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류청 기자= 축구는 상대성이 크게 작용하는 경기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상대가 아닌 자신이 중요해진다.

 

한국은 한국시각으로 6일 0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최종전을 한다. 이겨야 자력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다. 돌아볼 여지는 없다. 이란이 시리아를 잡더라도 우리가 우즈베키스탄에 패하면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결승전 같은 경기다. 지난 과정과 결과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모두 이기면 월드컵 본선으로 가고 지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양 팀 감독과 선수가 지는 부담감은 최고에 달할 수밖에 없다. 패하면 비난과 충격 그리고 자괴감이 상상할 수 없는 크기로 다가올 게 분명하다. 두 팀 모두 9차전에서 원하는 성적을 거두지 못하며 이런 상황을 예습하기도 했다.

 

정신력도 실력이다. 이를 악물고 몸을 던지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심리적인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면 지닌 기술과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다. 한국이 최종예선에서 고전한 이유다. 한국은 지난 3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중국과 한 1차전에서 3-2로 힘겹게 이긴 뒤부터 삐걱거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선수들은 쏟아지는 우려와 의심의 눈초리를 넘을 실력이 없었다.

 

한국은 이렇게 무너졌다. 손흥민과 기성용을 보유하고도 아시아 최고가 되지 못했다. 선수 개개인 면모로 보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지만, 모아 놓으면 평범한 팀이 됐기 때문이다. 감독은 경쟁 구도를 무너뜨렸고, 선수들은 자신이 할 몫만 하며 동료에게 은근히 책임을 돌렸다. 결국 인정과 개선이 있어야 할 자리에 남 탓, 잔디 탓이 들어서기까지 했다.

“밖에서 볼 때, 대표팀에서 희생하는 선수 숫자가 줄었다.” (이동국, 지난달 21일 조기소집 당시)

 

실수는 빠르게 극복할 수 있지만, 정신적인 피로감은 바로 털어내기 어렵다. 신태용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뒤 조기소집까지 하고도 이란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다. 신 감독도 압박감에 기존 틀을 바꾸기 보다는 보완하려 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과 이란 선수들은 ‘이런’ 한국을 상대하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달라져야 월드컵으로 갈 수 있다. 거창한 애국심이나 대표 선수 사명감으로 이기라는 게 아니다. 선수 개개인은 부담감을 극복하기 어렵다. 서로 의지하며 공백을 함께 메워야 밀려오는 압박감을 넘어설 수 있다. 상대도 꼭 이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90분 동안 더 견고하게 견디는 팀이 러시아로 간다.

 

사진=김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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