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파주] 김정용 기자= 한국의 새로운 포메이션은 비교적 약체인 볼리비아를 상대로 위력을 발휘했다. 이번엔 강팀 콜롬비아를 상대로 두 번째 시험을 가질 차례다.

25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과 이재성이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26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한국과 콜롬비아의 국가대표 친선경기를 앞둔 공식 행사다.

한국은 지난 22일 4-1-3-2 포메이션을 도입하고 손흥민을 투톱 중 한 명으로 배치했다. 볼리비아를 시종 압도한 끝에 1-0 승리를 거뒀다. 벤투 감독은 볼리비아전 이후 훈련에서도 4-1-3-2 포메이션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며 콜롬비아전 역시 비슷한 전술을 쓸 거라고 예고했다.

 

하메스, 팔카오, 무리엘…

“콜롬비아를 분석했는데 개인능력이 출중하고, 국제무대 경험이 풍부한 선수 역시 많다. 호세 페케르만 전 감독이 아르헨티나 축구를 오랫동안 접목하면서 콜롬비아 축구를 발전시켰다. 러시아월드컵에도 출전한 강팀이다. 조직력이 잘 갖춰진 틀 안에서 월드 클래스 선수들, 즉 하메스 로드리게스, 라다멜 팔카오, 루이스 무리엘 등이 있다. 센터백도 토트넘, 에버턴 같은 팀에서 뛰는 세계적인 선수들이 있어 강팀이다.”

벤투 감독은 콜롬비아가 볼리비아보다 강팀이므로 한국을 더 괴롭혀 줄 거라는 기대를 밝혔다. 또한 콜롬비아는 지난 22일 일본전을 통해 동아시아 시차에 적응이 된 상태다. 한국 수비는 볼리비아보다 훨씬 강한 선수들을 상대해야 한다. 한국 공격은 토트넘홋스퍼의 다빈손 산체스, 에버턴의 예리 미나 등 스타 센터백을 뚫어야 한다.

벤투 감독은 볼리비아전의 전술을 토대로 콜롬비아전까지 치르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이번에도 4-1-3-2 포메이션과 공격적인 경기 운영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강팀 콜롬비아를 상대로 보고 싶은 건 상대가 조직, 개인 모두 강한 팀이기 때문에 모든 경기 순간에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다. 우리가 원하는 틀과 방향으로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지 확인하고 싶다.”

콜롬비아를 상대한다고 해서 수비에 치중할 생각은 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벤투 감독은 “볼리비아전도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순간을 공격적, 수비적으로 다 준비했다. 콜롬비아전 준비도 똑같다. 상대가 강하다는 게 우리 플레이를 하지 못한다는 변명거리는 아니다. 상대가 누구든 우리가 해 온 것처럼 경기를 지배하고, 최대한 공격을 많이 하려 한다. 상대 진영에서 플레이를 최대한 많이 하는 게 우리 목적이다. 상대도 그런 플레이를 하려 하므로 어렵고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 은사 케이로스, 한국과의 악연은 덮어둬

벤투 감독은 최근 콜롬비아 대표팀에 부임한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과 인연이 있다. 벤투 감독이 지난 1992년 포르투갈 대표 선수로 데뷔할 때 감독이 바로 케이로스였다. 한국식 개념으로는 사제지간인 셈이다. 벤투 감독은 그 밖에도 케이로스 감독과 기억나는 인연들을 더 이야기했다.

“좋은 기억이 대부분이다. 첫 번째는 포르투갈 대표팀에 데뷔할 때 감독이었다. 그리고 내가 스포르팅CP 감독일 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케이로스 감독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코치로서 맞상대한 적이 있다(2007/2008).”

벤투 감독이 케이로스 감독에 대한 존중을 밝힌 것과 달리, 한국에서 케이로스 감독은 꼭 꺾어보고 싶은 인물로 꼽힌다.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이란을 이끌면서 한국에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3년 한국 벤치에 ‘주먹 감자’를 날리는 등 신경전도 치열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이 점이 26일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며 선을 그었다.

“한국이 케이로스가 이란 감독인 동안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건 알고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제일 중요한 건 두 팀이 계속 월드컵에 함께 진출했다는 사실 같다. 계속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월드컵 모두 조 2위로 본선에 진출했다. 나도 계속 생각하는게 아시아 예선이 쉽지 않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 경기까지 확정하지 못했다는 점, 지난번에는 최대 승점 30점 중 15점만 따냈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 점이 나로 하여금 어려운 과정이라는 걸 알게 한다.”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내일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축구를 하다보면 그런 일(주먹감자 등)이 있을 수 있지만 과거는 덮어두자. 부탁드리고 싶은 건 국민들이 오셔서 우리를 응원해 주시고, 좋은 플레이가 분명 나올 테니 함께 즐겨주시고, 우리가 어려움을 겪을 때 힘을 불어넣어주셨으면 한다는 것이다.”

 

부상자 많지만, 콜롬비아전에 쓰려 했던 카드는 멀쩡하다

한국은 많은 부상자가 발생하며 인원이 줄었다. 원래 27명으로 소집한 한국은 김진수, 정승현이 이탈해 25명으로 볼리비아전을 치렀다. 여기에 지동원, 김승규까지 이탈해 선수단 규모는 23명이 됐다. 벤투 감독은 “부상 선수들이 발생했다고 해서 이 때문에 내일 선발 명단이 바뀌지 않았다”며 선발로 쓰려 했던 선수들은 괜찮다고 말했다. 이는 콜롬비아전 골키퍼로 김승규가 아니라 조현우, 구성윤 중 한 명을 염두에 뒀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 백승호 등 유망주들의 기용 여부에 대해 “딱히 정해놓은 건 없다. 언제 어떤 교체를 할지, 어린 선수를 넣을지 고참을 넣을지, 계획한 게 없다. 내일 전술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상황에 맞게 교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기자회견에 앞선 오전에 공식 훈련을 진행했다. 한국의 경기 상대 콜롬비아는 이날 오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공식 훈련을 갖는다.

약 6만 석인 서울 월드컵경기장 중 이번 경기에서 축구협회가 판매하는 좌석은 약 57,000석이다. 25일 아침까지 약 52,000석이 판매됐다. 예매로 판매되지 않는 분량은 현장판매로 전환한다. 지금 추이라면 이번 경기 역시 매진이 유력하다. 대표팀의 국내 평가전은 지난해 9월 벤투 감독 부임 이후 5경기 연속 매진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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