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화려한 공격진에 미치지 못하는 빈약한 득점력 문제를 또 노출했다. 골을 위해 후반 45분을 극단적 공격 전술로 보내는 모험까지 감행했지만 간신히 페널티킥 한 골을 얻는 것이 한계였다.

5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에 위치한 올드 트래포드에서 ‘2016/2017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 홈 경기를 가진 맨유는 에버턴과 1-1 무승부를 거뒀다. 승점 54점이 된 맨유는 4위 맨체스터시티와 승점차가 4점으로 유지됐다.

전반전은 맨유와 에버턴의 슈팅 숫자와 유효슈팅 숫자 모두 똑같을 정도로 팽팽했다. 맨유가 징계에서 돌아온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중심으로 공을 돌리며 더 자주 문전으로 공을 투입했지만 결정적인 기회는 나지 않았다.

전반 21분, 코너킥답지 않게 정적인 분위기에서 에버턴이 기습적인 골을 터뜨렸다. 문전으로 날아간 킥을 애슐리 윌리엄스가 헤딩해 파포스트 쪽으로 보냈다. 필 자기엘카와 마르코스 로호의 일대일 대결 상황이 됐다. 다른 선수들이 모두 구경만 하는 가운데 자기엘카가 골문을 등진 상태에서 절묘하게 발을 대는 발리슛을 시도했고, 공은 약했지만 다비드 데헤아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가 골이 됐다. 자기엘카의 집중력과 행운이 섞여 만든 골이었다.

맨유는 거센 반격을 노렸지만 전반 29분 다니 블린트의 절묘한 프리킥이 호엘 로블레스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흘러나온 공을 마무리하려 한 안데르 에레라의 슛은 골대에 맞고 빗나갔다. 에버턴도 속공으로 기회를 노렸지만 로멜로 루카쿠의 돌파를 맨유 센터백들이 잘 저지했다.

역전이 절실해진 맨유는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교체를 단행하며 경기를 특이한 양상으로 밀어넣기 시작했다. 레프트백 다니 블린트가 빠지고 최근 부상으로 이탈해 있던 미드필더 폴 포그바가 들어갔다. 라이트백으로 뛰던 애슐리 영이 왼쪽으로 이동하며 일종의 변형 스리백이 됐다.

영은 전문 수비수가 아니기 때문에 후반전 맨유의 수비진은 정상적인 스리백 방어가 어려웠다. 영은 측면을 타고 공격 가담도 자주 감행했다. 결국 스리백이라기보다 포백에서 라이트백만 뺀 것 같은 기형적인 형태의 수비진이 됐다. 오른쪽 수비는 미드필더인 마이클 캐릭이나 에레라가 임기응변으로 돕고, 때론 센터백 에릭 바이가 오른쪽을 커버하며 미드필더가 중앙을 메워주는 등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구멍을 최소화했다. 비대칭 포메이션이었다.

미드필드부터 공격진까지 밀도가 높아진 맨유는 래시포드와 린가드의 측면 공격을 활용해 이브라히모비치, 마루앙 펠라이니, 폴 포그바 등의 머리를 노렸다. 전방 압박을 통해 경기 주도권도 장악했다. 후반 9분 영의 프리킥을 받은 포그바의 헤딩슛이 크로스바에 맞고 무산되지만 않았더라면 무리뉴 감독의 교체 전략은 멋지게 성공했을 것이다.

교체가 결실을 맺지 못하자 무리뉴 감독은 위태로운 전술을 그나마 지탱하고 있던 캐릭까지 후반 20분에 빼고 공격형 미드필더 헨리크 미키타리안을 투입했다. 영 대신 전문 레프트백 루크 쇼를 넣으며 비대칭 포메이션을 유지했다. 맨유는 더 공격적인 팀이 됐다. 포그바가 뒤로 후퇴해 캐릭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다.

정신없이 몰아치면서도 유효타는 만들지 못하던 맨유 공격은 후반 25분 이브라히모비치의 헤딩골로 결실을 맺는 듯 보였지만, 간발의 차로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면서 무효 처리됐다.

맨유의 끈질긴 공격은 경기 종료를 1분 남기고 마침내 페널티킥으로 보상 받았다. 쇼의 중거리슛을 손으로 막은 윌리엄스가 퇴장당했다. 윌리엄스는 헤딩을 하려던 것으로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팔이 공을 막았고, 핸드볼 파울을 통해 이득을 봤다는 사실이 분명했다. 퇴장과 함께 페널티킥이 주어졌고, 이브라히모비치가 가볍게 성공시켰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골이었다.

간신히 한 골을 넣긴 했지만 맨유는 이브라히모비치, 래시포드, 린가드, 미키타리안, 포그바 등 화려한 공격자원의 면면에 비해 빈약한 공격력 문제를 또 노출했다. 맨유는 앞선 5경기에서 5득점에 그치며 시즌 내내 이어진 공격력 문제가 더 심해질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에버턴을 상대로는 한 골이나 넣은 것이 다행이었다.

지난 시즌 EPL 최고 신인으로 꼽혔던 래시포드는 매 경기 윙어로 뛰며 득점 기회를 거의 잡지 못하고 있다. 에버턴전에서도 슛을 겨우 한 차례 날렸다. 결정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다. 햄스트링 부상에서 돌아온 포그바는 여전히 경기를 너무 어렵게 푼다는 문제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포그바가 간결한 공 처리로 공격 속도를 높이는 장면은 드물었다. 이날은 미키타리안도 영향력이 부족했다. 단조로운 고공 공격을 선택했기 때문에 앙토니 마르샬은 벤치에서 대기해야 했다.

대신 현재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루카쿠는 맨유 수비진이 잘 막아냈다. 이날 두 팀의 골 모두 돌발 상황에서 터졌다. 맨유 수비는 무실점으로 막을 능력이 있지만, 맨유 공격은 골을 넣을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 다시 확인된 경기였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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