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의 부임과 함께 한국 축구국가대표팀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기성용의 팔에 있던 주장완장도 손흥민에게 넘어갔다.

손흥민은 7일 고양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경기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나섰다. 주장으로 나서 벤투 감독의 한국 감독 데뷔전 첫 승을 이끌었다.

한국 A대표팀의 주장 완장은 기성용의 몫이었다. 2014년부터 4년간 기성용이 주장으로 팀의 중심을 잡아왔다. 코스타리카 경기에도 기성용은 선발 출전했다. 그럼에도 기성용이 아닌 손흥민이 주장 완장을 찼다는 건 팀의 중심이 서서히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손흥민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주장을 맡으며 뛰어난 활약과 팀을 위한 헌신 등을 보여줬지만 당장 A대표팀 주장으로 선임될 것이라는 예상을 하긴 쉽지 않았다. 벤투 감독이 기성용과 구자철의 필요성을 언급한 데다, 김영권, 이용, 정우영, 장현수 등 손흥민보다 선배인 선수들이 아직 대표팀에는 많기 때문이다.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벤투 감독은 손흥민이 주장을 맡게 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주장을 결정하는 것은 팀 내부적인 일이라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으나 선수들과 충분히 논의했다”라고 이야기한 것이 전부였다.

손흥민이 주장이 된 건 전 주장 기성용의 요청 때문이었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을 만난 기성용은 자신이 주장 완장 반납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주장완장을 내려놔)홀가분하다”라며 “감독님께 흥민이에게 주장을 맡겨야 하는 게 맞다고 이야기했다. 주장으로 내 일은 다했다”라고 말했다.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했다. 앞으로 4년을 내다보면 흥민이가 하는 것이 맞다. 주장은 나라를 대표하는 영향력 있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기성용은 세대교체를 언급하기도 했다. 런던 올림픽 세대로 대표되는 기성용과 구자철의 은퇴설은 월드컵 때부터 자주 언급되면 사안이다. 손흥민, 이재성 등이 대표팀에 새로운 주축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기성용은 “젊은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잘 이어지고 있다. 필요하면 대표팀도 떠날 수 있다. 10년 동안 항상 중심에 있었는데 이제 다른 세대들이 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당장 은퇴를 선언한 건 아니다. 벤투 감독은 기성용의 은퇴와 관련된 질문에 “기성용은 대표팀을 위해 계속 뛸 것”이라고 답했다. 기성용은 영국과 한국을 오가는 것이 부담이 돼 월드컵 전부터 은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감독님께도 말씀 드렸다. 감독님께서 같이 가자고 했고 팀이 필요로 한다면 아시안컵까지는 함께 하는 게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는 태극마크를 단 기성용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기성용이 주장 완장을 내려놨다고 해서 팀 내 영향력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주장완장을 넘겨 받은 손흥민은 “완장은 내가 찼지만 나에게는 성용이형이 계속 이 팀의 리더”라고 말했다. 주장으로 경기를 소화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주장으로 처음 나갔지만, 나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리더(기성용)가 옆에 있었다”라고 답했다.

손흥민은 앞으로도 대표팀 주장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기성용이 은퇴하기 전까지는 손흥민이 캡틴을 맡고, 기성용이 팀의 리더 역할을 하는 모습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재성은 주장 손흥민을 “아시안게임에서 어린 친구들을 이끌며 성숙해진 것 같다. 팀을 이끌 덕목을 갖췄다. 항상 겸손하고 팀에 활력을 불어 넣는 선수기 때문에 좋은 주장이 될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이재성의 말처럼 손흥민은 주장이 될 자격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아직 팀에서 어린 편이고 본인 스스로도 “주위에 좋은 리더십을 보이는 형들이 많다”라고 이야기한다. 리더 기성용을 비롯한 형들이 적어도 아시안컵까지는 손흥민이 주장으로 성장하는 길에 동행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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