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볼리비아는 수비적인 팀이었다. 한국은 수비적인 상대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첫 상대인 스웨덴을 만났을 때 가장 나쁜 구도다.

7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 위치한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볼리비아와 평가전을 가진 한국은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한국은 11일 세네갈을 상대로 한 번 더 평가전을 치른 뒤 러시아로 이동, 18일 스웨덴을 상대로 본선 첫 경기를 치른다. 세네갈전은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볼리비아전이 대중에게 공개된 마지막 평가전이었다.

볼리비아는 애초에 큰 의미 없는 평가전 상대로 분류됐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이 한국(57위)보다 낮고 러시아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10팀 중 9위에 그쳤을 정도로 약체다. 한국이 본선에서 만날 스웨덴, 멕시코, 독일 중 어느 팀도 문화적으로 겹치는 면이 없었다.

볼리비아는 한국전에서 포백 수비를 바탕으로 수비적인 축구를 했다. 남미에서 약체로 분류되는 팀답게 무리한 공격보다 안정적인 수비에 비중을 두고 경기했다.

기본적으로 볼리비아의 경기 운영은 ‘더 상대하기 쉬운 버전의 스웨덴’이었다. 스웨덴은 월드컵 예선 내내 4-4-2 포메이션을 토대로 수비적인 운영을 한 팀이다. 모험을 거의 하지 않고 무실점에 가장 큰 비중을 둔다. 철저한 수비 축구로 ‘수비 축구의 원조’ 이탈리아를 월드컵 플레이오프에서 꺾었다.

한국이 상대하기 가장 쉬운 상대가 스웨덴이다. 신태용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은 스웨덴전을 본선에서 가장 승리할 확률이 높은 경기로 보고 준비 중이다. 그러려면 수비적인 운영을 하는 스웨덴을 상대로 역습 당할 확률을 최소화하면서 한 골 이상 넣는 공격력이 필요하다. 볼리비아의 경기 운영은 스웨덴과 비슷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한국의 문제점이 잘 드러났다. 한국은 자기 진영에 머물러 있는 볼리비아를 상대로 효과적인 공격을 거의 하지 못했다. 한국이 4-4-2 포메이션을 썼을 때의 장점인 공수 전환 속도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한국이 공격으로 올라가는 속도는 느렸고, 공격은 대부분 지공에 이은 크로스 또는 중거리 슛이었다.

볼리비아는 간판 수비수 로날드 랄데스의 신장이 180cm에 불과할 정도로 제공권이 약한 팀이지만 김신욱의 헤딩을 활용한 플레이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특히 김신욱의 헤딩 슛만 여러 번 나왔을 뿐 헤딩 패스에 이은 동료의 연계 플레이, 또는 김신욱의 제공권을 미끼로 쓰고 다른 선수에게 공을 주는 플레이 등 다양한 패턴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장신 선수가 많은 스웨덴을 상대로 김신욱 상대가 통할 거라는 기대를 하기 힘들어졌다.

신 감독은 볼리비아전에 나선 김신욱, 황희찬 투톱에 대해 설명하며 “트릭”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날 선발 라인업이 최상의 조합은 아니며, 스웨덴전에는 더 강한 조합이 나갈 수 있다는 걸 암시했다.

볼리비아는 스웨덴과 비슷한 경기운영을 하면서 개인 기량이 더 떨어지는 팀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볼리비아조차 열지 못한 한국의 느린 공격은 개선해야 할 점이 여러모로 노출됐다. 신 감독은 한국의 주력 전술을 숨기면서 웅크린 상대를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교훈을 얻었다. 볼리비아전은 부진했지만, 교훈을 얻고 남은 기간 동안 전술을 개선할 수 있다면 월드컵 이후에는 좋은 평가전이었다고 기억할 수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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