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리버풀과 바르셀로나의 경기 접근법은 1차전과 비슷했고, 리버풀 멤버가 오히려 약해져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리버풀의 4-0 대승이었다.

8일(한국시간) 영국의 리버풀에 위치한 안필드에서 ‘2018/2019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4강 2차전을 가진 리버풀이 바르셀로나를 4-0으로 꺾었다. 앞선 1차전 0-3 패배를 뒤집고 결승에 진출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리버풀은 토트넘홋스퍼와 아약스 중 한 팀과 결승에서 맞붙는다.

 

1차전과 비슷한 전술로 빈틈 노출한 바르셀로나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바르셀로나 감독은 1차전과 마찬가지로 4-4-2와 4-3-3의 혼합 전술을 들고 나왔다. 지난 시즌부터 발베르데 감독이 즐겨 쓴 방식이다. 4-4-2로 본다면 리오넬 메시와 루이스 수아레스가 투톱이다. 다만 미드필더 중 가장 왼쪽에 위치한 필리페 쿠티뉴가 측면으로 자주 전진하며 윙어처럼 뛰고, 오른쪽의 아르투로 비달은 중원 장악에 힘을 실으며 측면 미드필더보다 중앙 미드필더처럼 뛰었다.

지난 1차전에서도 잘 통하지 않았던 포진이다. 바르셀로나는 1차전에서 홈 이점을 안고도 자신들의 축구를 제대로 펼치지 못했다. 쿠티뉴를 빼고 라이트백 넬손 세메두를 투입, 세르지 로베르토를 미드필더로 전진시키는 수비적인 교체를 한 뒤 오히려 공격도 더 잘 풀렸다. 1차전에서 효과가 떨어진 전술을 또 들고나온 것이 발베르데 감독의 패착이었다.

이번에도 쿠티뉴는 부진으로 일관하다 바르셀로나 선수 중 가장 먼저 교체됐다. 메시가 중앙과 오른쪽을 넘나들며 공격을 전개하면, 왼쪽에서는 쿠티뉴가 공격 전개를 맡아야 했다. 그러나 쿠티뉴의 영향력은 미비했고 오히려 공을 자꾸 빼앗기는 모습만 보였다.

 

‘헤비메탈’을 부분적으로 시도한 리버풀, 그 중심에 오리기

리버풀은 4-3-3 포메이션을 유지했지만 디보크 오리기, 제르단 샤치리가 선발 출장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호베르투 피르미누와 모하메드 살라를 잃어버린 공백이 컸다. 세 골 차를 뒤집는 건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오리기, 샤치리는 주전 공격진보다 체력만큼은 잘 준비된 선수들이었다. 특히 오리기는 결정력과 문전 판단력 부족 때문에 성장이 정체돼 있지만 체력, 체격, 스피드를 겸비해 전방 압박 위주 축구를 할 때 큰 공헌을 해 온 선수다.

오리기는 부지런히 바르셀로나 수비진을 압박하며 리버풀의 초반 경기 장악에 큰 기여를 했다. 오리기의 활약상을 기록으로 확인하려면, 눈여겨봐야 할 건 바르셀로나 수비진의 패스 성공률이다. 빌드업의 최고 고수인 제라르 피케가 고작 79%, 클레망 랑글레가 83%, 조르디 알바가 81%, 롱킥을 하도록 여러 번 강요받은 골키퍼 마르크안드레 테어슈테겐은 58%에 그치며 수비진 중 상당수가 팀 평균(83%)에 못미치는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오리기가 직접 따낸 공은 기록에 집계되지 않지만, 오리기가 유발한 실수는 매우 많았다.

리버풀이 압박이 경기의 핵심이었다. 후반 9분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조르디 알바를 압박해 공을 빼앗은 뒤 헤오르히니오 베이날둠의 골을 이끌어냈다. 이 골 이후 바르셀로나가 킥오프하자마자 메시를 강하게 압박해 리버풀이 또 공을 따냈고, 이 공격이 베이날둠의 헤딩골까지 이어졌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인 미드필더는 비달이었다. 비달은 바르셀로나에서 유일하게 전방 압박, 몸싸움 등 ‘에너지’를 담당하는 선수였다. 이 경기 최다인 공 탈취 7회를 기록했다. 그러나 비달 혼자 압박한 바르셀로나와 달리 리버풀은 경기장 어디서든 누구든 압박을 통해 속공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그 차이가 곧 네 골 차이였다.

 

판다이크, 마팁, 파비뉴가 만들어낸 차이

바르셀로나 수비수들이 실수를 연발하는 동안 리버풀 수비수들은 우월한 신체 능력과 빠른 판단으로 여러 번 득점 기회를 창출했다. 리버풀 최고 몸값 선수인 피르힐 판다이크는 지난 1차전에서 너무 얌전한 수비를 하며 패배를 방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반면 이번에는 적극적인 몸싸움과 가로채기 시도를 통해 바르셀로나 공격을 일찍 끊고, 나아가 리버풀의 속공 기회를 만들었다. 메시가 타이밍을 빼앗는 드리블을 할 때 발을 쓱 내밀어 공을 빼낸 장면, 수아레스를 몸으로 밀어버리고 파울을 면한 뒤 바로 속공을 전개한 장면은 백미였다.

리버풀의 센터백 판다이크, 조엘 마팁과 수비형 미드필더 파비뉴 모두 188cm 넘는 키와 힘, 롱 패스 능력을 겸비했다. 공격 속도가 그만큼 빨랐다. 리버풀이 전체 패스 횟수는 422회 대 577회로 더 적었지만, 띄워 찬 패스(71회 대 60회)와 머리를 노린 패스(29회 대 23회)를 따로 집계해보면 모두 리버풀이 더 많았다. 또한 경기장을 셋으로 나눴을 때 상대 진영으로 투입한 패스 역시 163회 대 152회로 더 많았다. 과감하게 전방으로 전개하는 패스의 비중이 높았다는 뜻이다.

 

초반은 마네로 흔들고, 나중에는 풀백을 활용한 리버풀

리버풀은 공격 속도를 끌어올린 초반에 사디오 마네를 적극 활용했다. 마네는 왼쪽 윙어인 만큼 주로 바르셀로나의 라이트백인 세르지 로베르토의 배후 공간을 노렸다. 그러다 전반 중반에는 중앙 공격수처럼 자리를 바꾸고 있다가 스루 패스가 제공될 때 순간적으로 측면을 향해 침투했다. 가끔은 오른쪽에 가 있는 등 마네의 측면 공격이 초반 리버풀 공세의 핵심이었다.

선제골은 마네의 측면 활용, 그리고 위에서 본 센터백의 빌드업 능력이 결합된 장면이자 이 경기의 핵심이었다. 전반 7분, 바르셀로나의 레프트백 조르디 알바가 속공을 위해 리버풀 진영까지 질주했다가 미처 자기 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상태였다. 이를 눈치챈 마네가 알바가 비워 둔 자리로 이동해 공을 기다렸다. 알바는 동료들에게 손짓하며 커버 플레이를 요구했지만 완벽하지 않았다. 마팁의 롱 패스가 마네에게 날아갈 때 알바가 부랴부랴 수비로 복귀하며 끊어보려 했지만 헤딩 실수를 저질렀고, 여기서 시작된 리버풀 공격이 오리기의 득점으로 이어졌다.

바르셀로나는 지난 1차전에서 세메두 투입을 통해 마네의 공격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데 성공했다. 2차전에서도 세 골을 내준 뒤 세메두를 투입했다. 그러나 위르겐 클롭 리버풀 감독은 이미 측면 공격의 중심을 마네가 아니라 풀백들에게로 옮긴 뒤였다. 경기 템포가 느려졌기 때문에 당연한 선택이었다. 리버풀은 풀백을 활용한 측면 콤비네이션에 이어 약간 뻔하지만 저지하기 힘든 크로스를 많이 시도했다. 오른쪽에 배치된 왼발잡이 윙어 샤치리, 왼쪽에 배치된 오른발잡이 풀백 제임스 밀너가 여러 번 크로스 처리를 맡았다. 그러다 아놀드가 얻어낸 코너킥을 재치 있게 빠르게 처리하며 오리기의 마지막 골을 이끌어냈다.

오리기는 문전 마무리가 약간 미숙한 것이 단점이지만, 이날은 두 골 모두 발만 대는 슛으로 넣었다. 베이날둠의 골을 포함해 4골이 모두 원터치 슛으로 터졌다. 팀 플레이로 만든 득점이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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