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7/2018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 주>

독일 분데스리가가 잉글랜드 출신 유망주들의 새로운 행선지로 떠오르고 있다. 유망주가 자리 잡기 힘든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의 현실 그리고 올 시즌 제이든 산초(보루시아도르트문트)가 보인 활약이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2017년, 잉글랜드 축구계는 유망주들의 활약에 상기된 모습이었다. 잉글랜드 연령별 대표팀은 지난해 6월 한국에서 열린 ‘2017 FIFA U-20 월드컵’과 10월 인도에서 열린 ‘2017 FIFA U-17 월드컵’을 연달아 제패했다.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최초였다. 1966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우승 이후 FIFA가 주관하는 각 연령별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적이 없던 잉글랜드는 흥분했다. 현역 은퇴 후 해설자로 활동하고 있는 게리 리네커는 “새로운 황금 세대의 등장”이라며 기뻐했다.

그러나 잉글랜드의 유망주들은 소속팀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수준 높은 무대에서 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탓에 성장도 정체될 수 밖에 없다. 결국 그들은 간절한 기회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가 강력히 그들을 유혹하고 있다.

리버풀의 리안 브루스터는 잉글랜드에서 가장 유망한 선수 중 한 명이다. 지난해 U-17 월드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잉글랜드의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영광은 잠시였다. 아직도 리버풀과 정식 프로 계약을 맺지 못했다. 많은 팀들이 브루스터 영입을 노리는 이유다. 특히 보루시아묀헨글라드바흐와 RB라이프치히가 가장 적극적으로 브루스터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잉글랜드 현지 보도에 따르면, 분데스리가 팀들은 브루스터의 이적이 장기적인 시각에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설득하고 있다. 브루스터 측도 독일 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스터가 잉글랜드 명문 리버풀을 떠나 독일로 이적하려고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출전 기회를 얻기 위해서다. U-17 월드컵에서 브루스터와 득점왕 경쟁을 펼쳤던 말리 대표 라사나 은디아예는 지난 3월 A대표팀에 소집됐고, 독일 공격수 장-피에트 아르프(함부르크SV)와 프랑스 공격수 아민 구이리(올랭피크드리옹)는 1군 무대에 데뷔했다. 브루스터와 잉글랜드 대표팀에서 함께 뛴 산초는 맨체스터시티에서 도르트문트로 이적해 분데스리가 12경기를 뛰었고 1골 4도움을 기록했다.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로 꼽히는 EPL에는 전세계 선수들이 모여든다. EPL 출범 이후 세계화에 성공하며 각 구단들은 중계권 수익을 비롯해 막대한 금전적 이익을 냈다. 결국 이 돈은 뛰어난 외국인 선수 영입 비용으로 쓰였다. 2017/2018시즌 EPL에 등록된 전체 선수 중 69%가 외국인 선수이며,  20개팀 중 잉글랜드 출신 선수가 전체 선수 출전 시간의 50% 이상을 차지한 팀은 에버턴과 본머스 뿐이다.

EPL 사무국은 2012년부터 자국 선수 육성을 위해 ‘EPPP(Elite Player Performance Program)’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홈그로운 선수의 출전을 보장하는 등 여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성과는 부족하다. 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EPL에서 뛴 선수들 중 홈그로운 선수의 비율은 14.1%에 그쳤다. ‘스페인 라리가’는 23.6%였고, ‘프랑스 리그앙’은 23.2%였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잉글랜드 출신 유망주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것은 선수로서 성장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당연한 선택이다. 산초는 최근 인터뷰에서 “독일에서는 많은 선수들이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경기장에서 증명하고 있다. 많은 젊은 선수들이 도르트문트에 와서 스타가 됐고,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출전 기회를 찾아 독일로 떠난 유망주가 산초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만델라 에그보(묀헨글라드바흐), 케일런 힌즈(볼프스부르크), 대니 콜린지(슈투트가르트), 덴질 보아두(도르트문트) 등이 독일로 떠나 프로에 데뷔했거나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묀헨글라드바흐 센터백 리스 옥스포드도 웨스트햄유나이티드에서 임대를 떠나 7경기를 뛰었다. 이번 시즌 에버턴에서 라이프치히로 임대 이적한 아데몰라 루크먼도 11경기에서 5골 4도움을 기록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루크먼은 ‘잉글리시챔피언십(2부)’ 더비카운티 임대를 제의 받았으나 이를 거절하고 독일 행을 택했다.

잉글랜드에서는 2군리그나 하부리그에서 뛰어야 하는 선수들이 분데스리가로 넘어가 기회를 받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앞으로 독일로 떠나는 유망주의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고의 재능인 브루스터까지 이적을 결심한다면 잉글랜드 유망주의 분데스리가 러시가 더 가속화될 수 있다.

글= 김완주 기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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