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이청용은 크리스탈팰리스에 남았다. 팀 내 경쟁 구도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지만 잔류와 도전을 택했다. 지난 시즌 부족한 출전 기회로 인해 이적에 대한 국내 팬들의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묵묵히 내년 여름을 기다리기로 했다.

유럽축구의 여름이적시장이 종료됐다. 수 많은 이적이 발생했다. 마지막 날 국내 팬들을 흔든 것은 이청용의 친정 볼턴원더러스에서 날아든 소식이다. 이청용이 유럽에서 가장 높이 날아 환호했던 순간을 기억하는 국내 팬들이 반겼다.

알고보니 터무니없는 제안 
이청용에 대한 볼턴의 구애는 사실이었다. 첫 보도를 한 ‘볼턴뉴스’의 마크 아일즈 축구팀장은 볼턴의 상황을 알렸다. 볼턴은 강등 후 꾸준한 경영난을 겪었다. 전폭적 지원을 필 가트사이드 회장이 작고한 후 경영권이 넘어갔다. 이후 몇몇 투자자가 나섰지만 선수단의 주급과 직원들의 월급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했다. 경영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2015년 12월 잉글리시풋볼리그(EFL)로부터 ‘이적 유예’의 조치를 받았다. 선수 영입과 임대 모두 가능하지만, 자금의 지출을 금지하는. 자유계약선수의 영입과 무상임대로만 영입이 가능하다. 자유계약선수를 신규 영입했을 경우 4500파운드(약 653만원)이 최대 지불 가능한 주급이다. 팰리스에서 이청용의 주급은 약 2만5000파운드(약 4184만원)로 알려졌다. 

볼턴은 왜 무리한 제안을 했나
볼턴의 제안은 그야말로 무리다. 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었다. 2년 가까이 이어져 온 이적 유예의 조치가 풀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실제로 8월 중순을 전후해 볼턴은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했고, 이적유예 조치를 해제할 수 있는 근거들을 차근히 마련했다. 여름이적시장 종료 전까지 자금 지출을 제한하는 조치가 풀릴 경우에는 이청용과 팰리스측에 현실적인 제안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종료 직전까지 조치는 완화되지 않았다. 볼턴은 이적 유예의 조치 완화를 기다림과 동시에 영입 대상자를 접촉한 것이다. 그 대상이 바로 이청용이었다.

왜 이청용이었나
볼턴은 사면초가다. 볼턴은 5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2무 3패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팀의 분위기를 바꿀 핵심 자원으로 이청용을 원했다. 볼턴에서 좋은 추억만 남겼다. 2009년 7월 볼턴에 입단하면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 처음 발을 내디딘 이청용은 볼턴 유니폼을 입고 195경기(정규리그 176경기)에 나서 20골(정규리그 17골)을 터트리는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여전히 볼턴은 이청용의 생일, 볼턴 입단일 등을 기념하는 포스팅을 공식 채널을 통해 꾸준히 올리고 있다. 볼턴에서 이청용은 ‘레전드’다. 하지만 팰리스에서의 이청용은 달랐다. 2015년 2월 볼턴에서 팰리스로 이적한 후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에는 2경기에 교체로 출전했다. 볼턴 구단과 팬들의 정서는 ‘팰리스에서 뛰지 못할 것이라면 볼턴과 함께 비상하자’다.

이청용 측이 볼턴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
이청용 측은 올 여름이적시장에서 복수 구단으로부터 임대 및 완전 이적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팰리스와 이청용 모두 만족할 조건이 아니었다. 볼턴 역시 마찬가지다. 볼턴의 이적 유예 조치가 유효한 상황에서는 주급, 환경 등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출전 기회만을 보고 하부리그 최하위 팀으로 둥지를 옮길 필요성이 없었다. 볼턴은 이청용에게 여전히 ‘포근한 친정’이지만 현실적인 조건이 맞지 않았다. 출전 기회는 늘어날 수 있지만, 자칫 다음 시즌 리그1(3부리그) 강등도 각오해야 한다. 이청용의 에이전트 입장에서도 이적료, 임대료 등의 수수료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볼턴은 포기하지 않았다
볼턴뉴스의 마크 아일즈 축구팀장에 따르면 볼턴은 내년 1월 개시되는 겨울이적시장에 이청용을 다시 노리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청용과 볼턴 모두 상황이 개선된다. 이청용은 2017년 여름 팰리스와 계약이 종료된다. 겨울부터 자유계약을 조건으로 타 구단과 협의가 가능하다. 볼턴이 올 여름이적시장에서 실패한 이적 유예 완화를 겨울 전에 이뤄낸다면 훨씬 나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볼턴은 이적료 없이 이청용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생긴다. 물론 주급은 합리적인 대우를 해야 한다. 이청용의 입장에서는 팰리스와 적절한 조건에 재계약을 하는 것도 이청용의 입장에서는 가능성이 있다. 다만, 남은 계약 기간 동안 팀 내 경쟁에서 살아 남아야 한다.

사진=김동환 기자,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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