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AC밀란은 지난 시즌 가장 실망스런 포지션이었던 최전방 공격을 적극적으로 개선했다. 공격수 세 명을 내보내고 검증된 스타 곤살로 이과인을 영입했다. 그러나 다른 포지션에는 큰 보강이 없었다. 이과인 영입을 통해 미드필드, 수비 문제까지 간접적으로 개선해야 팀 전력이 상승할 수 있다.

 

공격수 한 명만 업그레이드

밀란의 스쿼드는 지난 시즌보다 여러모로 개선됐다. 후보 골키퍼 페페 레이나가 영입됐다. 레프트백 디에고 락살트가 영입됐고, 루카 안토넬리가 떠났다. 라이트백 안드레아 콘티는 부상으로 지난 시즌을 모두 거른 뒤 복귀를 준비 중이다. 중앙 미드필더 로테이션 멤버로 마누엘 로카텔리 대신 티에무에 바카요코가 합류했다. 어느 정도 팀이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전력 보강은 아니었다. 특히 센터백 레오나르도 보누치와 마티아 칼다라를 맞교환한 건 실력과 장래성을 볼 때 딱히 이득도, 손해도 아닌 거래였다.

확실히 전력이 향상됐다고 말할 수 있는 포지션은 최전방뿐이다. 밀란은 곤살로 이과인을 영입하고 니콜라 칼리니치, 안드레 실바, 카를로스 바카를 모두 내보냈다. 전문 스트라이커를 이과인과 파트리크 쿠트로네 두 명으로 정리했다.

이과인은 두말 할 필요 없는 전력 상승 요인이다. 그러나 다른 포지션에 존재하는 빈틈이 메워졌다고는 볼 수 없다. 공격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이 지난 시즌과 큰 차이를 보이기 힘들다.

특히 미드필드는 전혀 보강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플레이메이커의 면모가 있는 선수가 여전히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다. 루카스 비글리아는 후방에서 적절한 수비와 공 배급을 할 수 있는 선수지만 후방 플레이메이커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프랑크 케시에, 자코모 보나벤투라에 새로 영입된 바카요코까지 중앙 미드필더들이 모두 공수 양면에서 열심히 뛰지만 전술 지능에 약점을 보이는 선수들이다. 결국 선수 영입이 아니라 전술을 개선해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측면은 지난 시즌 맹활약한 하칸 찰하노글루와 수소의 조합만으로도 강력한 편이지만, 딱히 전력을 높이지 못했다. 새로 영입된 윙어 사무 카스티예호는 기존에 오른쪽 주전이었던 수소와 비슷한 플레이스타일을 가졌다. 둘 다 스페인 출신 왼발잡이 오른쪽 윙어들이다. 딱히 업그레이드라고 볼 수 없는 영입이다. 두 선수의 미묘한 차이를 찾아내 공존시키지 않는다면 번갈아 출장하며 체력을 비축하는 정도의 의미에 불과한 영입이다.

 

희망적인 공격 조직력, 아쉬운 수비 조직력

밀란은 남부의 강호 나폴리, AS로마를 상대로 혹독한 두 경기를 치렀다. 경기 내용과 결과가 모두 반대였다. 두 경기 모두 점유율은 50% 안팎으로 팽팽했다. 밀란의 선발 라인업은 11명 중 10명이 동일했다. 그런데 나폴리와의 경기에서는 슈팅 횟수에서 8회 대 24회로 크게 압도당한 끝에 한 골차 패배를 당했다. 반면 로마와의 경기는 슈팅 횟수 26회 대 6회로 압도했고, 한 골차로 승리했다.

초반 두 경기에서 긍정적인 측면은 특정 플레이메이커 없이 다 같이 열심히 뛰는 밀란의 공격이 어느 정도 통했다는 것이다. 밀란은 두 강호를 상대로 4득점 4실점을 기록했는데, 4득점 모두 원터치 플레이를 통해 나왔다. 세 개는 낮고 빠른 크로스에서 나왔고, 하나는 스루 패스에서 비롯됐다. 팀 플레이를 통한 공격이 잘 이뤄졌다는 건 고무적이다.

팀 전체가 유기적으로 돌아갈 경우 보나벤투라, 케시에, 바카요코의 경기력은 크게 향상될 수 있다. 세 선수 모두 공을 오래 잡고 길게 생각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잘못된 결론을 내리곤 하지만, 활동량과 다재다능함은 갖춘 선수들이다.

기술과 힘을 겸비한 이과인은 결정력뿐 아니라 중앙에서의 패스워크에도 기여할 수 있는 선수다. 이과인은 전성기에 비해 체중이 불어나면서 측면으로 침투하는 옛 장점은 희미해졌지만, 대신 상대의 견제를 몸으로 견디며 공을 키핑하는 플레이의 비중이 늘어났다. 초반 두 경기에서 벌써 보여준 플레이다. 여기에 절묘한 스루 패스도 보여줬다.

반면 수비는 다소 불안했다. 특히 측면도 중앙도 아닌 그 사이 공간, 즉 ‘하프 스페이스’에서 상대 테크니션이 활동할 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밀란의 세 미드필더는 수비할 때 공간을 적절하게 배분하기 힘들어했다. 게다가 2016/2017시즌 압도적인 선방 능력을 보여줬던 잔루이지 돈나룸마 골키퍼가 지난 시즌에는 다소 부진했는데, 이번 시즌 역시 그다지 대단한 모습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라이트백 주전감인 안드레아 콘티, 센터백 주전감인 마티아 칼다라가 곧 선발로 기용될 거라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레오나르두와 말디니, 어쩌면 선수보다 중요한 보강

밀란은 '레전드' 두 명을 복귀시키며 경영진을 강화했다. 레오나르두 단장과 파올로 말디니 디렉터는 선수 시절부터 밀란을 대표하는 스타였다. 레오나르두 단장은 밀란 감독까지 역임한 뒤 파리생제르맹(PSG) 단장 등 경영자로 변신해 합리적인 노선과 훌륭한 수완을 보여줬다. 말디니는 밀란을 넘어 세계 스포츠사에서 가장 돋보이는 '원 클럽 맨' 중 한 명이다. 레오나르두를 보좌해 선수 영입 업무를 담당한다.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에 따라 이적료 지출이 제한돼 있는 밀란으로선 합리적인 소비가 중요하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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