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김신욱은 신태용 감독 부임 이래 한국 남자축구국가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공격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장 안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이 낮아지고 있다.

한국은 7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의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0-0으로 비겼다. 주전을 제외하고 나선 볼리비아를 상대로 경기 내내 주도권을 쥐었지만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며 승리에 실패했다.

신태용 감독은 볼리비아를 상대로 새로운 공격 조합을 실험했다. 양쪽 측면에는 이승우와 문선민을 선발로 투입했고,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시켰다. 대신 김신욱이 황희찬과 함께 투톱으로 나섰다.

김신욱은 신 감독 부임 이후 가장 많은 골을 넣은 공격수다. 모두 7골을 넣었다. 지난 해 12월 열린 ‘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에서 일본과 중국을 상대로 득점에 성공했고, 유럽에서 열린 라트비아와의 평가전에서도 골을 넣었다.

한국 공격에 있어 김신욱의 역할은 중요하다. 현재 최종명단에 합류한 공격수는 김신욱과 손흥민, 황희찬 3명뿐이다. 손흥민과 황희찬이 스피드가 빠르고 저돌적인 돌파를 시도하는 공격수라면 김신욱은 장신이 무기인 공격수다.

김신욱은 키가 크지만 발밑 기술도 좋은 공격수로 평가 받아 왔다. 신 감독은 부임 초기 이 점을 잘 활용했다. 그동안 많은 감독들은 김신욱을 전방에 세워두고 '헤딩용'으로만 활용했다. 그러나 신 감독은 김신욱을 다른 공격수들과 동일하게 대우했고, 김신욱 스스로도 이러한 이유를 들어 신 감독을 “나를 살리신 분”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김신욱의 전술적 쓰임이 단순해지고 있다. 볼리비아전에서도 측면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하는 따내는 역할에 집중하는 모양새였다. 몇 차례 위협적인 헤딩 슈팅을 시도하긴 했으나 머리에 정확히 맞힌 공보다 놓친 공이 더 많았다. 볼리비아 수비수들은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스웨덴, 멕시코, 독일 수비수들보다 신장이 작다. 볼리비아를 상대로도 공중볼 경합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김신욱이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팀들을 상대로 위협적인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기대하긴 힘들다.

김신욱이 무색무취한 공격수로 전락한 것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전술적인 활용법에도 문제가 있다. 김신욱은 4년전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벨기에를 상대로도 어느 정도 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스스로도 유럽팀을 상대로 제공권에서 자신감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볼리비아전에서 김신욱이 발로 공을 잡은 상황은 많이 나오지 않았다. 김신욱에게 향하는 패스의 대부분은 머리를 향했다. 비슷한 패턴의 공격 작업이 이어지다 보니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충분히 예측을 할 수 있었고, 수비하기에도 수월했다. 게다가 박스 안에 있는 공격수가 김신욱 뿐이라 수비수가 몰리는 경우도 있었다.

김신욱의 장점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패턴의 공격을 시도하며 상대에게 혼란을 줘야 한다. 김신욱을 향한 패스의 높이도 다양해져야 하고, 호흡을 맞추는 선수들의 움직임이나 위치도 달라져야 한다. 김신욱을 지금과 같이 활용한다면 상대 수비진에는 어떠한 균열도 낼 수 없고, 김신욱은 단순한 헤딩 머신으로 전락할 뿐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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