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1부 리그를 '4대 빅리그'라고 부른다. 2018년부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 4팀이 직행하는 4개 리그 중 이탈리아 세리에A만 국내 중계가 없다. 매력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주목도는 떨어진다. 세리에A와 칼초(Calcio)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김정용 기자가 경기와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세리에A 칼리아리 소속인 한광성이 세리에B(2부) 구단 페루자로 임대됐다. 한광성의 임대는 8일(한국시간) 공식 발표됐다.

페루자는 한국과 일본의 '레전드' 안정환, 나카타 히데토시가 뛰었던 팀으로 친숙하다. 2000년대 초까지 세리에A에 있던 페루자는 재창단과 파산 등 우여곡절 끝에 4부까지 떨어졌다가 두 차례 승격을 거쳐 현재 세리에B에 소속돼 있다.

칼리아리에선 경쟁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난 시즌 20골을 몰아친 노장 공격수 마르코 보리엘로가 여러 이적설을 물리치고 잔류를 택했다. 보조 득점원으로 활약한 마르코 사우, 디에구 파리아스, 2선 자원 주앙 페드로 등 지난 시즌 공격진이 대부분 유지됐다. 한광성이 지난 시즌 5경기 1골을 기록하긴 했지만 대부분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이뤄진 출장이었다. 이번 시즌에도 칼리아리에서 선발 기회를 잡긴 힘들었다.

이탈리아 이적 전문 매체 ‘잔루카디마르지오닷컴’은 한광성의 페루자 임대를 ‘친정 복귀’라고 표현했다. 페루자 지역과 북한 축구의 인연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북한 선수들의 유럽 유학은 지난 2014년 널리 알려졌다. 당시 태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U-16 챔피언십에서 북한이 한국의 우승을 저지했다. 트로피를 들어올린 연광무 감독은 당시 선수단 중 6명이 유럽 유학파라고 소개했다. 한광성은 당시 바르셀로나 지역으로 유학을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번 이탈리아발 보도에 따르면 페루자에 위치한 ISM 아카데미에서도 축구를 배운 적이 있다.

한광성은 페루자에서 최성혁과 재회했다. 한광성과 동년배인 최성혁은 지난해 피오렌티나 유소년팀과 계약을 맺고 이탈리아에 먼저 진출했으나 올해 6월 방출됐다. 국제연합(UN)의 대북 제재를 위반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피오렌티나가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성혁은 7월 페루자에 입단하며 이탈리아 무대에 두 번째 도전장을 냈다.

북한은 유럽 유학을 통해 ‘황금 세대’ 육성을 시도하는 중이다. 이탈리아 축구와 자주 연결된다. 안토니아 라치 이탈리아 상원의원은 여러 차례 북한을 오가며 축구 교류의 한 축을 담당했다. 라치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자유국민당 소속이다. 베를루스코니는 AC밀란을 정치에 이용했고, 라치는 북한 축구를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 라치는 지난 7월 인터뷰 당시 이미 한광성의 페루자 임대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 선수들은 내게 고마워해야 한다. 처음엔 북한을 떠날 수 없었지만 이제 매년 20여 명이 이탈리아로 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페루자는 지난 시즌 세리에B에서 정규 시즌 4위를 차지했고, 승격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베네벤토와 1무 1패에 그쳐 승격에 실패한 팀이다. 세리에B에선 경쟁력이 있다. 문제는 공격이다. 지난 시즌 팀내 최다득점자였던 사무엘 디카르미네가 13골에 그쳤을 정도로 공격이 빈약하다. 이름 있는 선수 영입이 힘든 페루자는 최성혁, 한광성과 함께 리히텐슈타인 대표 야닉 프릭을 영입하는 등 검증되지 않은 유망주들에게 도박을 걸고 있다. 지난 시즌 세리에A에서 한 골을 넣은 한광성에겐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경쟁이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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