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파울루 벤투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4-1-3-2 포메이션의 미드필더로 나상호를 기용하며 파격을 보여준 바 있다. 콜롬비아전에서도 이 방식을 고수할지 여부에 따라 전술이 달라진다.

한국은 22일 볼리비아를 1-0으로 꺾었고, 26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콜롬비아를 상대로 또 평가전을 갖는다. 선수들은 23일 오후부터 24일 낮까지 자유시간을 가진 뒤 다시 소집돼 훈련을 소화했다.

24일 훈련에서도 벤투 감독은 볼리비아전 포메이션이었던 4-1-3-2를 유지한 채 11 대 11 훈련을 진행했다. 콜롬비아전에서도 이 포메이션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벤투 감독이 부임 직후부터 유지해 온 빌드업, 방향 전환, 두뇌 싸움 등의 요소가 4-1-3-2 포메이션에서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두 번째로 확인할 경기다.

벤투 감독이 볼리비아전에서 4-1-3-2 포메이션을 자신만의 특이한 방식으로 가동했다고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요인이 나상호의 기용이다. 4-1-3-2 포메이션은 여러 가지 조합이 가능하지만, 가장 일반적인 건 다이아몬드 미드필더 배치의 한 갈래다. 수비형 미드필더 한 명 위에 공수 능력을 겸비한 미드필더를 3명 배치해 장악력을 높이는 것이다. ‘1966 잉글랜드월드컵’ 우승팀 잉글랜드가 구사해 유명해진 전술이다. 전설적인 미드필더 보비 찰튼을 비롯해 활동량과 공격력을 겸비한 미드필더 3명이 2선을 맡았다.

더 공격적인 조합도 가능하다. ‘유로 2004’에서 체코 대표팀은 4-1-3-2 포메이션의 2선을 파벨 네드베트, 토마스 로시츠키, 카렐 포보르스키로 구성했다. 네드베트와 로시츠키는 어느 정도 수비 가담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지만 당시 32세 노장인데다 전문 윙어라 수비 능력이 다소 떨어졌다. 당시 체코는 1966년 잉글랜드보다 훨씬 공격에 무게를 둔 조합이었다.

조합만 보면, 볼리비아전 한국은 2004년 체코와 비슷한 선수 구성으로 이뤄져 있었다. 2선에 배치된 선수 중 권창훈과 황인범은 중앙과 측면, 공격과 수비를 오가며 플레이할 수 있는 미드필더다. 반면 나상호는 원래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선수다. 지난해 광주FC 소속으로 K리그2 득점왕이었다. 그런 나상호를 2선과 3선을 오가는 미드필더로 기용한 것이 벤투 감독의 독특한 선택이었다.

벤투 감독은 나상호를 득점원이라기보다 공을 순환시키는 측면 미드필더에 가깝게 활용하고 있다. 나상호가 맹활약하며 벤투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었던 작년 11월 우즈베키스탄전이 대표적이다. 나상호는 다른 선수들 사이를 끝없이 돌아다니며 계속 패스를 연결했다. 골도 도움도 없었지만, 4-0 대승을 거둔 우즈벡전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 중 하나가 나상호였다. 벤투 감독도 이에 대해 만족감을 밝혔다. 나상호는 이번 대표팀 소집에서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이 “활동량”이라고 말함으로써 대표팀에서는 패스 연결이 가장 큰 임무라는 걸 드러냈다.

그러나 4-3-3의 윙어로서 팀 플레이를 성실하게 하는 것과, 애초에 팀 플레이에 대한 부담이 큰 4-1-3-2의 2선에서 뛰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나상호는 볼리비아전에서 지난 우즈벡전만큼 편안한 경기를 하지 못했다. 나상호가 있던 왼쪽 측면은 오른쪽 측면보다 공격이 잘 전개되지 않았다. 즉, 측면 공격에 딱히 도움을 준 것도 아니었다.

벤투 감독에게는 좀 더 미드필더스러운 선수들로 팀을 짤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이번 대표팀에서 이미 이탈한 선수가 김진수, 정승현 두 명이고 24일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선수로는 지동원과 권경원이 있다. 이들 중 미드필더는 없다. 벤투 감독은 볼리비아전 선발 멤버 주세종, 황인범, 권창훈에 당시 교체 투입된 이진현, 이승우, 이청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번 소집 멤버 중 아직 투입되지 않은 김정민, 이재성, 이강인, 정우영, 백승호도 미드필더다.

볼리비아전에서 나상호를 미드필더로 기용했다는 건 그날 벤투 감독이 얼마나 공격적인 포진을 짰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콜롬비아전에서 패스 전개와 수비 조직을 좀 더 개선하고 싶다면 전문 미드필더 카드를 꺼내는 것이 가능하다. 수비에 신경쓴다면 정우영과 김정민, 공수를 모두 개선하고 싶다면 이재성, 이진현, 백승호가 유력한 선택지다. 공격적인 팀 컬러를 유지하되 나상호보다 더 미드필드 플레이가 편안한 선수를 찾는다면 이청용, 이승우, 이강인이 있다.

볼리비아전은 팀 컬러를 유지하되 포메이션과 멤버 구성을 큰 폭으로 바꿨다. 콜롬비아전 역시 같은 기조 위에서 새로운 조합이 시험될 경기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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