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수원] 한준 기자= 평가전부터 승승장구했다. 신태용 감독이 ‘자율’을 강조하며 이끈 대한민국 U-20 대표팀은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홈팀의 이점을 톡톡히 누렸다. 만원 관중의 응원 속에 화끈한 골을 넣었고, 전 관중이 호흡한 골 세리머니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기니전 3-0 완승에 이어 아르헨티나에 2-1 승리를 거두면서 일찌감치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목표인 4강을 넘어 우승도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까지 생겼다. 26일 저녁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잉글랜드와 A조 3차전은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백승호 이승우 등 핵심 선수 둘을 벤치에 두고 경기했지만, 내용면에서 확연한 열세를 보이며 0-1로 졌다. 조 1위로 16강에 오르겠다는 계획이 무산됐다.

잉글랜드전은 더 많은 골을 허용해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 일각에서는 선수단이 2연승으로 긴장감을 잃은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잉글랜드전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신태용 감독은 이런 시선을 일축했다.

“우리 팀이 훈련을 나갈 때 워낙 신나게 하고, 분위기가 좋다 보니, 선수들이 들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실질적으로 들어가서 보면, 감독 미팅 때나 선수들이 식사 후에 자체 미팅을 하는 등 안에서는 그렇게 들 떠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동할 때나 운동장에서 편하게 하니까 들떠 있지 않냐고 염려하시는 데, 선수들은 차분하게 경기를 준비하고,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신 감독은 “들떴 다기 보다는 오히려 선수들이 가라앉지 않을까 염려한다. 16강에 갔으니 괜찮다. 이제 한 경기 한 경기 결승이라 생각하고 북돋아줘야 한다”며 이번 패배로 질책하기 보다 선수들에게 더 자신감을 주고 잘 할 수 있도록 다독이겠다고 했다. 패배 자체가 선수들에겐 질책이고 교훈이다.

주장인 수비수 이상민은 “감독님이 우리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게, 후회 없는 경기했으니 고개 숙이지 말고 잘했다는 격려를 해주셨다. 16강을 잘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이상민은 대표팀이 그동안 좋은 분위기를 이어왔고, 이번 패배로 사기가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애초에 들뜨거나 오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져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 일단 우리가 경기장에서 하고자 했던 부분을 보여주지 못해서 아쉽다. 실점한 부분도 아쉽다. 경기를 졌으니 아쉬운 게 더 많다. 사기는 떨어지지 않았다. 다음 경기가 있다. 우리는 탈락한 게 아니라, 16강에 올랐다. 우리가 해던대로 즐겁게 다시 만들면 잘 할 수 있다.” 

신 감독은 부임 후 줄곧 자율 속의 규율을 강조했다. 훈련을 준비하는 과정은 웃음도 많고 즐겁지만, 일단 훈련이 시작되면 장난은 없다. 진지한 자세로 훈련하고, 때론 강한 호통도 나온다. 하지만 실수를 곧 잊고 보완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준다. 이런 분위기 속에 거둔 지난 성과는 선수들을 정신적으로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조별리그에서 만난 세 경기 다 강한 상대였다. 우리는 승리도 했고 패배도 했다. 보완할 부분도 많지만, 그런 강한 상대와 붙어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

이상민은 신 감독이 말한대로 선수들 끼리 갖는 자체 미팅을 통해서도 조별리그에서 드러난 숙제를 16강 경기날까지 보완하겠다고 했다. 문제가 드러난게 아니라 숙제가 드러난 것이다. “조별리그에서 나온 모든 부분을 종합해서 어떻게 상대를 이기고 제압할 수 있을지 만들겠다. 그러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잉글랜드전은 패배였다. 하지만 선수단은 좌절하지 않았다. 한국에 이긴 잉글랜드도 기니를 상대로 비기는 등 고전했다. 모든 팀이 대회를 치르며 좋은 순간과 나쁜 순간을 반복하며 성장하고 있다.  조별리그를 무패로 통과한 ‘FIFA U-17 월드컵 칠레 2015’는 주장 이상민에겐 좋은 교훈이다.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우리가 매 경기를 같은 마음가짐으로 준비하자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 오히려 오늘 경기에 지면서 다음 경기 준비를 더 철저하게, 강한 정신력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패배했을지언정 무릎 꿇지는 않는다. 한국은 5월 3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C조 2위팀과 16강전을 치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