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완주 기자= 아스널에서 12년을 보낸 시오 월콧(28)이 에버턴으로 떠났다.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은 월콧의 잔류를 원했지만 월콧의 선택은 이적이었다. 벵거가 아끼던 선수의 이적은 벵거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18일(한국시간) 에버턴은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월콧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월콧도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아스널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팀을 떠나는 게 슬프지만 새로운 도전에 흥분되기도 한다. 모두의 성공을 기원한다”는 작별 인사를 전했다.

월콧은 2006년 16세의 나이로 사우샘프턴을 떠나 아스널에 합류한 이후 12년간 활약했다. 모든 대회를 통틀어 397경기에 출전해 108골을 기록했다. 근속년수가 긴 만큼 기여도가 높은 선수다. 아스널 구단 통산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출전 기록, 득점, 도움에서도 모두 10위권 안에 있다.

월콧은 아스널의 유망주 영입 정책을 대표하는 선수 중 하나다. 벵거 감독은 2000년대 들어 슈퍼스타를 사오는 대신 어린 선수를 슈퍼스타로 키운다는 목표를 가지고 팀을 운영했다. 아스널은 새 구장 건립에 맞춰 재정 지출을 줄이는 동시에 4위 이상의 성적을 꾸준히 유지했다.

그러나 아스널이 2003/2004시즌 이후 EPL 우승 타이틀을 가져 오지 못하고 유럽대항전에서도 부진하면서 아스날의 영입 정책은 변화를 맞았다. 알렉시스 산체스, 메수트 외질, 그라니트 자카, 알렉상드르 라카제트 등을 거액의 이적료를 투자해 영입했다.

외부 영입이 이루어지자 기대했던 만큼 성장하지 못한 유망주들은 설 자리를 잃고 팀을 떠났다. 아스널의 미래를 짊어질 걸로 기대를 모았던 아부 디아비, 데닐손, 알렉스 송을 포함해 벵거의 사랑을 받던 많은 선수들이 옷을 바꿔 입었다.

아스널 1군에 가장 오래 몸 담았던 월콧의 이적은 유망주 정책의 시대가 끝났다는 걸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여름 알렉스 옥슬레이드체임벌린이 리버풀로 떠났고, 최근에는 프랭시스 코클랭이 발렌시아로 이적했다. 잭 윌셔, 아론 램지, 엑토르 베예린 등 현재 1군에 남아있는 유소년 팀 출신 선수들도 과거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며 다른 팀들과 이적설이 나고 있다.

벵거 감독은 22년째 아스널을 지휘하고 있다. 아스널에서 벵거 감독은 단순히 선수들을 지도하고 전술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다. 구단 운영에도 적극적으로 관여한다. 벵거가 풋볼 디렉터 임명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자신이 구단의 철학을 만드는 것부터 선수를 영입하는 것까지 모든 부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벵거 감독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다. 아스널은 지난 해 보루시아도르트문트 수석 스카우트 스벤 미슐린타트를 풋볼디렉터로 영입했고, 바르셀로나 풋볼디렉터 라울 산레히도 곧 합류한다. 새로 합류한 이들은 벌써부터 이적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 아스널이 영입한 그리스 수비수 콘스탄티노스 마브로파노스의 영입은 미슐린타트의 작품이었다.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도르트문트)이 아스널과 연결되는 배경에도 미슐린타트의 입김이 작용했다. 산레히는 자신의 네트워크를 이용해 남미 출신 선수를 찾는다고 알려져 있다.

아스널이 겪고 있는 선수단과 영입 정책의 변화, 구단 수뇌부의 교체는 20년 넘게 지속된 벵거 시대의 끝을 의미한다. 벵거 감독은 2018/2019시즌에 끝나면 계약기간을 모두 채울 것이라고 말하지만 후임 감독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고, 서포터들이 벵거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아스널과 벵거의 관계는 예상보다 빨리 끝날 수도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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