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스트라이커 문제에 시달리는 독일은 원톱을 발굴하는 것도, 원톱 자리에 ‘가짜 9번’을 배치하는 것도 답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답은 가짜 9번을 두 명 쓰는 것이다.

25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에서 ‘유로 2020’ 예선 C조 2차전을 가진 독일이 3-2로 네덜란드를 꺾었다. 첫 경기만 치른 독일이 1승으로 조 3위에 올랐다. 약체 에스토니아와 벨로루시를 연파한 북아일랜드가 2승으로 조 선두에 올라 있고, 1승 1패인 네덜란드가 조 2위다. 현재 순위보다는 네덜란드와 독일의 맞대결에서 독일이 먼저 승리했다는 점이 더 의미 있다. 조 3위지만 현재까지 승자는 독일이다.

최근 독일을 괴롭혔던 네덜란드를 꺾었다. 네덜란드는 지난해 열린‘ 2018/2019 유럽축구연맹 네이션스리그(UNL)’에서 독일에 1무 1패를 안기며 2부 리그로 강등시킨 팀이다.

득점력 회복이 더 반갑다. 독일은 UNL 네 경기에서 경기당 평균 0.75득점에 그치는 심각한 빈공을 보였다.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경기당 0.67골만 넣고 탈락한 치욕이 반복됐다. 여기에 최근 친선경기인 21일(한국시간) 세르비아전까지 1-1로 비겼다. 네덜란드전을 통해 빈공을 털어냈다. 독일이 친선경기 아닌 대회 경기에서 3골을 넣은 건 지난 2017년 10월 아제르바이잔전 5득점에 이어 약 17개월 만의 일이다.

독일이 쓴 포메이션에 해답의 실마리가 있었다. 독일은 3-5-2 포메이션으로 경기했다. 그동안 원톱으로 뛰었던 티모 베르너, 가짜 9번으로 뛰었던 마르코 로이스가 모두 선발에서 빠졌다. 대신 윙어나 심지어 윙백으로 기용됐던 르로이 자네, 세르주 나브리가 투톱을 맡았다. 두 선수 모두 공격수보다 측면 자원에 가깝다. 변칙 기용이다. 두 선수 아래를 레온 고레츠카, 조슈아 킴미히, 토니 크로스의 중원이 받쳤다. 좌우 윙백을 니코 슐츠와 틸로 케러가 맡았다. 안토니오 뤼디거, 니클라스 쥘레, 마티아스 긴터 스리백 뒤에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가 배치됐다.

독일은 다양한 포메이션 실험을 해 왔지만 대회 경기에서 투톱을 쓰는 건 최근 보기 힘들었다. 지난해 월드컵에서 전 경기를 4-2-3-1로 치렀다. UNL 네 경기 모두 다른 포메이션을 시도했는데 4-3-3, 4-2-3-1, 3-4-3, 3-4-2-1이었다. 투톱을 시도한 적은 없었다. 나브리는 그 중 3-4-2-1로 경기했던 프랑스 원정에서 원톱을 맡은 적 있는데, 당시 독일은 필드골을 넣지 못했다.

이번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독일은 최근 세계 축구의 화두인 공수 전환 속도에서 확실히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발이 빠르고 측면, 중앙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자네와 나브리가 끝없는 침투와 돌파를 통해 네덜란드 수비를 계속 흔들었다.

윙백의 공격 지원도 탁월했다. 4-3-3 포메이션을 쓴 네덜란드의 풀백들보다 독일 윙백들이 기본적으로 더 전진 배치됐고, 기동력과 공격력에서 모두 앞섰다. 특히 왼쪽 윙백 슐츠는 국가대표 데뷔 이후 최고의 경기를 했다.

투톱이 모두 득점했다. 슐츠의 땅볼 크로스를 자네가 마무리하며 선제골을 넣었다. 나브리는 네덜란드의 간판 수비수 피르힐 판다이크를 측면부터 돌파하고 들어가 골문 구석으로 오른발 ‘감아차기’를 꽂아 넣었다. 센터 포워드가 판다이크와 경합하기는 힘들지만, 나브리처럼 판다이크를 측면으로 끌어내면 속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독일이 새로 도입한 3-5-2가 의미를 보여준 장면이다.

독일이 경기 전반을 장악한 건 아니었다. 독일이 두 골을 넣는 사이 네덜란드도 라이언 바벨의 중앙 침투를 통해 여러 번 득점 기회를 잡았으나 부활한 마누엘 노이어가 연달아 막아냈다. 그러나 최근 상승세인 네덜란드는 여전히 강했다. 멤피스 더파이가 이날도 네덜란드 공격을 이끌었다. 더파이의 프리킥을 마티스 더리흐트가 헤딩슛으로 마무리했고, 이어 더파이 스스로 동점골을 터뜨렸다. 네덜란드 문전에서 수비수들의 견제를 몸으로 버텨냈고, 공을 잠깐 잃어버렸지만 헤오르히니오 베이날둠이 재빨리 밀어준 공을 더파이가 차 넣었다. 더파이가 최근 얻은 능력인 몸싸움, 원래 탁월했던 킥이 모두 발휘됐다.

독일은 교체 카드까지 적중했다. 후반 43분 나브리를 빼고 로이스를 투입했다. 역시 ‘가짜 9번’이었다. 투입되고 2분 뒤, 로이스가 수비 배후로 침투하며 문전으로 패스를 보냈고, 과감하게 중앙으로 달려간 슐츠가 이 공을 골로 마무리했다. 독일의 극적인 승리였다.

독일은 2선에 창의적인 패서가 부족했고, 기존 4-2-3-1 포메이션이 모든 포지션을 준수한 선수로 채웠긴 하지만 에너지와 공수 전환 속도가 부족하다는 약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선언하기도 했다.

이날 독일은 슛 시도 횟수에서 11회 대 16회로 네덜란드보다 뒤쳐졌다. 점유율, 패스 성공률도 더 낮았다. 그러나 공중볼 획득, 태클 성공 횟수, 태클 성공률에서 모두 우위를 점했다. 이를 바탕으로 빠른 속공을 전개했다. 나브리와 자네가 서로 패스를 제공하며 네덜란드 포백을 무너뜨리는 모습도 보였다. 새로운 전술의 힘으로 소중한 1승을 거뒀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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