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한국 선수들에게 막대한 연봉을 지급해 온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카타르 프로축구가 최근 흉흉한 분위기다. 명문 구단들의 통폐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변화는 UAE 1부인 아라비안걸프리그에서 일어났다. 알아흘리, 알샤밥, 두바이CSC가 지난 5월 13일(현지시간) 한 팀으로 통합됐다. 새 구단의 이름은 샤밥 알아흘리 두바이 FC가 됐다. 셋 중 가장 강호인 알아흘리를 중심으로 나머지 두 팀은 사실상 해체 후 일부 흡수되는 형태를 취했다.

최근 종료된 2016/2017시즌 알아흘리는 1부 3위, 알샤밥은 1부 8위, 두바이는 2부 2위를 차지했다. 모두 UAE에서 규모 있는 구단이고 특히 알아흘리는 전통의 명문으로서 2015/2016시즌 정규리그 우승, 2015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달성한 팀이다.

갑작스런 변화가 구단주의 분노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통폐합된 구단 중 일부에서 돈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고, 구단주가 이 점을 문제 삼아 여러 팀을 합쳐버렸다는 것이다. 통폐합된 세 구단은 모두 두바이에 연고지를 두고 있다. 구단주 이름이 다르더라도 같은 가문 소속이었다. 결국 한 가문에서 운영하던 세 개 구단을 하나로 줄이며 인건비를 아끼는 통폐합이 일어난 셈이다.

피해는 선수들에게 미친다. 한 중동 축구 관계자는 “구단의 일방적인 통폐합 때문에 선수들을 내보내는 것이기 때문에 잔여연봉 중 일부를 지급하는 등 보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구단 측은 팀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에 돈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선수들이 피해를 보는 꼴”이라고 이야기했다.

통폐합은 샤르자 지역에서도 일어났다. 지난 시즌 1부 9위였던 알샤르자와 2부 6위였던 알샵 역시 하나로 합쳐진다. 모두 샤르자 지역에 위치해 있고, 구단주가 이 지역을 통치하는 셰이크 술탄 빈 모하메드 알 카시미로 같았다. 역시 한 구단주가 운영하던 두 개 팀을 하나로 줄이는 조치였다.

카타르에서도 두 강호가 하나로 통폐합됐다. 남태희가 소속된 명문 레퀴야와 최근 강세를 보여 온 엘자이시가 한 팀으로 결합된다. 두 팀은 같은 홈 구장을 써 왔다. 통폐합은 레퀴야 중심으로 이뤄지며, 예정대로 마무리될 경우 알 두하일 스포츠 클럽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이번 사태로 직접 피해를 보는 한국 선수는 없다. 레퀴야의 남태희는 팀내 입지가 탄탄하고, 통폐합이 레퀴야 중심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엘자이시가 이근호, 알아흘리가 권경원, 알샤르자가 송진형의 전 소속팀이지만 지금은 모두 팀을 떠난 상태다.

다만 중동 진출을 노리는 한국 선수들에겐 구단 숫자의 축소 자체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8/2019시즌부터 아라비안걸프리그가 아시안 쿼터를 없애기로 했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크다. 통폐합의 배경이 일설대로 불안한 경영 상태 때문이라면 간접적인 여파가 한국 선수들에게 미칠 수도 있다. 특히 외국인 쿼터 축소로 인해 중국을 떠나려 하는 한국 대표급 수비수들의 경우, 일부가 중동으로 이적할 거라는 관측이 있었다. 중동의 불안한 사정은 이들의 이적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사진= 구 알아흘리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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