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이동국은 신태용 신임 국가대표팀 감독의 ‘변속기어’가 될 수 있는 선수다. 이동국이 후반에 투입되면 팀 공격에 탄력이 붙는 현상을 전북현대에서 많이 보여줬다. 전북의 이동국을 분석하면 대표팀에서의 활용법도 짐작할 수 있다.

이동국은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일정을 치르는 국가대표팀 26명 명단에 포함됐다. 한국은 31일에 이란과 홈에서, 9월 6일에 우즈베키스탄과 원정에서 경기를 갖는다. 아슬아슬하게 조 2위를 지키고 있는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의 추격을 뿌리쳐야 월드컵 본선에 직행할 수 있다. 신 감독에겐 평가전 기회도 없다. 위기 상황이다.

최전방 공격수를 소화할 수 있는 선수는 이동국, 김신욱, 이근호, 황희찬, 손흥민이다. 38세 이동국의 대표팀 복귀가 화제다. A매치 103경기에서 33골을 터뜨린 베테랑 공격수지만 마지막 대표팀 출장 이후 약 2년 10개월이 지났다.

이동국의 현재 상황과 활약상을 고려하면 경기 중 맡을 역할은 ‘슈퍼 서브’가 유력하다. 신 감독은 “선발이든 조커든 90분 한 경기는 해줄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동국은 올해 한 번도 풀타임을 뛴 적이 없다. 마지막 풀타임을 소화한 공식전은 무려 10개월 전이다. 35세 노장으로서 2002년 한국의 선발 공격수로 뛰었던 황선홍 FC서울 감독도 “동국이를 90분 내내 뛰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이동국은 전북과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답게 선발 출장이 익숙한 채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지난 시즌부터는 교체돼 들어갔을 때도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경기 흐름을 빠르게 읽고 자신에게 요구되는 플레이를 하는 노련미가 비결이었다. 두 팀 모두 포메이션이 헝클어지고 각 선수의 임기응변이 중요해지는 시간대가 되면 이동국의 판단력이 빛을 발한다.

특히 지난해 전북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우승 과정에서 이동국의 조커 능력이 핵심 역할을 했다. 이동국은 5경기에서 교체 투입됐는데, 단 130분에 불과한 시간 동안 3골 1도움을 기록했다. 선발 출장한 경기에선 오히려 총 605분 동안 2골에 그쳤다. 팀 전체 득점도 이동국이 투입되면 크게 증가했다. 전북은 지난 시즌 ACL에서 경기당 2.07골(14경기 29골)을 기록했다. 이동국이 교체로 들어간 시간 동안 전북은 8골을 쏟아부었고, 3골만 허용하며 크게 이득을 봤다.

구체적인 경기력으로 말할 수 있는 대표적인 경기가 작년 ACL 결승 1차전이었다. 홈으로 알아인을 불러들인 전북은 경기력부터 밀리며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고 있었다. 후반 20분 미드필더 김보경 대신 이동국이 투입돼 김신욱과 투톱을 이루자 경기 양상이 급변했다. 이동국은 들어간지 5분 만에 레오나르도에게 깔끔한 패스를 내줘 동점골을 어시스트했다. 이어 이동국의 크로스를 김신욱이 받다가 얻어낸 페널티킥으로 역전했다. 두 골 모두 이동국이 기점이었다.

이동국이 조커로서 위력적인 이유는 투톱에서 다양한 파트너와 호흡을 맞출 때 필요한 노련미가 있기 때문이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신태용 감독과 마찬가지로 원톱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상할 때가 많다. 그러다 공격을 강화해야 할 때가 되면 기존 원톱을 남겨두고 한 명을 추가로 투입해 투톱을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동국은 최전방에만 머물러 있는 득점 전문가가 아니라, 2선을 폭넓게 돌아다니며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까지 겸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 선수로 성장했다. 지난 7월 FC서울 원정에서 승리할 때도 수비 전술상으로는 이동국이 최전방이고 김신욱이 그 아래를 받쳤지만, 공격할 땐 이동국도 2선으로 자주 이동하며 공을 순환시키는 플레이를 했다. 이동국은 이날 득점을 올렸을 뿐 아니라 이재성의 선제골에 앞선 기점 플레이도 했다. 이때 이동국의 패스는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였다. 활동폭이 얼마나 넓어졌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었다.

신 감독도 이동국을 선발하며 득점력만 강조하지 않았다. 팀 공격력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판단력과 노련미에 기대를 건다는 걸 암시하는 대목이 있었다. “골을 못 넣더라도 공격포인트가 가능한 선수”라는 언급이 대표적이다. “경기장에서도 순간순간 보여주는 슈팅 타이밍이나 뒤에서 찔러주는 패스는 최고의 클래스”라며 패스 능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래 임무는 공격수인 만큼 최전방에서도 득점을 노리면서, 상황에 따라 매끄러운 패스 전개까지 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이동국의 특징이다. 대표팀 동료 김신욱, 이근호와 호흡을 맞춰본 적 있어 두 선수를 살리는 플레이가 더 편할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이동국은 한동안 ‘최전방에서 공을 받아 플레이하는 게으른 선수’라는 선입견의 대상이었다. 국가대표 복귀전에서 본연의 노련미를 보여줄 수 있다면, 자신에 대한 대중의 오해도 씻어버릴 수 있다. 지금 이동국은 경기 흐름을 읽고 누구 못지않게 영리하게 뛰는 선수로 발전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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