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축구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를 세 명 두는 팀보다 두 명 두는 팀이 더 높은 조직력을 필요로 한다. 한국의 선택은 두 명이었다.

한국이 지난달 31일 이란과 0-0으로 비긴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은 전술적으로 큰 변화가 있는 경기였다. 신태용 감독의 첫 경기이므로 변화는 필연적이었지만, 그 폭이 컸다.

한국은 황희찬을 최전방에 세우고 그 파트너 공격수로 권창훈을 배치해 일종의 4-4-2를 시도했다 권창훈의 원래 포지션이 미드필더라서 4-2-3-1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신 감독은 두 선수를 투톱으로 생각하고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권창훈이 원래 포지션인 미드필더로 내려가고 손흥민이 전방으로 올라가는 등 배치에 변화를 줘 봤지만, 포진은 여전히 4-4-2 혹은 4-4-1-1에 가까웠다.

수비 대형을 보면 4-4-2였다는 걸 분명히 알 수 있다. 4-2-3-1이나 4-3-3은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다. 한국은 수비진 앞을 지키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었다. 한국 중앙 미드필더 장현수는 원래 센터백이다. 그러나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인 파트너 구자철보다 더 앞으로 올라가서 수비하는 경우도 많았다. 장현수는 공을 몰고 전방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장현수와 구자철 둘 다 넓은 활동범위를 보였다. 4-4-2의 특징이다.

투톱 기용이 성공할 뻔한 장면도 있었다. 전반 13분 김영권이 후방에서 프리킥을 했고, 황희찬이 헤딩을 따내려고 노력하다 공이 뒤로 흘렀다. 이 공을 권창훈이 바로 나꿔채며 파울을 얻어냈다. 전형적인 투톱의 콤비 플레이다.

한국의 포진은 공격수들의 선수 교체 이후에도 계속 4-4-2로 유지됐다. 후반 막판 총공세 때 구자철이 더 전방으로 올라가고 장현수만 뒤에 남으면서 4-1-3-2에 가깝게 변했을 뿐이었다.

 

4-4-2, 너무 어려운 축구

2010년 이후 유럽 축구에서 4-4-2를 시도한 아틀레티코마드리드, 레스터시티가 각각 스페인과 잉글랜드 1부 리그에서 우승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과거 잉글랜드 구단들이 누구나 쓰던 4-4-2와는 다르다. 질적으로 크게 발전했다. 경기가 잘 풀릴 때 아틀레티코나 레스터는 수비수 4명 위에 미드필더 4명, 총 두 줄로 이뤄진 수비진이 간격을 완벽하게 유지하면서 전후좌우로 움직인다. 미드필더 한두 명이 대열을 이탈해 전진 수비를 할 때도 있지만, 성공 확률이 높을 때만 나오는 변칙 플레이다.

중앙 미드필더가 두 명인 포진은 3-4-3도 있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첼시는 레스터에서 데려온 은골로 캉테가 있기에 3-4-3을 강행할 수 있었다. 이번 시즌엔 또 한 명의 레스터 출신인 다니엘 드링크워터도 영입했다. 다른 팀들이 미드필더 세 명으로 덤빌 때 우리 팀은 두 명으로 버티려면 뛰어난 미드필더가 필요하다.

캉테와 드링크워터는 스타일이 다른 선수들이지만, 기본적으로 기량이 좋으면서 만능이어야 한다는 조건에 부합한다. 특히 특히 기동력, 대인 수비력, 체력, 빌드업에 필요한 패스 능력은 모든 선수가 공통적으로 갖춰야 한다. 많은 경우 직접 공을 몰고 올라가는 드리블 능력도 요구된다. 4-4-2의 중앙 미드필더는 할 일이 많은 포지션이다. 둘 다 ‘박스 투 박스’ 스타일이어야 팀이 수월하게 작동한다.

현재 한국 대표팀엔 만능 미드필더가 부족하다. 이란전 4-4-2가 잘 작동하지 않은 원인 중 하나다. 가장 컨디션이 좋을 때의 구자철은 공수 양면에서 모두 훌륭한 선수다. 구자철은 이란전에서도 몇 차례 재치 있는 볼 키핑으로 공 소유권을 유지했고, 수비할 땐 넓은 압박 범위를 보여줬다. 그러나 구자철의 경기력은 최상까지 올라오지 못한 상태다.

더군다나 장현수는 원래 수비수다. 하프라인 너머까지 올라가 압박하는 임무는 영 서툴다. 후방에서 수비 라인을 보호하는 전형적 ‘수비형 미드필더’오 배치될 경우 장현수는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 대표팀에서 미드필더로 주목 받은 게기도 기성용의 파트너로서 수비뿐 아니라 빌드업까지 꾸준히 관여했을 때였다.

한국 대표급 미드필더 중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에 가장 가까운 선수는 한국영이지만 이번 소집 명단엔 포함되지 않았다. 권창훈은 수원삼성 시절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경기를 소화한 경험이 있지만, 지금은 소속팀 디종과 대표팀에서 모두 공격 자원으로 분류돼 있다.

김보경이 4-4-2의 중앙 미드필더를 많이 경험한 편이라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더 나은 대안은 미드필더 숫자를 늘리고, 투톱을 원톱으로 바꾸는 전술 변화다. 4-2-3-1과 4-3-3은 공격형, 수비형 등 중앙 미드필더들을 적한 명 더 쓰게 된다. 모든 선수가 만능이지 않아도 각 선수의 장점을 조합해 미드필더를 꾸릴 수 있다. 지난 시즌 전북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던 이재성, 김보경 콤비도 당시 4-1-4-1 포메이션에서 뛰었다. 한국은 6일 오전 0시(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과 벼랑 끝 승부를 치른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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