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K리그 여름 휴식기는 올스타전이라는 축제와 함께해 왔다. 지난해를 거르고 올해는 베트남에서 열린다. 예전보다 시들해진 올스타전, 유럽에서는 유사 사례가 없는 올스타전. ‘풋볼리스트’가 29일 베트남 U-22 대표팀과 K리그올스타의 대결을 앞두고 올스타전과 관련된 이슈를 한 자리에 모았다.

 

유럽 축구계에서 올스타전을 볼 기회는 드물다. 스페인라리가,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독일분데스리가, 이탈리아세리에A 모두 마찬가지다.

대신 축구계에서 올스타전 역할을 하는 건 다양한 자선 경기들이다. 최근 박지성이 참여한 마이클 캐릭 자선 경기가 한 예다. 2008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맨유 멤버들을 모은 ‘2008년 맨유팀’, 다른 스타들을 모은 ‘마이클 캐릭 올스타’로 두 팀이 구성됐다. 박지성은 맨유팀의 일원이었다. 캐릭 올스타에 미첼 살가도, 에릭 아비달, 가이즈카 멘디에타, 클라렌스 시도르프, 로비 킨, 마이클 오언, 제이미 캐러거, 존 테리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초청됐다.

자선 경기는 주로 선수의 이름을 빌어 열린다. 2015년 유니세프가 데이비드 베컴을 주최자 삼아 베컴의 영국 올스타, 지단의 세계 올스타가 맞붙는 대형 올스타전을 열었다. 2003년엔 루이스 피구 주최로 피구 재단 대 유니세프 올스타가 경기를 벌였다. 세계적인 자선 행사답게 실제 주관사는 유니세프인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홍명보 자선 경기'가 대표적이다.

한국 선수들도 자선 올스타전에 꾸준히 참가했다. 차범근은 1980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올스타전에 참가했다. 선수 시절 박창선이 1986년, 김주성이 1991년 참가했다. 홍명보는 1994년, 1995년, 1997년 등 여러 차례 초청 받았다. 하석주, 유상철 등도 세계 올스타에 이름을 올렸다. 2005년 쓰나미 구호 기금 마련 올스타전은 박지성, 차두리가 동시에 참가했고, 차두리가 1골 1도움을 올리며 ‘한국인 세계 올스타 1호골’을 터뜨리기도 했다.

은퇴식 역시 축구계의 올스타전으로 부를 만한 이벤트다. 스타 선수의 은퇴를 기념해 그 선수의 역대 소속팀 선수들이 소집되는 경우가 많다. 2006년 데니스 베르캄프의 은퇴를 기념해 아스널과 아약스가 만났다. 전반전은 두 팀의 현역 선수들, 후반전은 ‘레전드’들이 뛰었다. 베르캄프와 동시대에 활약한 스타들뿐 아니라 대선배 요한 크루이프(작고)까지 뛰는 대형 이벤트였다.

이뿐이다. 특정 리그 선수들이 모이는 정식 올스타전은 유럽 축구계에서 찾기 힘들다. 축구는 자생적으로, 자연스럽게 발생해 프로 스포츠로 발전한 종목이다. 미국 스포츠계처럼 협회나 연맹 주최로 일사분란하게 성적에 들어가지 않는 이벤트전을 갖는 문화는 없었다.

지난 2015년 유럽축구연맹(UEFA)이 정규 올스타전을 만들 거란 보도가 있었다. 일년에 한 번 유럽 최고 선수들이 참가하는 이벤트 경기를 열거란 보도였다. 북유럽 대 남유럽으로 팀이 편성되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가 한 팀에서 호흡을 맞추는 첫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충분한 기획이었다. 그러나 UEFA 측은 보도가 실제와 다르다고 반박했고, 유럽 올스타전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제 축구계는 올스타전을 갖고 싶어도 힘든 상황이 됐다. 축구는 일주일에 두 경기가 한계다. 스타 선수 대부분은 주말에 열리는 리그 경기 사이사이에 유럽 대항전, 컵 대회, A매치 등을 치르느라 빈틈 없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 국제적인 종목이 된지 오래인 축구는 한 나라에서 올스타전을 추진하고 싶어도 그럴 여유가 없는 상태다.

야구, 농구계의 올스타전은 국제 교류가 적고 비교적 폐쇄적인 종목 특성에서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야 일정을 마음대로 잡을 수 있고, ‘우리 리그에서 최고’라는 수식어가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미국프로농구(NBA)는 올스타 선정이 리그 베스트팀 선정처럼 큰 의미가 있고, 올스타전과 함께 ‘라이징 스타 챌린지’로 신인 선수들이 돋보일 기회도 준다. ‘스킬 챌린지’ ‘슬램 덩크 컨테스트’ ‘3점슛 컨테스트’ 등 각 분야별 대회도 큰 주목을 받고, 우승자가 세계적인 화제를 모으기도 한다. 3점슛 컨테스트 우승자는 곧 세계에서 가장 3점슛이 뛰어난 선수 중 한 명이다. 반면 축구 올스타전에서 하프타임에 열리는 캐넌슛 대회가 덩크 대회처럼 주목 받은 적은 없었다. 만약 EPL 올스타전이 열려 캐넌슛 대회 우승자가 나온다고 해도 세계 최고를 의미하진 않는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