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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버풀이 좋아하는 맞불작전, 로마의 패착이었다
김정용 기자 | 승인 2018.04.25 09:14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리버풀은 상대가 적극적으로 나올수록 더 쉽게 경기하는 팀이다. AS로마는 리버풀 원정에서 수비라인을 올리는 모험을 했다가 큰 대가를 치렀다.

25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 1차전을 치른 리버풀이 로마를 5-2로 대파하고 결승 진출에 한 발 다가섰다. 리버풀은 전반 35분부터 후반 33분까지 다섯 골을 숨가쁘게 몰아쳤다. 로마가 후반 막판 두 골을 만회하며 역전에 대한 작은 희망을 살렸다.

두 팀 모두 가장 자신 있는 전략으로 경기에 임했다. 리버풀은 클롭 감독이 고수하는 4-3-3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로마는 지난 16강, 8강에서 대역전을 했을 때 썼던 2차전 전술인 강한 전방 압박을 1차전부터 들고나오기로 했다. 3-4-2-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리버풀을 압박하려 했다.

똑같이 적극적이고 압박을 중시하는 팀끼리 맞붙는다면 리버풀이 더 유리했다. 리버풀은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시티의 천적이었던 것에서 보듯 상대가 공격 일변도로 나올 때 가장 편안한 경기를 하는 팀이다. 에너지 대 에너지로 맞부딪치며 공 탈취 대결을 벌이는 건 위르겐 클롭 감독의 특기다. 반면 상대가 자기 진영에 웅크리고 있을 때 공략하지 못하는 건 리버풀의 약점이다. 로마는 수비라인을 전진시키는 바람에 리버풀의 장점이 돋보이고 약점은 감출 수 있게 도와준 꼴이 됐다.

이날 로마는 여러 지표에서 리버풀보다 오히려 높은 기록을 남겼다. 드리블 성공 횟수는 13회 대 7회, 공중볼 획득 횟수는 30회 대 17회, 공을 빼앗은 횟수는 19회 대 15회로 로마가 앞섰다. 점유율도 51%로 로마가 근소하게 앞섰고 패스 성공률은 76% 대 75%, 성공한 패스의 횟수는 346회 대 327회로 역시 로마가 모두 더 높은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가장 결정적인 기록인 슈팅으로 연결된 패스에서 리버풀이 17회 대 11회로 크게 앞섰다. 슛은 리버풀이 21회 대 14회로 앞섰다. 리버풀은 유효슛 11회, 골대에 맞는 슛 1회를 기록했다. 반면 로마는 유효슛 6회를 기록했다. 5-2 점수에 잘 어울리는 슈팅 기록이다.

두 팀의 가장 큰 차이는 전방 압박을 하는 위치와 속공의 위력이었다. 로마에서 공을 가장 많이 탈취한 선수는 수비수 페데리코 파지오와 주앙 제주스였다. 반면 리버풀에서는 최전방 공격수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공을 가장 많이 빼앗아왔다. 전체 드리블 성공 횟수는 로마가 더 높았지만 리버풀은 피르미누와 모하메드 살라가 모든 드리블을 기록한 반면, 로마는 윙백 알렉산다르 콜라로프의 드리블 비중이 높았다.

결국 최전방에서 직접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는지 여부가 승부의 향방을 갈랐다. 피르미누가 최전방에서 공을 빼앗아 직접 드리블을 시작하면, 이 속공 기회를 살라가 마무리하는 것이 리버풀의 득점 패턴이었다. 로마의 공격수 에딘 제코는 압박 축구에 어울리는 선수가 아니다. 이 작은 차이에서 두 팀의 점수가 크게 벌어졌다.

살라는 로마를 상대로 얄궂게도 리버풀이 아닌 로마 시절 잘 풀리던 경기의 양상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이번 시즌 살라는 리버풀에서 상대 수비라인이 뒤로 물러났을 때 억지로 공략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로마에서는 빠른 역습 상황에서 주로 힘을 발휘하는 선수였다. 로마가 잔뜩 수비라인을 올렸기 때문에 살라가 이용할 수 있는 배후 공간이 넓었다.

살라는 피르미누의 어시스트를 받아 전반전에 두 번이나 로마 골망을 갈랐고, 두 번이나 ‘나는 세리머니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두 손을 들어올렸다. 피르미누와 살라가 모두 2골 2도움을 기록했다는 건 압박 축구에 로마가 더 적합한 멤버를 갖고 있다는 뜻이었다.

로마의 에우세비오 디프란체스코 감독은 후반 막판 역량을 발휘했다. 네 골 차로 지고 있던 후반 22분 다니엘레 데로시와 주앙 제주스를 빼고, 미드필더 막심 고날롱과 윙어 디에고 페로티를 투입했다. 그 직후에 세트피스에서 한 골을 실점하긴 했지만 경기 막판 25분 동안은 안필드를 지배하며 두 골을 넣어 2차전에서 실낱같은 가능성을 살릴 수 있었다.

로마는 딜레마에 빠졌다. 2차전에서 로마는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할 수밖에 없다. 또 전방 압박 위주의 적극적인 전술을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 한 번 리버풀이 좋아하는 축구를 제발로 해야 한다. 리버풀은 계속 마음에 드는 양상 속에서 준결승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김정용 기자  cohenwise@firstdivisi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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