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를 연고로 하는 츠르베나즈베즈다가 ‘2018/2019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홈에서만큼은 어느 강호를 만나도 더 강하다.

7일(한국시간) 베오그라드에 위치한 스타디온 라이코 미티치에서 UCL C조 4차전을 치른 츠르베나즈베즈다가 리버풀을 2-0으로 꺾으며 이번 대회 가장 큰 이변을 일으켰다. 전반 22분과 전반 29분, 한때 첼시에서 뛰었던 마르코 마린이 두 차례 어시스트를 했고 밀란 파브코프가 모두 마무리했다.

4차전까지 치른 4개 조 중에서 C조가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C조 선두 나폴리(승점 6)부터 리버풀(승점 6), 파리생제르맹(승점 5), 츠르베나즈베즈다(승점 4)까지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다. 넷 중 어느 팀이 16강에 진출할지 전혀 예상하기 힘들다.

애초에 C조는 3강 1약 구도로 보였다. 각 리그의 강호인 나폴리, 리버풀, PSG가 16강 진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츠르베나즈베즈다는 일찍 도태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모든 팀이 동등하게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츠르베나즈베즈다는 동유럽 구단의 전통대로 홈에서 강하고, 원정에서는 약하다. 홈에서 나폴리와 0-0 무승부를 거둔 데 이어 리버풀을 잡아냈다. 반면 원정에서는 PSG에 1-6, 리버풀에 0-4로 대패를 당했다. 홈과 원정 성적이 극단적으로 다르다.

남은 일정을 볼 때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츠르베나즈베즈다와 어디서 경기하느냐 여부다. 이 점을 감안하면 나폴리가 가장 유리하다. 나폴리는 츠르베나즈베즈다와 홈 경기를 갖는 유일한 팀이다. 반면 PSG는 츠베르다즈베즈다 원정 경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가장 껄끄럽다.

츠르베나즈베즈다는 레드스타베오그라드라는 영어식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세르비아의 대표적 명문 구단이다. 1990/1991시즌에는 UCL(당시 유로피언컵) 우승을 차지했지만, 2000년 이후로 한 번도 본선에 진출하지 못했다. 예선에는 몇 번 참가했지만 모두 일찌감치 탈락해 유로파리그로 밀려났다. 유로피언컵이 UCL로 재편된 뒤 이번 시즌 처음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돌풍은 지난해 블라단 밀로예비치 감독을 선임하면서 시작됐다. 선수 시절에 그리 주목받지 못했고, 감독이 된 뒤에도 세르비아와 그리스에서 경력을 이어오던 감독이었다. 밀로예비치 감독은 2017/2018시즌 부임 즉시 팀을 세르비아 정상에 올려놓는 동시에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이어 이번 시즌에는 UCL에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자국리그에서는 츠르베나즈베즈다를 막을 팀이 없다. 15라운드까지 14승 1무, 40득점 8실점으로 완벽한 성적을 냈다. 40득점을 16명이 나눠 넣었고, 팀내 최다 득점자가 겨우 5골 득점에 불과할 정도로 공격 루트가 다양하다. 자국 리그에서 29명이나 활용하며 다양한 선수를 고루 활용한다.

아시아에서 데려간 선수들이 중심에 있다는 점이 독특하다. 팀내 최다 출장 시간을 기록 중인 수비수 밀로스 데게네크는 크로아티아 태생이지만 호주 대표로 활약 중이며, 가장 최근에는 J리그의 요코하마마리노스에서 뛰다가 이번 시즌부터 츠르페나즈베즈다에 합류했다. 주전 공격수 리치몬드 보아케는 중국의 장쑤쑤닝으로 이적했다가 다시 츠르페나즈베즈다로 돌아왔다. 수비수 라시드 수마일라는 쿠웨이트 구단인 카드시아에서 영입한 선수다.

그밖에도 러시아, 슬로바키아, 그리스, 프랑스, 키프로스, 터키, 포르투갈, 노르웨이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세계에서 선수를 긁어모았다. 특히 해외 구단에서 뛰던 세르비아 국적 선수를 영입하는 데 신경써 선수단을 강화했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홈 어드밴티지다. 세르비아는 전통적인 ‘죽음의 원정’으로 유명했다. 광적인 열기로 유명한 즈베르다 관중들은 홍염과 그라운드 난입 때문에 최근 두 차례 UCL 원정 경기에서 입장 금지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리버풀의 코소보계 혈통 선수인 제르당 샤치리는 세르비아 홈 관중들과의 민족 감정 때문에 관중을 자극할까봐 아예 원정에 불참했다. 밀로예비치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홈 팬들의 성원은 우리에게 특별한 힘을 준다. 이번 경기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예고대로였다.

이제 PSG 선수들이 베오그라드 축구팬들의 과격한 응원 분위기를 겪어야 한다. 츠르베나즈베즈다는 29일 나폴리 원정, 12월 12일 PSG와 갖는 홈 경기로 UCL 조별리그를 마친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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