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정치계에서 공정한 후보를 내세우기 위해 '시스템 공천'을 시도하는 것처럼, 대한축구협회는 일종의 '시스템 선임' 방식을 도입했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회가 주도한 첫 인물은 김학범 23세 이하(U-23) 남자축구대표팀 신임 감독이다.

김판곤 선임위원장은 28일 오후 3시경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학범감독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2020 도쿄 올림픽을 이끌 감독으로 선임했다”라고 발표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김판곤 위원장으로 비롯한 감독소위원회 위원들이 장시간 회의를 거쳐 내린 결정이었다.

회견장에 들어선 김 위원장은 어떤 과정을 거쳐 김 감독을 선임하게 됐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위원회는 지난 8일 처음 보여 어떤 기준을 선정해, 어떻게 새 감독을 선정할 것인지에 논의를 시작했다. 위원들은 국내 프로팀을 이끈 경험 및 성적, 국제 대회 성적 등을 토대로 감독 후보 10명을 꾸려 13일 다시 모였다.

추려진 후보들에 대한 평가는 다각도로 진행했다. 직간접적인 루트를 통해 장단점을 파악하고, 후보들이 지휘한 경기를 시청하며 공격 전개, 미드필더 전개, 공수 전환 스타일, 세트피스 공수 스타일 등 전술적인 역량에 대한 분석 평가를 진행했다. 최종적으로 추려진 후보 4명에 대해서는 김 위원장이 직접 인터뷰를 진행했고, 인터뷰 이후 정중히 고사한 한 명을 제외한 3명의 후보를 두고 위원들이 모여 장시간 토의를 거쳤다. 김 위원장은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프로세스를 거쳐 감독을 선발했다”고 말했다.

평가 과정을 거쳐 선발된 인물은 김학범 감독이었다. 김 위원장은 김 감독이 2006년 성남일화(현 성남FC)에서 좋은 스쿼드로 우승을 차지한 것과 2014년 성남FC에서 약한 전력으로 FA컵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모두 있다고 설명했다. 1996 애틀란타올림픽을 경험한 것도 장점으로 들었다.

김 감독은 인터뷰 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했다. 김 위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김 감독은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6경기를 모두 보고 개인적으로 분석을 마친 상태였고, 선수 개개인에 대한 분석 자료를 미리 준비해 둔 상태였다. 강원FC와 광주FC에서 어린 선수들을 이끌며 어떻게 동기부여를 시키고 소통해왔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고집이 세고 주변 사람들과 자주 충돌한다는 이미지에 따른 우려를 스스로 불식시켰다.

그동안 축구협회는 대표팀 감독 선임이 기술위원회의 ‘밀실 협의’로 결정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판곤 위원장은 취임 이후 “이름값을 떠나 축구 철학과 역량 등을 면밀히 검토해 공정하게 감독을 선임하겠다”라고 밝혔고, 이번에 처음으로 감독 선임 프로세스를 만들어 적용했다.

김 위원장은 “프로세스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최대한 객관적이고 상식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축구팬들과 축구인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걱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감독 후보자를 면접 본다는 것에 대해 불만의 시각도 있었다. 김 위원장은 “한국적이지 않은 방법이라 후보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했다. 그러나 자신의 축구 철학을 표현하고, 정리할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말한 후보자도 있었다”라며 첫 시도였지만 만족스러운 선임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선임은 선임위가 가진 전술절 철학도 보여준다.김 위원장은 부임 이후 줄곧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하나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 감독이 지휘한 경기를 보며 “강등권에 있는 상황에서도 내려서지 않고 위에서부터 강하게 상대를 제압하고 압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국 축구가 능동적이고 상대를 제압하는 축구를 해야 하는데 그 부분과 방향이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당초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다른 감독으로 치르겠다는 것에서 방향을 바꾼 것도 축구협회가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김 위원장은 “투 트랙으로 가는 방안도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볼 때 한 명이 맡아서 가는 게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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