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중국슈퍼리그 최강 선수로 활약 중인 에란 자하비가 모처럼 유럽에서 자신의 기량을 증명했다. 이스라엘 대표팀 소속으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중견 강호 오스트리아를 무너뜨렸다.

25일(한국시간) 이스라엘의 하이파에 위치한 새미 오퍼 스타디움에서 ‘유로 2020’ 예선 G조2차전을 가진 이스라엘이 오스트리아를 4-2로 대파했다. 이스라엘이 1승 1무를 거두며 조 2위로 뛰어오른 반면, 오스트리아는 2전 전패로 6팀 중 5위까지 떨어졌다. G조는 이스라엘, 오스트리아에 폴란드, 슬로베니아 등 만만찮은 팀이 많아 가장 예측이 힘든 조로 꼽힌다. 오스트리아가 초반부터 불리한 처지에 놓였다.

이변이라 할 만한 결과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오스트리아는 23위로 중견 강호인 반면, 이스라엘은 92위로 약체에 속한다. 룩셈부르크(87위), 조지아(91위)보다도 낮다. 이변이라 할 만한 결과다.

대승을 이끈 선수가 자하비였다. 자하비는 중국슈퍼리그 광저우푸리에서 활약 중이라 동아시아 축구팬들에게 낯익은 선수다. 이스라엘 명문 아포엘텔아비브에서 뛰던 자하비는 2011년 이탈리아세리에A의 팔레르모로 진출했으나 1년 반만에 자국의 마카비텔아비브로 다시 이적했다. 2016년 여름 두 번째 해외 진출로 중국의 광저우를 택했다.

자하비는 아시아 무대에 딱 맞는 선수였다. 공격형 미드필더 자하비는 이적 첫 시즌 반년 만에 11골을 넣었다. 이어 2017년 27골로 득점왕을 차지했고, 2018년 20골로 득점 3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에도 두 경기에서 3골을 터뜨렸다. 더 유명한 선수도 많지만, 중국 무대에서는 자하비가 최강이다.

이스라엘 대표팀에서도 자하비는 준수한 활약을 해 왔지만, 여론은 곱지 않았다. 자하비는 이 경기 전까지 A매치 9골을 넣어 왔다. 그러나 중국파 자하비를 대표팀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 자하비는 이를 의식해 뒀다가 오스트리아전에서 맹활약한 뒤 마음껏 분을 풀었다.

자하비는 전반 34분, 전반 45분, 후반 10분에 딱 10분 간격으로 세 골을 터뜨려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자하비의 국가대항전 첫 해트트릭이다. 자하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제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보겠다. 특히 국가대표팀에 내가 더는 필요 없다고 했던 사람들 말이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위선적이다. 선수들은 지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내 축구 인생에서 최고의 경기다. 대표팀에 도움이 돼 기쁘다. 우린 느리게 출발했지만 불을 붙일 뭔가가 필요했을 뿐이다. 내가 그 불을 붙일 수 있어 기쁘다.”

한편 오스트리아는 ‘유로 2008’과 ‘유로 2016’에서 모두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고, 2002년 이후 한 번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는 등 화려한 선수단에 걸맞지 않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은 간판 스타 다비드 알라바가 빠졌지만 알렉산다르 드라고비치, 율리안 바움가르틀링거, 마르코 아르나우토비치, 막시밀리안 뵈버, 마르틴 힌터레거, 마르셀 사비처 등 빅리그에서 뛰는 유명 선수들이 대거 출장했다. 오스트리아가 이스라엘에 패배한 건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