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언뜻 봐도 큰 키로 눈길을 끄는 남성들이 도심 속 대형 마트에 모여들었다. 행선지는 마트 옥상에 있는 풋살장. 운동복을 차려입은 이들 손에는 축구화가 들려있었다.

19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동대문점 옥상 풋살장 HM풋살파크에서 ‘AIA 바이탈리티 2018 H-Cup 풋살 챔피언십(이하 AIA 풋살 챔피언십)’이 열렸다. 전국 9개 도시를 돌며 치러지는 이번 대회는 총 상금 4,500만원 규모의 국내 최대 풋살 대회다. 우승팀은 내년 열리는 홍콩 대회를 거쳐 영국 런던에 갈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우승을 노리고 20개가 넘는 팀이 서울 대회에 참가했다. 참가한 팀 중 유독 눈에 띄는 팀이 있었다. 이날 처음 개시한 듯 새햐얀 유니폼을 입고 남들보다 훨씬 큰 평균 신장과 긴 다리를 자랑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 팀이 경기할 때면 밖에서 관전하는 사람들 입에서 “키 엄청 크다”, “모델 아니야?”라는 말이 나왔다. 파마 머리를 휘날리는 참가자는 금세 ‘마루앙 펠라이니’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들은 ‘TEAM 1st(이하 팀퍼스트)’라는 이름의 축구팀이다. 주장 이호연씨에게 소개를 부탁했다. “저희는 한국 모델들이 모여 만든 축구팀입니다”. 팀퍼스트는 2013년에 창단한 팀으로 이호연, 이희수, 오재현, 김동현, 이재무, 신민철 등 현재 모델과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이 소속돼있다. 처음에는 모델들로만 팀을 꾸렸는데, 현재는 그래픽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축구를 사랑하는 사람 45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팀퍼스트는 나름대로 이름이 있는 팀이다. 매년 연예인 풋살대회에 참가하고 있고,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후원도 받는다. 여자축구 국가대표 이영주 등 다양한 선수들이 휴식기에 함께 공을 차러 오기도 한다. 윤두준, 이기광, 류준열 등이 속해 있는 연예인축구팀 ‘FC MEN’이 주로 상대하는 스파링 파트너다. 2년 전에는 FC MEN에 게스트로 온 손흥민과 함께 경기를 한 적도 있다. ‘펠라이니’ 오재현 씨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쏘니는 우리의 우상”이라고 말했다.

최근 팀퍼스트에는 이름값 있는 유망주(?)가 입단했다. 주인공은 ‘오산중 포그바’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모델 한현민이다. 이번 대회가 한현민의 데뷔전이 될 수 있었는데 다른 스케줄 때문에 참가가 무산됐다. 오재현씨는 “특유의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는 친구다. 현민이가 왔으면 왼쪽에서 활발하게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줬을 것”이라고 말하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뛰는 모습을 보면 포그바는 아니다. 중앙보다는 왼쪽에서 뛰는 친구”라며 ‘오산중 포그바’는 잘못 지어진 별명이라고 웃었다.

한현민의 부재 탓일까. 팀퍼스트는 조별리그 첫 2경기에서 연패를 당했다. 조별리그 3차전 결과에 따라 누구보다 빨리 짐을 쌀 위기에 처했다. 한현민의 부재가 팀의 저조한 성적과 관련이 있는지를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한현민 말고도 ‘호돈신’으로 불리는 이재무 모델 등 다양한 선수가 많다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예선 통과가 목표”라며 “마지막 경기에 불태우겠다”라는 각오도 밝혔다. 그러나 이들의 기대와 달리 3차전 결과는 무승부. 3경기에서 1무 2패로 조 최하위에 그친 팀퍼스트는 “저희는 이렇게 떨어졌습니다”라는 말을 남긴 채 쓸쓸히 퇴장했다.

팀퍼스트 말고도 눈길을 끈 팀이 있었다. ‘축구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참가한 팀은 유니폼이 특이했다. 앞에는 번호가 새겨져 있고, 뒤에는 프랜차이즈 떡볶이 업체의 로고가 인쇄돼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압구정에서 떡볶이집을 하는 사장님이 가게 직원과 직원 친구들을 데리고 대회에 출전한 것. 사장님은 사이드라인을 뛰어다니며 직원들을 응원했고, 직원들은 골을 넣은 뒤 사장님한테 달려가 기쁨을 나눴다. 이 팀은 조별리그가 끝나고 예선에서 탈락한 줄 알고 귀가했다. 그러나 와일드카드로 16강에 진출했고, 급히 연락을 받고 차를 돌려 다시 대회에 참가했다. 16강 경기 결과는 승부차기 끝에 패배. 고개를 숙인 채 퇴장하던 사장님은 “그래도 우리 아이들 열심히 했어요. 오늘은 수고했으니까 쉬게 해줘야죠”라는 말을 남겼다.

‘토네이도FC’는 젊은 참가팀들 사이 유일한 40대 팀이었다. 매번 경기가 끝날 때마다 “허리가 아프다”, “골반 아파서 못 뛰겠다”라며 앓는 소리가 나왔다.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조기 축구회에서 갈고 닦은 개인기는 마트 옥상 풋살장에서도 통했다. 이들은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16강을 앞두고도 곡소리가 나왔다. “힘들어서 못 뛰겠다”라며 기권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논의 끝에 대회에는 끝까지 참여하기로 결정됐고, 배 나온 아저씨들의 노장 투혼은 8강까지 이어졌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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