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는 365일, 1주일 내내, 24시간 돌아간다. 축구공이 구르는데 요일이며 계절이 무슨 상관이랴. 그리하여 풋볼리스트는 주말에도 독자들에게 기획기사를 보내기로 했다. Saturday와 Sunday에도 축구로 거듭나시기를. 그게 바로 '풋볼리스트S'의 모토다. <편집자 주>

최고 무대에는 최고 선수가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득점왕 경쟁은 언제나 ‘별들의 전쟁’이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 전에 라울 곤살레스와 뤼트 판 니스텔로이가 있었고, 이들 전에는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와 에우제비우가 경쟁했다. ‘풋볼리스트’가 별들의 전쟁에서 가장 빛났던, 빛나고 있는 골잡이들의 경쟁구도를 정리했다.

2014년까지 UCL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공격수는 라울 곤살레스였다. 라울은 2014년 5월 리오넬 메시에게 대회 최다골 기록을 빼앗긴 뒤 곧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도 추월당했다. 득점 숫자로 보자면 이제 라울은 대회 역사상 세 번째로 많은 골을 넣은 공격수다. 1위의 목록에선 빠졌지만, 1위나 3위나 위대한 건 마찬가지다. 라울이 남긴 골의 아름다운 곡선의 기억은 소멸하지 않는다.

라울은 UCL에서 역사상 가장 꾸준한 공격수였다. 1995년부터 2011년에 걸쳐 UCL에 15시즌 출장했고, 모든 시즌에 골을 넣었다. 데뷔 초반 레알의 핵심 골잡이였던 라울은 1999/2000, 2000/2001시즌 두 차례 득점왕을 차지했다. 그 뒤로는 레알 동료들을 뒷받침하는 미드필더 역할을 하느라 골의 숫자가 줄어들었지만 매 시즌 꾸준히 득점을 추가했다. 샬케04로 이적한 2010/2011시즌에도 팀을 4강까지 올려놓는 영웅적인 활약 속에서 팀내 최다인 5골을 기록했다.

라울은 결승전의 사나이로 기억되기도 한다. 레알의 우승을 세 번 이끌었던 라울은 그중 1999/2000, 2001/2002시즌 결승전에서 골을 기록했다. 라울은 위대한 챔피언의 자격을 매년 증명하고 있었다.

라울은 감각과 끈기를 동시에 갖췄고, 그의 명장면은 우아하거나 끈기로 감탄을 일으켰다. 2001/2002시즌 안덜레흐트전과 2008/2009시즌 제니트전에서 넣은 골은 ‘우아함’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라울의 가장 큰 특기였던 칩슛으로 골키퍼 머리를 넘겨 득점했다. 한편 2005/2006시즌 로젠베리를 상대로 득점했을 때는 문전으로 순식간에 침투해 퍼스트터치와 슛 동작만으로 일종의 ‘팬텀 드리블’을 해낸 센스가 돋보였다. 왼발 퍼스트 터치만으로 수비수와 골키퍼를 모두 제친 뒤 오른발로 바로 밀어넣은 기술이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라울의 시대가 이어지는 동안, 그 위용에 도전한 위대한 공격수들이 있었다. 티에리 앙리, 안드리 셉첸코, 필리포 인차기, 디디에 드로그바, 알레산드로 델피에로 등이었다. 그중 가장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한때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 간 선수가 뤼트 판니스텔로이였다. 판니스텔로이는 대회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그만큼 경기 숫자가 적었다고 볼 수 있지만 대회당 득점력은 호날두와 메시 이전까지 최고 수준이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로 이적하자마자 최다득점자로 등극한 2001/2002시즌이 단적인 예다. 이때 맨유는 4강까지 진출했고, 판니스텔로이는 10골을 몰아쳤다. 이어 2002/2003시즌 무려 12골을 몰아치며 대회 최고 공격수의 위용을 확실히 굳혔다. 2차 조별리그가 있어 경기 숫자가 많던 시절이긴 하지만 팀이 8강에서 탈락했다는 걸 감안하면 다득점의 의미가 더 컸다. 특히 명승부로 남아 있는 8강전에서 레알마드리드를 상대로 1, 2차전 모두 골을 기록했다. 비록 맨유가 패배해 탈락하긴 했지만 판니스텔로이의 활약은 경기를 더 스릴 넘치는 블록버스터로 만들어줬다.

판니스텔로이가 팀의 중심이던 5시즌 동안 맨유는 한 번도 UCL을 우승하지 못했다. 2006년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한 판니스텔로이는 곧장 피치치(라리가 득점왕)를 차지하며 녹슬지않은 기량을 증명했지만, 레알에서 보낸 세 시즌은 팀의 UCL 암흑기였다. 결국 판니스텔로이는 대회 역사에 남을 위대한 공격수이면서도 빅 이어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라울과 판니스텔로이의 조합이라는 ‘꿈의 투톱’이 성사됐지만 소용 어벗었다. 11시즌에 걸쳐 참가해 56골을 넣은 것이 판니스텔로이의 기록이다.

아름다운 골이 많은 판니스텔로이의 컬렉션 중에서도 맨유 시절 바젤 원정에서 성공시킨 득점은 특히 예술점수가 뛰어났다. 상대 진영에서 직접 공을 빼앗은 판니스텔로이는 골라인을 타고 들어가는 아슬아슬한 드리블로 수비수들을 돌파한 뒤 각도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도 특유의 망설임 없는 마무리 슛을 날렸다. 명장면이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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