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에딘 제코가 완벽한 장신 공격수의 플레이가 뭔지 보여주면서 바르셀로나 수비를 파괴했다.

11일(한국시간) 이탈리아의 로마에 위치한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2017/2017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을 가진 AS로마가 바르셀로나에 3-0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로마는 앞선 1차전 원정 경기에서 1-4로 대패했기 때문에 홈에서 3-0으로 이겨야 역전이 가능했다. 그 낮은 확률이 현실이 됐다.

로마는 기본적으로 강한 전방 압박을 준비했고, 이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 바르셀로나는 유명한 토털풋볼 스타일을 버리고, 이번 시즌에는 리오넬 메시에게 의존하는 느리고 단조로운 역습 축구로 성과를 내 왔다. 바르셀로나의 새로운 스타일은 충분히 강력하지만 에우세비오 디프란체스코 로마 감독은 압박을 통해 무력화시킬 방법을 찾아냈고 곧 실행에 옮겼다.

압박 축구에 방점을 찍으려면 최전방 공격수의 경기력이 중요했다. 경기 시작부터 제코의 짐이 무거웠다. 공격 파트너인 파트리크 쉬크는 이번 시즌 로마로 이적한 뒤 코파이탈리아에서 1골을 넣은 것 외에는 득점이 없는 선수다. 이날도 열심히 뛰며 공중볼 획득, 전방 압박 등 여러모로 성실한 플레이를 했으나 득점과는 거리가 멀었다.

제코가 절묘한 플레이로 로마의 득점을 책임졌다. 전반 6분 다니엘레 데로시가 후방에서 찍어 찬 스루패스를 날렸다. 수비 배후로 제코가 침투했다. 제코는 스피드가 느린 선수지만 스루 패스의 타이밍을 읽고 수비수들보다 한 발 먼저 뛰어들 수 있었다. 수비수들이 따라붙기 전에 깔끔한 퍼스트 터치, 재빨리 스텝을 맞추고 밀어넣는 타이밍 빠른 슛으로 골을 터뜨리는 공격수다운 기술이 절묘했다.

로마의 두 번째 골도 제코의 능력에서 비롯됐다. 스루 패스를 받은 제코가 센터백 제라르 피케를 달고 문전으로 들어갔다. 제코가 농구의 센터들이 하는 피벗 플레이처럼 피케를 축으로 몸을 돌리며 돌파하려는 시도를 했다. 피케가 몸싸움 와중에 넘어지며 제코의 다리를 걸어 버렸다. 피케가 경고를 받는 동시에 페널티킥을 내줬다. 이 킥을 데로시가 차 넣으며 로마가 한 골을 더 넣었다. 로마는 후반 37분 코스타스 마놀라스의 헤딩골로 결국 3-0을 만들었다.

제코는 경기 내내 후방에서 넘어오는 롱 패스를 절묘한 위치 선정과 안정적인 퍼스트 터치로 받아냈고, 2선에 있는 동료에게 안정적으로 연결하며 로마의 빌드업까지 책임졌다. 제코가 지난 시즌에도 해냈던 플레이다. 지난 시즌 제코는 세리에 A 29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이번 시즌 세리에A 득점은 30경기를 치른 현재 14골로 줄었지만, 대신 UCL에서 6골을 넣으며 주포 역할을 하고 있다. 제코는 지난 1차전에서도 로마의 유일한 골을 넣으며 역전 가능성을 살린 선수였다.

제코는 1, 2차전 통틀어 2골뿐 아니라 그 이상의 엄청난 경기 기여도로 장신 원톱의 기술이 뭔지 보여줬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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