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김학범 ‘2020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신임 감독은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올림픽을 통해 시작했다. ‘1996 애틀랜타올림픽’ 당시 말단 트레이너에서 24년 만에 연령별 대표팀 감독까지 올라온 입지전적 인물이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스타와 거리가 멀었다. 서울 용산구에서 실향민의 아들로 태어난 김 감독은 실업팀 국민은행에서 현역 시절을 보냈다. 당시는 정상급 선수가 아니라면 실업팀에서 정년을 보장받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김 감독도 1992년 선수에서 은퇴한 뒤 은행원으로 근무했다. 그러나 곧 축구팀 코치로 발령 받았고, 이후 지도자로서 꾸준히 공부하며 실력을 키웠다.
1995년 소련 국가대표 출신 아나톨리 비쇼베츠가 이끄는 올림픽대표팀에 합류하며 김 감독의 지도자 경력이 전기를 맞았다. 세계적인 감독의 지도 철학을 가까이서 지켜본 건 중요한 경험이었다. 금융위기로 국민은행 축구단이 해체되자 1998년 성남일화(현 성남FC) 코치로 합류했다. 고 차경복 감독이 2004년 물러나자 오랫동안 지도력을 키워 온 김 감독이 감독으로 승격됐다. 스타 출신 감독들의 아우라 대신 김 감독은 ‘공부하는 지도자’의 대표주자로 이름을 알렸고, 2006년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과 비교되며 ‘학범슨’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성남 이후 중국 허난전예, 강원FC, 성남FC, 광주FC의 지휘봉을 잡으며 비교적 약한 팀에서도 선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강원과 성남은 김 감독의 지도 아래 한 번씩 강등을 면했다. 시민구단 성남은 비교적 적은 선수단 예산에도 불구하고 2014년 FA컵 우승, 2015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을 달성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이번 U-23 대표팀 감독을 맡게 된 데에는 여러 운이 따랐다. 애초 대한축구협회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김봉길 감독에게 맡기고, 도쿄올림픽 감독은 올해 초 스타 선수 출신으로 선임하려 했다. 김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면서 두 감독 자리가 하나로 통합됐다. 축구협회가 감독선임위원회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김 감독이 도전할 기회가 생겼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장점을 드러낸 결과 선임위의 선택을 받았다. 24년 만에 올림픽 팀으로 돌아오는 김 감독의 위치는 트레이너에서 감독으로 바뀐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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