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만드는 결과보다 그가 보여주는 방향성이 더 중요한 시기다.

 

벤투 감독은 데뷔전이었던 7일 코스타리카 친선전을 2-0으로 이끌었다. 기존 뼈대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포메이션을 4-2-3-1로 바꾸었고 빠르고 강력한 축구로 코스타리카를 압도했다. 코스타리카 로날드 곤살레스 감독대행도 “"한국은 다이내믹하고 강력했다. 스피드를 따라잡는데 애를 먹었다”라고 인정했을 정도다.

 

결과가 좋아 큰 기대가 쏟아지고 있지만, 결과 자체보다는 방향성을 봐야 한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고, 첫 경기에서 완벽한 색깔을 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부임한지 2주 정도밖에 안된 감독에게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성적이 아닌 방향이다. 이번 2연전에서는 벤투 감독이 중요하게 여겼던 요소들이 나오는지 지켜봐야 한다.

 

벤투 감독은 기존 골격을 유지하면서 자신이 바라는 색깔을 내겠다고 했다. 신중을 기하면서도 한국이 자신이 맞붙었던 ‘2002 한일 월드컵’ 때보다 압박과 강도가 조금 떨어졌었다고 말했다. 훈련을 통해서 강도를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그리고 공을 소유하면서 빠르게 전환하는 축구를 하겠다고 했다.

 

코스타리카 경기에서는 이 두 가지가 제대로 나왔다. 한국은 코스타리카를 압박하면서 경기를 지배했고, 빠른 전환으로 기회를 만들었다. 공수 모두 강도도 높았다고 볼 수 있다. 분위기를 잡은 한국은 장점인 빠른 스피드로 상대를 공략할 수 있었다. 코스타리카는 한국의 속도와 강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11일에 수원에서 하는 칠레 경기에서도 이 방향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칠레는 코스타리카보다 강팀이고 주축 선수를 거의 다 데려왔다. 게다가 칠레는 공을 점유하고 짧은 패스로 빠르게 공격하는 팀이다. 벤투가 이끄는 한국이 칠레와 경기에서도 이런 강도와 속도를 보일 수 있다면 벤투 첫 걸음이 좋았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벤투 1차 목표는 친선전 승리가 아니라 자신의 색깔을 한국에 덧입혀 2019년 1월에 하는 ‘2019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는 것이다. 선수를 점검하며 전술도 실험해야 한다. 결과보다는 어떤 길을 가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결과에 대한 빠른 열광과 분노를 하기보다는 내용과 지향점에 더 관심을 가질 때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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