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아르센 벵거 감독의 아스널 커리어가 유럽대항전 트로피 없이 마무리됐다. 벵거가 아스널을 24년만에 유럽무대 정상에 올려 놓으며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랐지만 실패로 끝났다.

4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완다 메트로폴리타노에서 열린 ‘2017/2018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4강 2차전에서 아틀레티코마드리드가 아스널을 1-0으로 꺾었다. 앞선 1차전에서 1-1로 비긴 아틀레티코는 합계전적 1승 1무로 결승에 진출했다.

아틀레티코의 결승 진출은 곧 아스널의 4강 탈락이었다. 동시에 아스널이 이번 시즌을 무관으로 마친다는 것을 의미했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상위권에서 일찌감치 멀어진데다 리그컵과 잉글리시 FA컵마저 조기 탈락한 상태라 UEL만이 마지막 남은 목표였다.

1996년 아스널에 부임해 22년간 지휘봉을 잡은 벵거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그는 현재까지 1,232경기에서 705승을 거뒀다. 무패우승을 포함해 EPL 3회 우승을 했고, FA컵과 커뮤니티실드에서는 7번씩 우승했다. 잉글랜드 내에서는 강했지만 유럽대항전에서는 한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영국 현지에서는 벵거가 시즌 중 사임을 발표한 것이 UEL을 앞두고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극대화시키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실제로 아스널 선수들은 벵거를 위해 UEL 정상에 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벵거도 지난 30일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치른 올드트라포드 마지막 원정에서 2군에 가까운 선발명단을 내며 UEL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벵거의 바람과 달리 결승행이 좌절되며 우승 희망은 사라졌다. 아스널은 벵거 부임 이후 매년 유럽대항전에 출전했다. 이번 시즌까지 UEL(전신인 UEFA컵 포함)에 4번, ‘UEFA 챔피언스리그(UCL)’에 19번 나갔다. 그러나 단 한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가끔 우승 문턱까지 갔으나 번번이 좌절했다. 1999/2000시즌에는 UCL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당시 UEFA컵에 편입돼 데포르티보라코루냐 베르더브레멘, RC랑스를 차례로 격파하고 결승에 진출했지만 우승에 실패했다. 갈라타사라이와 연장전을 치른 끝에 승부차기까지 갔으나 다보르 수케르와 파트리크 비에이라가 실축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2005/2006 UCL’에서는 티에리 앙리를 앞세워 우승에 도전했지만 바르셀로나에 패했다. 아스널은 경기 시작 18분만에 옌스 레만 골키퍼가 퇴장당하는 악재 속에서도 솔 캠벨이 선제골을 넣으며 앞서갔다. 후반 들어 수적 열세를 이기지 못하고 사무엘 에토와 줄리아노 벨레티에게 연속 실점했다.

결승행이 좌절된 뒤 아스널 선수들은 침통해했다. 엑토르 벨레린은 “정말 실망스럽고 슬픈 결과다. 드레싱룸에서 모두가 슬퍼했다”라며 “우리 모두 벵거 감독을 위해 우승컵을 들고 싶었다. 그는 정말 대단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이다. 우승을 선물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경기가 끝나고 기자회견장에 나온 벵거 역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정말 슬프다. 너무, 너무, 너무, 슬픈 밤이다. 경기라는 게 때론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불행하게도 오늘은 잔인한 경기였고, 그것을 견뎌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구단은 이제 다음 시즌을 어떻게 운영할 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라며 작별을 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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