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성남FC가 국내 프로 구단 최초로 e스포츠를 통한 해외 스폰서십을 성사시켰다. 시민구단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는 한 가지 방안이 생겼다. 성남으로서도 뜻밖의 후원자였다.
성남이 프로게이머 김정민을 영입한 건 지난해 8월이었다. 아시아 최초였다. 독일 볼프스부르크, 잉글랜드 웨스트햄 등 유럽 축구 클럽이 프로게이머를 영입하는 추세에 주목했다. 성남 인근 지역에 IT 기업이 많고, ‘피파 온라인 3’ 개발사 넥슨도 성남 판교에 위치해 있다. 김정민 영입은 연고지 맞춤형 전략이기도 했다.
큰 수익을 기대한 적은 없었다. 김정민은 성남에서 고정 급여를 받는 대가로 구단 홍보를 돕기로 되어 있었다. 각종 대회에서 성남 유니폼을 입고, 게임 속 팀도 성남을 기반으로 구성하는 홍보였다.
김정민이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며 성남은 뜻밖의 효과를 얻었다. 지난해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EA 챔피언스컵에서 김정민이 맹활약해 한국의 우승을 이끌었다. 김정민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축구 게임 챔피언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대회를 본 중국 스포츠 기업 ‘레프션(Leftion)’이 성남에 접촉했다. 레프션 관계자가 성남을 찾아 미팅을 가질 때만 해도 e스포츠 챔피언 김정민을 초청하는 것이 협상의 전부였다. 레프션은 중국 물류업체 64개 회사가 참가하는 아마추어 대회 ‘물류컵’의 주관사다. 아마추어 대회지만, 참가사 중 한 곳의 직원이 25만 명일 정도로 규모가 크다.

레프션은 물류컵의 부대 행사로 e스포츠 이벤트를 열기 위해 ‘귀빈’을 물색했다. 마침 상하이에서 맹활약했던 김정민이 포착됐고, 김정민의 ‘소속사’인 성남으로 연락이 왔다. 성남도 처음에는 김정민을 보내주는 정도의 협조를 하려 했다. 그런데 물류컵에서 e스포츠 대회가 독립하며 덩치를 키웠다. 올해 9월 개최될 예정인 ‘e스포츠 물류컵’을 앞두고 레프션과 성남이 더 적극적으로 교류했다.
성남 측은 레프션의 사업 방향을 보며 김정민에 대한 스폰서십을 제안했다. 김정민의 유니폼과 탄천종합운동장 전광판에 레프션 광고를 노출하고, 올여름 성남이 개최할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의 메인 스폰서까지 레프션이 맡는 조건이었다. 2억 원 규모의 스폰서십을 레프션이 흔쾌히 승낙하며 거래가 성립됐다. 성남FC 선수들과 별개로 김정민에게만 붙는 스폰서가, 그것도 2억 원 규모로 생긴 것이다.
세 차례 미팅을 통해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지자, 실무 작업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이석훈 성남 대표이사와 실무자들은 지난 27일 중국 선전 시에 위치한 웨스턴 호텔에서 협약 체결 기자회견을 열었다. 중국에서 40개 매체가 취재했다. 순식간에 벌어진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성남 측은 기자회견 직전까지 계약 조건을 검토했고, 차질 없이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기자회견 앞뒤로 레프션의 모기업인 중정그룹, 광동성 지역 축구 관계자 등 다양한 계층이 성남 측과 만났다. 성남은 뜻밖에 구단주 덕을 보기도 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대선주자였던 지난 3월 중국 ‘CC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사드(THAAD, 종말고고도지역방어 체계)에 대한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인들에겐 가장 마음에 드는 대통령 감이었다. 이 시장의 인터뷰는 중국 동영상 사이트에서 약 9,000만 조회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성남 구단 측은 이 시장의 인기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 축구인들이 먼저 이 시장의 이름을 거론하자 깜짝 놀랐다. 이 시장의 동영상을 계기로 분위기가 더 화기애애해졌다.
성남은 2억 원 후원을 받아내며 한국 프로 스포츠에 없었던 새로운 수익 루트를 창출해 냈다. 일찍 e스포츠로 범위를 확장해 둔 덕분에 얻은 뜻밖의 수익이었다. 성남 관계자는 “기업구단의 모기업 스폰이나 지자체 관련 기업이 아닌 이상, 액수를 막론하고 현금 후원 자체가 쉽지 않다. 이번 협약의 액수도 훌륭한 편이지만, 액수를 떠나 존재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성남은 앞으로 중국 축구계까지 발을 넓힐 가능성을 열어뒀다. 레프션은 중국 선전 시에 83만 평 규모의 스포츠 교육 테마 파크를 만든다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사업을 한국 축구계와 연계할 경우, 자연스럽게 성남이 파트너로 들어갈 수 있다. 또한 광둥성 지역 축구계는 유소년 육성이 중점 사업이다. 성남은 코치 파견, 한국의 육성 노하우 전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조할 수 있게 됐다. 성남시와 선전시는 축구를 통한 지역 교류를 모색할 수 있다.
사진= 성남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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