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한국 대표 선수들이 가장 많이 진출한 리그, 돈의 액수만으로도 화제를 모으는 리그, K리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리그. 모두 중국슈퍼리그(CSL) 이야기다. 중국인들의 돈봉투 너머를 보려 노력해 온 'Football1st'가 중국 축구 '1번가'의 현재 상황과 그 이면을 분석한다. 가능하다면 첫 번째로. <편집자주>

중국축구협회는 지난 24일 외국인 선수 관련 규정을 과격하게 바꿨다. 신설된 규정은 크게 두 가지다.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때 이적료와 같은 액수를 유소년 육성기금으로 축구협회에 헌납하라는 것과, 최소한 외국인과 같은 숫자의 23세 이하 선수가 선발 출장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여름 이적시장을 준비하고 있던 중국 구단들에 비상이 걸렸다. 외국인 선수의 몸값을 떨어뜨리기 위한 움직임은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원래 5명이던 외국인 선발 출장 한도를 3명으로 축소시켰다. 이미 5명을 확보해 둔 팀들은 2명을 관중석에 앉혀야 했다. 한국인 선수들의 출장이 어려워진 계기였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지나친 이적료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 발단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번에 신설된 유소년 육성기금은 외국인의 보유, 출장에 대한 제약을 넘어 영입 자체에 제동을 거는 방식이다. 중국슈퍼리그의 여러 구단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여러 구단이 외국인 선수의 교체를 고려중이었다. 새 규정은 이적료 수입을 고려하지 않고 지출만 따진다. 두 명을 내보내고 한 명만 영입하더라도 지불한 이적료만큼을 축구협회에 바쳐야 한다. 과소비뿐 아니라 현재 보유하고 있는 선수를 비슷한 몸값의 다른 선수로 대체하는 것 역시 어려워졌다.

현장 반응은 갈린다. 이번 조치를 통해 중국 이적시장이 큰 폭으로 쪼그라들 거라는 전망이 있다. 아무리 갑부 구단들이라고 해도 수백억 원을 고스란히 축구협회에 납부하는 건 부담스럽고 억울하다. 현재 보유한 스타 선수를 지키고, 추가 영입은 가급적 자제할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한편 새 규정의 영향력은 약할 거라는 관측도 존재한다. 중국축구협회는 이적료만 문제 삼는다. 완전이적이 아닌 임대, 자유계약, 선임대 후이적 등의 방식을 취할 경우 제약을 걸 수 없다. 중국 구단들은 이적료가 들지 않는 선수를 찾아 선수 시장 곳곳을 뒤지게 될 수도 있다. 이적료를 아끼는 만큼 연봉은 더 뻥튀기되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엑소더스가 예정돼 있던 한국 선수들에게 미칠 영향도 관심사다. 한국 선수들 상당수가 출장 기회를 찾아 중국을 떠날 전망이었다. 그러나 이번 규정의 여파를 방어하고자 하는 구단은 기존 선수를 최대한 지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수도 있다. 여기 속한 한국인 선수는 강한 잔류 권고를 받게 된다.

23세 이하 의무 기용 규정도 큰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선수를 3명 기용하는 팀은 23세 이하도 똑같이 3명을 확보해야 한다. 유망주 쟁탈전이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경기력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도 크다.

중국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라는 뜻밖의 효과가 예상되기도 한다. 선발 라인업에 외국인 3명과 23세 이하 3명이 포함되면, 24세 이상인 중국인 선수는 한 팀에서 단 4명만 선발로 뛸 수 있다. 극심한 주전 경쟁이 시작된다. 중국에서 모두 소화하지 못하는 선수들은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해외 경험이 있는 일부 선수들은 이미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슈퍼리그를 떠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글= 김정용 기자(중국 톈진)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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