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엘라스베로나는 오른발잡이 윙어가 필요하다. 이탈리아세리에A 개막전에서 보여준 공격 조합은 이승우를 노리는 이유를 잘 보여줬다.

베로나는 2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베로나에 위치한 홈 구장 스타디오 마르크안토니오 벤테고디에서 2017/2018 세리에A 1라운드를 가졌다. 승격 첫 경기에서 강호 나폴리를 만난 베로나는 1-3으로 패배했다. 자책골을 시작으로 세 골을 내리 허용한 뒤 후반 38분 잠파올로 파치니의 페널티킥 골 하나를 만회하는데 그쳤다.

베로나 선발 포메이션은 4-3-3이었다. 최전방 공격수로 다니엘 베사가 배치됐다. 왼쪽에 AS로마에서 임대된 유망주 다니엘레 베르데가 배치됐다. 오른쪽을 맡은 알레시오 체르치는 한때 정상급 윙어로 각광받았으나 침체기를 겪은 뒤 베로나에서 부활을 꿈꾸는 선수다.

후반 9분 미드필더 마티아 차카니를 빼고 주로 왼쪽에서 활약하는 모하메드 파레스를 투입해 전술을 바꿨다. 동시에 베르데가 오른쪽 미드필더로 이동했고, 알레시오 체르치는 중앙 공격수로 갔다. 베사와 체르치가 투톱처럼 배치됐다. 포메이션이 4-3-3에서 4-4-2로 바뀌었다. 후반 27분 체르치가 빠지고 전문 공격수 잠파올로 파치니가 투입됐다.

이승우의 역할은 이날 선발 멤버 중 베르데와 가장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베르데가 왼발잡이라는 건 다르지만, 왼쪽 윙어 포지션은 같다. 베르데는 중앙으로 파고들며 슛, 패스를 노렸다. 슛을 3개 날리고 종종 드리블 돌파에 성공하며 나름대로 활발한 플레이를 했다.

후반전처럼 베로나가 4-4-2를 쓸 경우, 이승우는 중앙 공격수가 가장 잘 어울린다. 베로나는 투톱으로 베사와 체르치를 유지하다가 나중에 베사, 파치니로 바꿨다. 둘 중 베사는 원래 중앙 미드필더에 가까운 선수다. 지난 시즌 세리에B에서 8골을 넣으며 쏠쏠한 득점을 올리긴 했지만 전문 공격수는 아니다. 베사는 173cm에 불과하지만 스피드가 빠르고 역동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동점골을 이끌어낸 것이 베사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였다. 후방에서 넘어온 롱 패스를 받기 위해 베사가 수비수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나폴리 수비수 엘사이드 히사이가 베사를 잡아채 페널티킥을 내주며 퇴장 당했다.

베사의 섀도 스트라이커 역할은 임시방편에 가까웠다. 팀내에서 가장 많은 4개의 키 패스를 기록했지만, 수비수들 사이에서 공을 잃어버린 횟수와 불안한 터치 횟수도 총 7회로 팀내 최다였다.

경기 후 베로나 공격 전술 중 화제를 모은 건 파치니를 선발에서 제외한 결정이었다. 파치니는 이탈리아 대표 출신 스타 공격수다. 지난 시즌 세리에B 득점왕을 차지하며 승격을 이끌었다. 후반에 투입돼 페널티킥 득점을 넣은 파치니는 트레이드마크인 ‘내 골 잘 봤지’ 세리머니를 하면서 벤치의 페치아 감독을 바라봤다. 짧은 출장시간에 화가 난 듯 공을 집어던지는 동작도 눈길을 끌었다. 페치아 감독은 “파치니는 화가 났다. 그건 좋은 일이다”라며 선수의 투지를 이끌어낸 것이지 반목이 있는 건 아니라고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았다.

장차 파치니는 선발 라인업에서 한 자리를 차지할 선수다. 파치니를 제외한 건 아직 조직력이 올라오지 않아서였다고 했다. “논리적인 결정이었다. 우리 팀이 아직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에, 속도가 빠른 선수들이 필요했다.” 베르데, 베사, 체르치를 모두 투입하고 역습 위주로 축구해야 했던 이유였다.

이승우가 베로나에 합류할 경우 베르데, 체르치와 주전 경쟁을 해야 한다. 공수 균형을 갖춘 측면 미드필더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상대를 흔들고 골까지 노리는 윙어라는 점에서 세 선수는 공통점이 있다.

베로나는 오른발잡이가 필요하다. 베르데와 체르치는 모두 왼발잡이다. 이승우는 한국 청소년 대표팀에서 좋은 활약을 할때 왼쪽과 중앙으로 오가며 오른발로 경기를 풀고 득점을 노렸다. 베로나에 입단했다가 돌연 은퇴를 선언한 ‘기인’ 안토니오 카사노 역시 오른발잡이였다. 오른발잡이 2선 자원이라는 점에서 이승우와 조건이 맞는다. 4-3-3에서 왼쪽 윙어, 4-2-3-1이나 4-4-2에서 섀도 스트라이커도 소화할 수 있다.

속공 위주로 공격해야 하는 약팀의 상황도 이승우에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승우는 상대 수비가 정비되지 않았을 때 빠른 공격을 전개하는 것이 특기다. 나폴리전에서 베로나의 표면적 기록은 대패지만, 슈팅 횟수는 12대 22로 비교적 선전했다. 대부분 빠른 공격으로 만든 슈팅이었다. 이승우가 좋아하는 상황이다.

이승우는 이적료가 들지 않고, 연봉도 저렴하다. 넉넉지못한 베로나 사정에도 이승우 한 명을 더 추가하는 건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프로 경험이 없다는 불안 요소가 있지만, 경제적으로 위험부담이 없다는 장점도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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