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레알마드리드와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2017 유럽축구연맹(UEFA) 슈퍼컵’에서 격돌한다. 원래대로라면 대등한 위치에서 만나야 하는 명문 구단이지만 이번엔 맨유 쪽이 도전자 입장이다.

슈퍼컵은 9일(한국시간) 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에 위치한 필리포스 2세 경기장에서 열린다. 레알은 2016/2017 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팀, 맨유는 같은 시즌 EUFA 유로파리그 우승팀 자격으로 참가한다. 두 유럽 대회의 우승자가 단판 경기로 진정한 유럽 챔피언을 가리는 이벤트성 대회다.

보통 UCL 우승팀이 세계적 명문, 유로파리그 우승팀은 규모가 조금 떨어지는 팀인 경우가 많다. 맨유는 유로파리그 우승팀이라는, 기존 팀 명성에 걸맞지 않는 신분으로 참가한다. 맨유는 1996/1997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UCL에 연속 참가했다. UCL 조별리그에서 미끄러진 팀은 유로파리그에 참가하게 되지만, 이 경우조차 2011/2012시즌 한 번뿐이었다. 유로파리그에 참가할 일이 적었기 때문에 우승 기회도 없었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떠난 2013/2014시즌부터 과도기를 겪고 있는 맨유는 2015/2016시즌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5위에 그쳤고, 이를 토대로 2016/2017시즌 유로파리그에 참가해 우승까지 차지했다.

우승 이력을 봐도 맨유가 도전자에 가깝다. 레알은 슈퍼컵에서 세 번 우승했다. 바르셀로나, AC밀란(각각 5회)에 이어 이 부문 3위다. 특히 최근인 2014년과 2016년 UCL에 이어 슈퍼컵까지 우승하며 명실상부한 유럽 최강자로 군림해 왔다. 반면 맨유는 1991년 한 번 우승한 것이 전부다. 1999년과 2008년 UCL 우승팀 자격으로 참가했지만 각각 라치오, 제니트상트페테르부르크에 패배했다.

맨유가 유일하게 우승한 1991년에도 ‘마이너’였다는 점은 흥미롭다. 당시 슈퍼컵은 UCL의 전신인 유러피언컵 우승자와 각 나라의 컵대회 우승팀들 중 다시 챔피언을 겨루는 컵위너스컵 우승자의 대결이었다. 맨유는 컵위너스컵 우승자 자격으로 참가했다. 유러피언컵 챔피언은 구 유고슬라비아(현재 세르비아 1부 소속) 명문팀 레드스타베오그라드였다. 맨유는 브라이언 맥클레어의 골로 1-0 신승을 거뒀다. 라이언 긱스가 유망주로 교체 출장하던 시절이다.

1991년은 퍼거슨 감독 초창기였다. 퍼거슨 감독은 1986년에 부임해 1989/1990 FA컵으로 첫 트로피를 땄다. 이 성과를 바탕으로 1990/1991 컵위너스컵에서 우승했고, 슈퍼컵 우승까지 이어졌다.

슈퍼컵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트로피지만, ‘퍼거슨 전성시대’ 초창기를 대표하는 성과 중 하나였다. 지금 맨유는 퍼거슨 감독의 빈 자리를 제대로 대체하지 못해 혼란을 겪다가 주제 무리뉴 감독 아래서 수습을 꾀하는 중이다. 이번 슈퍼컵에서 우승한다면 ‘포스트 퍼거슨 전성시대’를 알리는 기분 좋은 시즌 출발이 될 수 있다.

레알은 단기전에 강하다. 21세기 들어 UCL에서 2002년, 2014년, 2016년 세 번 우승했다. 세 번 모두 UEFA 슈퍼컵과 FIFA 클럽월드컵(202년은 인터콘티넨탈컵)까지 석권하며 이론의 여지 없는 유럽 챔피언, 세계 챔피언으로 등극했다. 프리 시즌을 대부분 걸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맨유전에 맞춰 복귀할 전망이다. 완벽한 1군 전력으로 맨유의 도전을 저지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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