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극심한 원정 부진에 빠져 있는 아스널이 왓퍼드를 꺾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행운이 필요했다.

16일(한국시간) 영국의 왓퍼드에 위치한 비커리지 로드에서 ‘2018/2019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33라운드를 치른 아스널이 1-0 신승을 거뒀다. 전반 10분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이 득점했다.

아스널은 앞선 12차례 원정 경기에서 2승 3무 7패로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2승 상대는 FA컵에서 만난 리그원(3부) 구단 블랙풀, EPL 최하위 허더스필드타운이었다. 이 정도로 전력차가 나지 않으면 원정에서 도무지 승리하지 못했다.

전례를 본다면 왓퍼드 원정은 아스널이 이기기 힘든 경기였다. 왓퍼드는 경기 전 10위로 중위권에 불과했지만, 승점은 7위 레스터시티와 단 1점 차이였다. ‘빅 6’ 바로 아래를 형성하고 있는 중상위권 팀 중 하나였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왓퍼드가 빠르게 자멸했다. 먼저 전반 10분 벤 포스터 골키퍼가 골을 헌납했다. 다릴 얀마트의 맥 패스를 받은 포스터가 골킥을 할 때 오바메양이 압박했다. 포스터는 오바메양이 다가오는 걸 인식하고도 어정쩡한 시점에 킥을 했고, 순식간에 달려든 오바메양의 슬라이딩에 걸린 공이 그대로 골대 안에 굴러들어갔다.

1분 뒤 왓퍼드의 정신적 지주 트로이 디니가 공을 쫓아 달려가다 팔꿈치로 루카스 토레이라의 얼굴을 가격해 퇴장 당했다. 아스널은 한 골 앞선 가운데 수적 수위까지 잡고 약 80분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아스널은 왓퍼드의 속공에 여러 차례 휘둘렸다. 이 경기의 슛 기회는 아스널이 19회 대 11회로 더 많았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은 오히려 왓퍼드가 더 많이 기록했다. 특히 골대에 맞은 슛은 두 번 다 왓퍼드가 기록했다. 전반 20분 크레이그 캐스커트의 슛이 베른트 레노 골키퍼의 손과 골대를 연달아 맞고 아슬아슬하게 튕겨 나왔다. 후반 17분 아담 마시나의 중거리슛이 골대에 맞고 무산됐다.

그밖에도 에티엔 카푸에의 강력한 프리킥을 레노가 선방했고, 안드레 그레이가 레노까지 제치고 슛을 시도할 때 아인슬리 메인틀라드-나일스가 몸을 던져 방어하는 등 왓퍼드의 동점 기회가 여러 차례 이어졌다. 아스널은 근근이 막아낼 뿐 추가골을 넣어 승리를 굳히지 못했다.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만한 행운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개나 따른 덕분에 아스널은 겨우 원정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아스널이 따낸 승점 3점은 앞으로 EPL 4위 경쟁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스널은 33라운드 현재 승점 66점으로 4위에 올라 있다. 3위 토트넘홋스퍼(승점 67)를 바짝 추격 중이다. 5위 첼시는 아스널과 승점이 같지만 한 경기를 더 치렀다. 6위 맨체스터유나이티드는 승점 64점이다.

아스널은 첼시, 맨유와 벌이는 4위 싸움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아스널의 극단적인 원정 부진을 감안하면 향후 일정에서 상대팀보다 원정의 숫자와 원정 대진이 더 중요하다. 아스널은 홈에서 크리스털팰리스(13위),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17위)을 만나게 된다. 두 경기 모두 잡아내야 4위를 지킬 수 있다. 원정에서는 울버햄턴원더러스(8위), 레스터시티(7위), 번리(14위)를 만나게 되는데 모두 왓퍼드 못지않게 까다로운 팀이다.

다음 원정에서는 운이 아닌 실력으로 승리할 수 있어야 아스널이 4위를 지키고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 돌아갈 수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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