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프란체스코 토티는 실력에 비해 우승컵과 인연이 없는 ‘무관의 제왕’이다. 오는 여름 은퇴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시즌도 트로피 없이 마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지막 가능성은 이탈리아세리에A 역전 우승이다.

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로마 더비’로 열린 ‘2016/2017 코파이탈리아’(이탈리아 FA컵) 준결승 2차전에서 로마가 라치오를 3-2로 꺾었다. 그러나 지난 3월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던 라치오가 합계 전적 4-3으로 결승에 올랐다. 결승 상대는 6일 열리는 나폴리와 유벤투스의 대결을 통해 결정되며, 유벤투스가 1차전 3-1 승리로 크게 유리한 상태다.

두 팀 공격진의 존재감이 컸다. 라치오는 공격수 치로 임모빌레와 미드필더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가 각각 한 골을 넣고 서로의 골을 만들어주며 활약했다. 로마는 스테판 엘샤라위가 한 골을 넣는 등 맹활약했고 모하메드 살라가 두 골을 넣었다. 그러나 여러 차례 득점 기회를 놓쳤기 때문에 1차전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토티는 후반 36분 마지막 공격 강화 카드로서 그라운드를 밟았다. 로마에서 태어나 유소년 시절부터 로마에서 뛴 토티는 1993년 프로 데뷔 이후 20년 넘게 올림피코를 홈 구장 삼아 뛰었다. '로마 더비'도 압도적으로 많이 치러 본 선수다.

토티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시즌부터 로마에서 후보로 밀리며 은퇴설이 자주 제기됐다. 지난 3월에도 토티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고 구단 운영진으로서 제2의 축구 인생을 시작할 거라는 전망이 나왔다. 토티가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면 로마를 떠나 새 팀을 찾아야 하는데, 41세가 되도록 한 번도 이적하지 않은 선수가 이제 와서 팀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

토티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경우 마지막 시즌을 우승컵 없이 마치게 된다. 명문이지만 '빅 클럽'들보다 규모가 작은 로마를 지킨 토티는 늘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이탈리아세리에A에서 2000/2001시즌 한 번 우승했을 뿐이고 준우승만 8차례였다. 이번 시즌 UEFA 유로파리그도 도전했지만 16강에서 올랭피크리옹에 밀려 탈락했다.

마지막 대회였던 코파이탈리아에선 준결승까지 오르며 우승 가능성을 높였으나 지난 1차전 패배 이후 패색이 짙었다. 결국 탈락했다. 로마는 토티와 함께 하는 동안 코파에서 두 번 우승하고 5번 준우승에 그치며 ‘준우승 전문’다운 모습을 이어갔다. 토티가 마지막으로 우승컵을 든 건 2008년 코파였다. 이후 9시즌 동안 무관이었다.

이탈리아세리에A 우승 가능성이 산술적으로 남아 있다. 리그 일정이 8경기 남은 가운데 선두 유벤투스와 2위 로마의 승점차는 6점이다. 그러나 유벤투스는 라치오, 인테르밀란, 나폴리 등 어려운 상대와의 후반기 일정을 이미 마쳤다. 남은 일정이 그리 까다롭지 않다. 로마가 홈에서 유벤투스와 맞대결을 갖는다는 것이 유일한 역전 가능성이다. 이 가능성을 살리지 못하면 올해도 로마는 우승컵 없이 시즌을 마치게 된다.

문제는 로마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코파 결승에 오르지 못할 경우 경질될 거라는 현지 보도로 흔들려 왔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내 운명은 내 손 안에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니고 내게 달린 일”이라며 위기설에 반박했다. 후임으로 루이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이 부임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주전 수비수 코스타스 마놀라스는 인테르밀란 이적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영입 수완이 탁월한 몬치 전 세비야 단장을 영입할 전망이지만 이번 시즌 성적과는 무관한 일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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