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감행한 한국은 약체 볼리비아와 가진 평가전에서 무기력한 공격을 했다. 한국의 장점인 공수전환 속도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는 점은 큰 문제였다.

7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 위치한 티볼리 스타디움에서 볼리비아와 평가전을 가진 한국은 0-0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4-4-2로 나온 한국

한국은 ‘플랜 A’로 알려진 4-4-2 포메이션을 다시 가동했다. 선발 라인업은 그동안 한국의 주전으로 알려진 멤버가 대거 포함됐다. 김신욱과 황희찬이 투톱을 이뤘다. 이승우, 기성용, 정우영, 문선민이 미드필더로 뛰었다. 수비진은 박주호, 김영권, 장현수, 이용이 이뤘다. 골키퍼는 김승규가 맡았다.

선발 라인업 중 가장 어려운 임무를 맡은 선수는 문선민이었다. 왼쪽 측면 공격수가 익숙한 문선민은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서 공수 밸런스와 패스 연계를 신경 써야 하는 임무가 쉽지 않았다. 몇 차례 측면 돌파를 시도한 것 외에는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기 힘들어 했다.

오랜만에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장한 박주호는 그동안 소속팀 울산현대와 대표팀에서 모두 중앙 미드필더로 간주됐으나 모처럼 원래 포지션으로 돌아갔다. 홍철이 부상을 당했고, 김민우도 확신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박주호가 중앙 미드필더가 아닌 왼쪽 풀백으로 테스트를 받았다. 박주호가 엄청난 인상을 준 건 아니었지만 무난한 위치 선정과 공수 움직임으로 깔끔한 경기운영을 했다. 다만 상대가 약체 볼리비아였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테스트였다고 보긴 힘들다.

한국은 후반에 문선민 대신 이재성을 오른쪽 미드필더로 투입, 한결 주전에 가까운 미드필드를 구성했다. 이승우를 손흥민으로 교체해 손흥민의 왼쪽 측면 미드필더 기용도 시험했다. 후반전 교체를 통해 기성용의 대체자로 구자철을 투입했다. 부상과 컨디션 난조를 털고 선발로 뛰었던 장현수는 김영권과 호흡을 맞추다 교체돼 나갔다.

 

#느린 공수전환, 부족한 전진 속도

한국이 기존의 원톱 위주 포메이션엣 4-4-2로 주력 전술을 바꾼 뒤 가장 큰 변화는 공격 속도였다. 최종 수비수부터 최전방 공격수까지 거리가 짧아졌고, 상대를 더 좁은 공간 안에 가둘 수 있게 됐다. 여기서 더 적극적인 압박 수비와 빠른 공수 전환이 나왔다.

한 수 아래인 볼리비아를 상대하면서도 한국은 수비에서 공격까지 빠르게 전진하지 못했다. 볼리비아가 아무리 수비적으로 나왔더라도 한국 진영까지 올라와서 공격하다가 공격에 실패하는 장면은 경기 내내 여러 번 나왔다. 한국은 적은 기회지만 그 상황을 살려야 장점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한국의 공격 속도는 평소보다 훨씬 떨어졌다. 상대 공격을 끊은 뒤 빠르게 한국 공격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격진의 위치선정이 중요하다. 김신욱, 황희찬 중 한 명이나 이승우, 문선민 중 직전 수비 상황에 참여하지 않은 선수가 전진 패스를 이끌어낼 만한 위치에 있어야 빠른 공격 전개를 할 수 있다. 한국 공격진은 공수 전환 때 위치 선정에서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후반에 손흥민과 이재성이 좌우에 투입된 뒤 조금 공격 전개가 개선됐지만 그 효과가 곧 떨어졌다. 공격이 일단 느려지자 한국은 상대 수비를 흔들만한 부분전술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은 공격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마지막 카드로 왼쪽 미드필더 김민우, 공격수 손흥민과 황희찬 조합을 써 봤다. 이것도 해답은 아니었다.

느린 공격과 뻔한 부분전술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 시절 한국이 비판 받던 가장 큰 이유였다. 신 감독 부임 이후 한국의 플레이는 한결 빠르고 간결한 쪽으로 변해 왔다. 그러나 월드컵 첫 경기를 11일 앞둔 시점에 다시 과거의 단점을 드러낸 점이 아쉬웠다.

 

#체력훈련 여파라면, 11일 뒤엔 달라야 한다

한국은 오스트리아 전지훈련에서 훈련 일정을 바꿔 강한 강도로 체력훈련을 감행했다. 볼리비아전은 선수들의 체력이 정상 궤도에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 피로까지 쌓인 채 열렸다. 이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발이 유독 무겁고, 공수 전환 속도가 느렸던 점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은 11일 세네갈을 상대로 한 번 더 친선경기를 치른 뒤 러시아로 이동한다. 그 사이에 체력훈련을 더 진행할 예정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다소 무리한 훈련 및 경기 일정을 잡았다. 피로가 쌓이는 게 아니라 체력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만든 훈련 일정이다.

한국의 월드컵 F조 첫 경기는 18일 스웨덴을 상대로 열린다. 같은 전술, 비슷한 선발 멤버라도 이날 경기 내용은 달라야 한다. 특히 공수 전환 속도가 더 빨라야 수비적인 스웨덴을 뚫을 수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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