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감독이 바뀌어도 한국 축구가 추구하는 전술과 전략은 그대로인 걸까.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은 21일부터 모여 ‘약속된 플레이’를 연습했다. 유럽파 선수들은 경기 3일 전인 28일에 왔지만, 대부분 선수들은 일찍 모여 패턴 플레이를 연마했다. 신 감독은 인플레이 상황과 세트피스 상황을 모두 세세하게 준비했다. 훈련 때도 전임 감독과는 다르게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한국은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과 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에서 0-0으로 비겼다. 한 명이 적은 이란을 넘지 못했다.

 

결과만 보면 아쉽지만, 최악으로 간 것은 아니다. 한국은 여전히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순위가 뒤집힌 채 원정 길에 오르는 부담은 없다. 비겨도 다른 나라 경기 결과에 따라 월드컵 본선으로 직행할 수도 있다. 아무리 신 감독이 좋은 감독이라 해도 부임 후 첫 경기에서 과거를 훌쩍 뛰어넘는 경기력을 보이기는 어렵다. 선수도 증언하고, 모두 봤듯이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도 좋지 않았다.

 

아쉬운 부분은 방법론이다. 한국은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게 이란을 상대했다. 세밀한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좀 더 패턴플레이가 많아졌고 세트피스도 다양하게 준비했지만, 큰 틀에서는 변하지 않았다. 공을 가진 상태에서 침투와 패스로 이란 수비를 흔들겠다는 생각이었다. 잔디가 좋지 않은 아쉬움을 한국이 더 크게 느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땅으로 가는 정교한 패스와 드리블은 그라운드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란은 아시아에서 가장 수비조직이 좋은 팀이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신 감독은 정교한 패스와 세트피스로 그 벽을 허물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후반 7분 상대 선수가 한 명 퇴장 당한 이후에도 별다른 게 없었다. 슈팅도 많이 날리지 못했을 정도로 고전했다. 한국은 이날 90분 동안 슈팅 5개밖에 날리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란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란은 한국을 잘 알고 있다. 감독이 바뀌었기에 초반에는 긴장 했겠지만, 이후로는 한국을 어떻게 막아야 하는지 깨달았을 것이다. 손흥민이 돌아설 수 없게 압박하고 좌우 풀백이 공을 잡았을 때 강하게 도전하면 한국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 수밖에 없다. 한국은 시종일관 거의 비슷하게 공격을 풀기 때문이다. 심지어 후반 중반 이후 김신욱이 나와도 공격 방식을 크게 바꾸지 않는다.

 

슈틸리케 감독은 점유율만을 고집하다 퇴장했다. 신 감독은 이날 조금 다르게 경기를 운영했지만, 큰 틀에서는 슈틸리케와 다르지 않았다. 잔디가 좋지 않다는 것을 파악했다면 후반전에 빠르게 변화를 줬어야 했다. 긴 패스도 정확하다면 상대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이동국과 김신욱을 동시에 투입해 상대 수비에 혼란을 줄 수도 있었다. 두 선수가 동시에 들어갔다면 이란 수비도 계산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신 감독과 선수들이 준비한 파도는 거셌을 수 있지만, 변화는 거의 없었다. 상대 수비가 감만 잡으면 상대적으로 대비하기 수월했다. 패턴 플레이를 많이 준비하는 것도 좋지만, 과감한 선수 변화도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단순하지만 위력적인 축구를 할 수 있는 김신욱, 이동국, 염기훈 그리고 김민우까지 뽑고도 예전과 비슷한 멤버로 크게 다르지 않은 축구를 했다. 좋은 축구는 다른 게 아니다. 상대를 괴롭혀 이기는 축구다. 

 

사진= 김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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