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이탈리아세리에A는 13년 만에 한국 선수가 진출하며 다시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수비 축구의 리그라는 통념과 달리 많은 골이 터지고, 치열한 전술 대결은 여전하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이탈리아세리에A에서 감독 교체가 잦은 이유 중 하나는 ‘전술의 나라’인만큼 빠르고 확실한 효과를 볼 거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우디네세는 이번 시즌의 좋은 예다.

2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우디네에 위치한 다치아 아레나에서 ‘2017/2018 이탈리아세리에A’ 우디네세와 엘라스베로나의 18라운드 경기가 열린다. 베로나 소속 이승우는 벤치에 앉을 것이 유력하다.

우디네세는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탔다. 최근 세리에A 3연승을 거뒀다. 겨울이 다가오며 엎치락뒤치락이 심해진 세리에A에서 지난 세 경기를 모두 승리한 팀은 우디네세뿐이다. 우디네세는 3연승을 통해 단숨에 강등권을 빠져나가 순위를 11위로 끌어올렸다.

20일 코파이탈리아에서 나폴리에 0-1 패배를 당하고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우디네세는 2진을 선발로 썼다는 점에서 오히려 괜찮은 경기 내용이었다고 볼 수 있다. 주전이 대부분 빠진 가운데서도 우디네세는 70분 동안 무실점 수비를 해냈다. 서로 주전 선수를 투입하던 후반전에 결국 나폴리의 스타 선수들이 해결했다. 후반 13분에 나란히 교체로 들어간 드리스 메르텐스와 로렌초 인시녜가 13분 뒤 각각 도움과 골을 기록했다.

상승세 비결은 감독 교체였다. 우디네세는 초반 12경기에서 4승 8패에 그치며 강등권으로 떨어졌다. 베테랑 루이지 델네리 감독을 내보내고 마시모 오도 감독을 선임했다. 오도 감독은 선수 시절 라치오, AC밀란의 라이트백으로 뛰었다. 이탈리아 대표로 ‘2006 독일월드컵’ 우승도 경험했다. 유독 눈 아래가 거뭇거뭇해 피곤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끈질긴 오버래핑, 효율적인 공격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다. 첫 감독직이었던 페스카라(2015~2017)에서 승격 플레이오프를 이끌었지만 2016/2017시즌은 다 채우지 못하고 경질됐다.

우디네세 부임 후 오도 감독이 준 대표적인 변화가 스리백 전환이다. 그 전까지 델네리 감독의 스타일대로 4-4-2롤 고수하던 우디네세는 오도 감독과 함께 3-5-1-1에 가까운 수비적 시스템을 도입했다. 첫 경기에서 나폴리에 0-1로 패배하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이후 코파 포함 4경기에서 연승을 달렸다. 최근 코파 나폴리전에서 패배했다고 해서 우디네세의 경기력을 깎아내릴 순 없다.

특히 선두 인테르밀란을 3-1로 꺾은 지난 16일 경기는 우디네세의 저력을 잘 보여줬다. 인테르가 주전 멤버를 총출동시켰지만, 우니네세는 3-5-1-1의 정석대로 중앙 수비 숫자를 충분히 두고 빠른 역습으로 인테르의 배후 공간을 공략했다.

최근 세리에A 3연승을 거두는 동안 8득점 1실점으로 공수 모두 크게 안정됐다. 특히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되는 체코 출신 왼발잡이 유망주 야쿱 얀크토의 활약이 뛰어나다. 순간적인 공격 가담, 강인한 신체 능력, 활동량 등 여러 덕목을 갖춘 얀크토는 중앙 미드필더 3명 중 가장 공격적인 역할을 맡았다. 최근 3경기에서 2골 2도움으로 활약했다. 주전 공격수 케빈 라자냐는 3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우디네세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한 끌어내는데 현재 전술이 더 적합하다. 라자냐가 공격의 중심으로 활약한다. 공격적인 측면 수비수 알리 아드난과 실뱅 비드머는 스리백이 도입된 뒤 윙백 자리에서 활약 중이다. 골키퍼는 특급 유망주 시모네 스쿠펫 대신 베테랑 알바노 비차리가 주전 자리를 차지했다. 경기를 조율하는 플레이메이커 없이 활동량 많은 선수로만 구성한 중원도 아직은 잘 작동하고 있다.

우디네세는 한때 유망주 발굴을 세계에서 가장 잘 하는 구단으로 꼽혔다. 알렉시스 산체스를 일찍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명성에 빛이 바랬지만 얀크토, 미드필더 세코 포파나와 안토닌 바라크, 공격수 로드리고 데파울 등이 미래에 큰 이적료를 벌어 줄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영입한 베테랑 비차리, 막시 로페스와 수비의 중심으로 우디네세를 지키고 있는 다닐루 등 노장들의 활약도 어우러졌다.

베로나도 최근 조금씩 승률을 높여나가고 있지만 우디네세만큼 빠른 상승세는 타지 못했다. 베로나 입장에선 지난 17일 세리에A 경기에서 AC밀란을 3-0으로 대파한 것이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주요 요인이었다. 밀란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홈에서 명문팀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는 건 소중한 경험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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