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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르미누 : 최강 공수겸장, 리버풀 전술의 전제, 살라의 완벽한 파트너
김정용 기자 | 승인 2018.04.25 16:46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리버풀은 새 응원가에도 등장하는 ‘살라, 마네’ 콤비가 가장 화제를 모으는 팀이다. 그러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공격 포인트는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더 많고, 팀내 기여도 역시 더 높다.

리버풀은 25일(한국시간) 홈 구장 안필드에서 2017/2018 UCL 4강 1차전을 갖고 AS로마를 5-2로 대파했다. 피르미누와 모하메드 살라가 나란히 2골 2도움을 기록했다. 사디오 마네도 한 골을 넣었다. 리버풀이 자랑하는 스리톱 라인의 맹활약으로 결승 진출이 가까워졌다.

피르미누와 살라의 기록을 보면 두 선수의 스타일 차이가 보인다. 공을 잡은 횟수는 피르미누가 더 많았지만, 공을 가진 시간은 살라가 길었다. 비슷한 점도 많았다. 두 선수 모두 동료의 슛을 만들어내는 패스를 5회 기록했고 그중 2도움을 올렸다. 패스 성공률도 약속한 것처럼 똑같이 77%였다.

드리블 돌파 횟수는 피르미누가 4회로 살라의 3회보다 오히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피르미누는 공중볼을 두 번 따냈고, 태클을 3회 성공(5회 시도)했다. 두 기록 모두 살라는 하나도 없었다.

피르미누의 헌신적인 수비 가담 덕분에 살라가 다소 편하게 경기할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기록이다. 피르미누는 UCL에 참가한 모든 원톱을 통틀어 가장 수비 가담이 좋은 선수다. 전방압박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상대 수비를 귀찮게 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직접 공을 따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공격수로서 독특한 재능을 갖고 있다.

피르미누의 경기당 태클 성공 횟수는 1.9회다. UCL에 참가한 모든 공격수 중 단연 1위다. 피르미누가 중앙선 부근에서 상대 공격을 저지한 뒤 폭발력을 잃지 않고 곧장 공격을 전개하는 건 리버풀의 가장 중요한 공격 루트다.

압박에만 힘을 쓰다가 정작 골을 넣지 못하는 ‘수비형 포워드’와도 거리가 멀다. 피르미누는 자신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가는 리버풀의 과감한 공격을 직접 마무리할 줄 안다. UCL에서 10골 6도움으로 득점과 도움 모두 1위다. 골과 도움을 모두 감안할 때, 피르미누보다 공격포인트가 많은 선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15골 3도움) 한 명뿐이다. 피르미누의 파트너 살라는 10골 4도움을 기록 중이다.

피르미누의 수비력은 바로 옆에 있는 살라가 치명적인 플레이를 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다. 리버풀은 전체적으로 전방 압박을 강조하는 팀이지만 살라는 상대 수비를 괴롭히는 것보다 에너지를 비축하며 경기장 상황을 읽는데 주력한다. 피르미누가 공을 따내 연결하면 그 순간 살라가 역습을 시작한다. 로마를 상대로도 피르미누의 어시스트, 살라의 골이라는 대표적인 공격 루트가 두 차례 성공하며 승부가 기울었다. 피르미누는 팀의 4, 5번째 골을 넣으며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피르미누는 유소년 시절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브라질 선수치고 발재간이 좋지 못한 피르미누는 비교적 소규모 구단인 CRB에서 뛰다가 17세였던 2008년 뒤늦게 명문 피게이렌시 유소년팀으로 이적했다. 이때부터 공격형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바꿨다. 2011년 호펜하임으로 이적한 뒤에도 공격형 미드필더를 주로 맡으며 팀 사정에 따라 최전방 공격수, 중앙 미드필더 등 여러 포지션을 오갔다.

공을 오래 쥐지 않고 짧게 처리하는 것이 피르미누의 특징이다. 발재간이 아주 현란한 건 아니지만 재치가 있고 상황 판단 능력이 좋기 때문에 리버풀처럼 동료 공격수가 적극적으로 침투하는 팀에서는 스루 패스, 중거리 슛 등 다양한 옵션을 갖고 공격을 이끌 수 있다. 공격의 주인공보다 연결고리와 마무리 역할에 잘 맞는 능력이다.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피르미누를 “우리 팀의 엔진”이라고 표현했다.

피르미누의 득점력은 이번 UCL에서 최고에 달했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살라가31골, 피르미누가 15골로 득점력 차이가 많이 난다. 반면 UCL에서는 두 선수 모두 10골을 넣었다. 11경기 10골은 피르미누가 이제까지 참가한 모든 대회를 통틀어 가장 좋은 기록이다. 피르미누는 지난 2015/2016 UEFA 유로파리그에서 11경기 1골에 그친 바 있다. 여전히 슈팅 기술이 조금 부족하지만, 기회 포착 능력이 좋기 때문에 한 번에 공을 밀어 넣는 식으로 많은 득점을 올리고 있다. 여러모로 물이 올랐다.

피르미누는 다가오는 ‘2018 러시아월드컵’에 브라질 대표팀 멤버로 참가할 것이 확실시된다. 이제까지 주전 자리를 지킨 공격수는 가브리엘 제주스였다. 그러나 피르미누가 끝까지 맹활약한다면 월드컵 본선에서 선발 출장하는 원톱은 피르미누가 될 수도 있다. 피르미누는 UCL과 월드컵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빛날 기회를 잡았다. 브라질 선수치고 투박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었지만 알고 보니 가장 헌신적이고 지능적이었던 선수가 일생일대의 여름을 눈앞에 뒀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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