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유지선 기자= 올 시즌 조연에 가까웠던 디보크 오리기(24)가 시즌 막판 리버풀을 극적인 승리로 이끌면서 ‘명품 조연’으로 활약하고 있다. 주연 못지않은 영향력이다.

8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 바르셀로나의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4강 2차전에서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됐다. 주인공은 리버풀이었다. 4강 1차전에서 바르셀로나에 0-3으로 패했던 리버풀은 안필드를 무대로 4-0 승리를 거두고 극적으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리버풀은 경기 전 핵심 선수들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특히 공격 쪽에 출혈이 컸다. 사디오 마네와 함께 막강한 3톱을 구성했던 로베르토 피르미누와 모하메드 살라가 나란히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된 것이다. 사타구니 부상에서 회복 중이던 피르미누는 4강 2차전 출전도 불가능했고, 설상가상으로 주말 경기서 뇌진탕 부상을 당한 살라까지 결장하게 됐다.

두 선수의 공백은 오리기와 세르단 샤키리가 메웠다. 오리기와 샤키리 모두 주연보다는 조연에 가까웠다. 특히 오리기는 올 시즌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에서 11경기(교체출전 8회)에 출전해 3골 1도움을 기록한 것이 전부였다. 원정팀들이 까다로워하는 안필드가 무대지만, 리버풀의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주변의 걱정 어린 시선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리기는 전반 7분 만에 바르셀로나의 골망을 흔들었다. 조던 헨더슨의 슈팅이 마르크안드레 테어슈테겐의 선방에 가로막혔고, 이것을 오리기가 악착같이 골문으로 밀어 넣으면서 선제골을 터뜨린 것이다. 이른 시간에 나온 오리기의 골은 팀에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었고, 선수들을 한발 더 뛰게 하는 힘이 됐다.

오리기는 마무리도 책임졌다. 3-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34분 코너킥을 차기 위해 선 아놀드가 키커를 바꾸려는 듯 걸어가다 재빨리 문전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이것을 오리기가 깔끔한 골로 마무리한 것이다. 리버풀에 UCL 결승 티켓을 안겨주는 귀중한 득점이었다. 오리기는 경기 종료 후 “부상당한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우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리기는 지난 5일 뉴캐슬유나이티드와 한 ‘2018/2019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37라운드 경기에서도 2-2로 팽팽하던 후반 42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뉴캐슬전을 무승부로 마칠 경우, 리버풀의 EPL 우승 도전은 마침표를 찍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때마침 오리기가 결승골을 터뜨렸고, 덕분에 리버풀은 최종전까지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뉴캐슬전을 마친 뒤 “마치 동화 같았다”고 감탄하던 클롭 감독은 이날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는 “내 인생을 통틀어 이런 경기를 본 적이 없다. 우리에게 굉장히 의미 있는 승리”라며 감격스러워했다. EPL과 UCL에서 모두 우승 희망을 이어가게 된 리버풀, 희망의 불씨는 모두 명품 조연으로 활약한 오리기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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