점을 기본으로 하고, 세트 피스와 속공 등 단순하지만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으로 한두 골을 넣어 이기는 팀이다. 한국은 최근 대결에서 무의미하게 공을 돌리다 속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신 감독은 “참아야 한다”고 말했다. 골을 넣겠다고 무리해서 전진하면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란은 한국전의 실리가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26일 조기 입국한다. 경기를 닷새 앞두고 온다는 건 현지 적응에 큰 비중을 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으로선 이란이 최선을 다할 수록 부담스럽다. 그러나 신 감독은 “일찍 오는 건 그 나라가 알아서 하는 것 아니겠느냐. 물론 우릴 이기기 위해 올 거다”라며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진= 김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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