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 축구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합류한 세리에A, 이승우가 현재 소속된 세리에B 등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세리에A 첫 골을 터뜨렸다. 16일(한국시간) 유벤투스의 홈 구장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8/2019시즌 4라운드에서 유벤투스는 호날두의 2골로 사수올로를 2-1로 꺾었다. 호날두는 후반 5분 이탈리아 무대 데뷔골, 후반 20분 추가골까지 터뜨렸다. 특유의 위풍당당한 골 세리머니가 두 번 나왔다.

데뷔골은 운이 따랐다. 코너킥을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오버헤드킥 슛으로 연결했다. 잔마르코 페라리가 가만히 둬도 되는 공에 굳이 머리를 댔다가 자책골을 넣을 뻔했고, 문전에 흐른 공을 호날두가 냉큼 밀어 넣었다.

추가골은 좀 더 호날두다운 상황이었다. 유벤투스가 순식간에 속공을 전개했다. 엠레 찬이 공을 끌고 올라간 다음 가장 좋은 위치로 침투하는 호날두에게 밀어줬고, 호날두가 빠른 타이밍에 골대 구석으로 가는 왼발 땅볼 슛을 성공시켰다.

호날두는 그 외에도 꾸준히 득점을 노려 이날만 슈팅 9회를 기록했다. 유벤투스 전체 슈팅의 절반을 혼자 날렸다. 호날두 다음으로 많은 슛을 시도한 선수는 중거리 슛을 즐기는 미드필더 엠레 찬이었다. 공격 파트너 마리오 만주키치, 파울로 디발라는 각각 단 한 번만 슛을 노렸다. 이 기록은 공격진의 모든 구성이 호날두에게 맞춰져 있었다는 걸 보여준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이날도 호날두 활용에 대한 실험을 단행했다. 지난 네 경기 동안 호날두를 중심으로 한 전술 실험은 크게 다섯 차례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1라운드 전반전 : 4-2-3-1, 호날두는 최전방

1라운드 후반전 : 4-2-3-1, 호날두는 왼쪽 윙어

2라운드 : 4-3-3, 호날두는 왼쪽 윙어

3라운드 : 4-3-3, 호날두는 왼쪽 윙어

4라운드 전반전 : 4-3-1-2, 호날두는 투톱(파트너는 만주키치)

4라운드 후반전 : 4-4-2, 호날두는 투톱(파트너는 디발라)

 

이번엔 호날두를 투톱으로 배치한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호날두와 공존하기 힘들다는 소리를 들어 온 ‘제2의 메시’ 디발라를 기용하되, 일종의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겼다. 4-3-1-2에 가까운 전형이었다. 투톱 중 만주키치는 궂은일을 하고 호날두가 골을 노렸다.

디발라는 특유의 천재적인 감각을 아예 접어두고 평범한 미드필더처럼 성실하게 뛰었다. 이날 디발라의 단독 드리블 등 좋아하는 플레이가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하이라이트를 보면 부진한 경기였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디발라는 패스 성공률 91%를 기록했고 백 패스, 횡 패스만큼 많은 전진 패스를 통해 동료들의 공격 작업을 성실하게 도왔다.

그러나 수비적인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었다. 전방에 디발라, 호날두, 만주키치가 배치되면서 수비 가담 능력이 떨어졌다. 만주키치가 성실하게 전방 압박을 시도했지만, 세 명 중 아예 후방으로 내려가며 수비 진형에 가담하는 선수가 불분명했다. 알레그리 감독답지 않게 수비수 4명, 미드필더 3명만으로 수비진을 짠 꼴이었다. 대신 알레그리 감독은 주전 플레이메이커 미랄렘 퍄니치를 벤치에 남겨두고 블래즈 마튀디, 찬, 자미 케디라 등 수비력을 갖춘 선수 세 명을 동시에 기용해 문제를 상쇄해보려 했다. 후방에서 시작되는 공격 전개는 수비수 보누치가 특유의 중장거리 패스로 어느 정도 보완했다.

후반전에는 만주키치 대신 측면 전문 요원 더글라스 코스타가 투입되면서 전형이 4-4-2에 가깝게 변했다. 이때부터 공격의 중심은 오른쪽 미드필더 코스타였다. 코스타는 좋은 경기력으로 사수올로를 계속 골탕먹였지만 경기 막판 상대 선수에게 침을 뱉는 비신사적 행위로 퇴장 당했다.

호날두를 중심으로 한 투톱 실험이 딱히 성공했다고 보긴 힘들다. 전반전에 호날두의 파트너였던 만주키치, 후반전에 호날두의 파트너였던 디발라 중 절묘하게 호흡을 맞췄다고 볼 수 있는 선수는 없었다. 모두 호날두를 위해 희생하기 급급했고, 시너지 효과는 나지 않았다. 풀타임을 뛴 호날두와 디발라가 주고받은 패스는 총 4회에 불과했다. 경기 초반에는 노골적으로 호날두 중심의 슈팅 기회를 만들려는 모습이 보였다.

알레그리 감독은 미드필더 네 명을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배치하는 4-3-1-2 포메이션을 여러 팀에서 시도했다. 그중 역습 위주로 공격했던 중위권 팀 칼리아리를 제외하면, AC밀란과 유벤투스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수비력까지 갖춘 선수를 선호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밀란에서는 케빈프린스 보아텡, 유벤투스에서는 아르투로 비달을 이 자리에 기용해 에너지까지 불어넣을 수 있도록 했다. 이들과 달리 디발라는 활동량이나 전투적인 성향을 갖춘 선수는 아니다.

유벤투스는 여전히 퍼즐 맞추기 중이다. 성적 면에서는 유일하게 4전 전승을 거둔 팀인데다 호날두의 득점포까지 터지며 흠 잡을 데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아직 전술은 정리되지 않았다. 전술 실험 중인 기간에도 승점을 잘 따내는 알레그리 감독의 장기가 발휘되는 중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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