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잊혀진 유망주 마르코 마린(29)과 세르비아의 젊은 스트라이커 밀란 파브코프(24)가 리버풀을 무너뜨렸다. 두 선수의 활약으로 과거 유럽을 호령하던 FK츠르베나즈베즈다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개편 이후 세르비아팀 역사상 본선 첫 승을 따냈다.

즈베즈다는 7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스타디온 라이코 미티치에서 열린 ‘2018/2019 UCL’ C조 4차전에서 리버풀을 2-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파브코프는 2골을, 마린은 2도움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리그 무패 팀간의 대결이었다. 홈팀 즈베즈다는 리그 15경기에서 14승 1무를 기록하며 선수를 질주하고 있고, 리버풀 역시 리그에서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패배가 없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리버풀이 앞서는 게 당연했다. 리버풀은 전 시즌 결승 진출팀이다. 나폴리, 파리생제르망(PSG)과 함께 C조 1위를 다툴 것으로 예상된 팀이었다. 홈에서 열린 C조 3차전에서도 리버풀은 즈베즈다를 4-0으로 완파했다.

즈베즈다는 대표적인 ‘홈 깡패’다. 홈 34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고 있었다. 베오그라드에서 즈베즈다를 꺾은 팀은 지난 해 원정을 왔던 아스널 이후 아무도 없다. FC쾰른, CSKA모스크바, 레드불잘츠부르크와 나폴리도 베오그라드 원정에서는 승리하지 못했다.

수비적인 경기를 펼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즈베즈다는 움츠리지 않았다. 3차전에 결장했던 마린을 중심으로 빠른 공격을 전개했다. 마린을 앞세워 중앙과 왼쪽 측면을 흔드는 즈베즈다의 공격에 리버풀은 당황했다.

즈베즈다는 비교적 빠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었다. 전반 22분 오른쪽에서 마린이 올린 코너킥을 파브코프가 골로 연결했다. 193cm의 장신 공격수 파브코프는 수비수들의 견제를 피지컬로 이겨내고 자신의 UCL 데뷔골을 만들었다.

전반 29분 터진 즈베즈다의 두 번째 골도 마린과 파브코프가 합작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마린이 전방으로 침투패스를 넣자, 파브코프가 이 공을 받아 드리블을 시도했다. 리버풀 선수들이 공을 끊어내기 위해 달라붙었지만 파브코프의 힘을 당해내지 못했고, 파브코프는 먼 거리에서 슈팅을 시도해 골망을 흔들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호베르투 피르미누와 조 고메즈를 투입하며 공격과 수비를 모두 보강했다. 그러나 홈에서 2골을 먼저 넣은 즈베즈다는 전체적인 라인을 뒤로 무르고 필사적으로 수비했다. 리버풀이 때린 슈팅 22개 중 유효슈팅으로 연결된 건 단 3개뿐이었다. 슈팅 9개는 몸을 날린 즈베즈다 수비수들에게 걸렸다.

즈베즈다는 레드스타베오그라드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팀이다. 1991년 UCL 전신인 유러피언컵 우승을 차지하며 정상에도 오른 팀이다. 같은 해 남미 챔피언과 만나는 도요타컵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영광의 시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유고슬라비아 내전이 발생한데다, 유고 팀 전체가 유럽대항전 출전 자격을 잃으며 핵심 선수들이 해외로 떠나버렸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합류한 두 선수로 인해 즈베즈다는 리버풀을 꺾을 수 있었고, 유럽의 주목을 받게 됐다. 도움 2개를 기록한 마린은 독일 축구가 기대하던 유망주였다. 어린 나이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첼시로 이적했으나, 이후 부상과 부진이 이어지며 6팀을 전전했다. 올 시즌 즈베즈다로 이적한 후로는 9경기에서 3골 5도움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2골을 넣은 파브코프도 주목할 만한 선수다. 지난 시즌 세르비아리그에서 33경기 23골을 넣었다. 임대 복귀한 올 시즌에도 17경기 7골 1도움으로 좋은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리버풀이 즈베즈다에 패하면서 C조는 혼돈에 빠졌다. 4경기씩 치른 현재 리버풀과 나폴리가 승점 6점으로 동률을 이루고 있다. PSG는 승점 5점, 즈베즈다는 승점 4점으로 뒤를 잇고 있다. 산술적으로는 모든 팀에게 토너먼트 진출 희망이 남아있다. 즈베즈다가 나폴리와 PSG를 상대로도 고춧가루를 뿌린다면 C조는 진정한 죽음의 조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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