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카디스(스페인)] 류청 기자= “짓궂은 질문 안 할거지?”

조나탄은 ‘풋볼리스트’가 녹음 버튼을 누르자마자 웃으며 말했다. “짓궂은 질문이 뭐냐?”고 묻자 “수원으로 다시 돌아올 거냐고 묻는 거지”라며 다시 크게 웃었다.

그런 질문을 준비하지도 않았지만, 물을 이유도 없었다. 인터뷰에 앞서 차를 마시다가 우연히 조나탄 핸드폰 배경화면을 봤기 때문이다. 조나탄은 여전히 수원삼성 유니폼을 입고 환호하는 자신의 모습을 배경화면으로 지정해 놓고 있었다. 텐진테다로 이적해 수원과 다른 파란색 유니폼을 입고 훈련하고 있지만, 조나탄은 그 사진을 바꾸지 않았다. 핸드폰 사진을 찍고 싶다고 말하자 “안 되는데, 이제 수원하고는 끝났다”면서도 웃으며 자세를 잡았다.

조나탄은 많은 이적료와 큰 연봉을 받고 텐진으로 이적할 수 있었던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한국과 수원이 없었다면 자신이 이렇게 성장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염기훈 이름을 수 차례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굳이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중국에서 최고가 돼서 다시 한 번 다른 곳으로 이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래서 다시 한 번 한국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 반했”기 때문이다.

그는 프로페셔널이었다. 텐진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적극적으로 조나탄 영입을 바랐고, 텐진 선수들도 조나탄이 훈련장에서 보여준 기량에 감탄했다. 그는 “새로운 팀에 가면 항상 어색함이 있다. 다른 선수들보다 훈련에 늦게 합류했기에 걱정도 했는데 새로운 동료들이 다 잘해준다.”라고 했다. 조나탄은 본격적인 인터뷰를 하기 전에는 텐진 집업으로 옷을 갈아 입기도 했다.

조나탄은 솔직했다. 어떤 질문도 피해가지 않았다. 수원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고, FC서울을 떠나 수원으로 이적한 데얀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도 꺼리지 않았다. 조나탄은 중국 생활에 대한 자신감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텐진에서는 한국에서 뛸 때보다 부담이 늘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어디서든 골만 넣으면 된다. 골 넣는 방법은 잃어버리는 게 아니다.”

 

다음은 조나탄과 인터뷰 전문.

-텐진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적응은 잘 하고 있나?

다른 선수들은 15일 전부터 같이 모여서 훈련을 했다. 적응하는 게 걱정이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선수들과도 잘 지낸다. 사실 새로운 팀에 가면 항상 어색함이 있다. 그런데 내가 잘하는 선수로 보였는지 장난도 걸어주고 친하게 지내고 있다. 다행히 잘 지내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관계는 어떤가?

중국팀은 힘 있는 선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슈틸리케 감독은 다른 유형을 바랐다. 나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면서도 골을 넣는 선수를 바랐다고 들었다. 아직 감독과 전술적인 부분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감독은 대략적으로 어떻게 팀을 운영할 것인가에 관해서만 이야기했다. 감독이 스페인어로 말하는데 거의 다 알아 듣는다. 훈련장에서는 빠르게 말해서 75% 정도 알아 듣는데, 따로 이야기하면 100% 이해할 수 있다. (질문: 훈련장에서는 감독이 어떤 주문을 하나?) 그냥 “조나탄 굿”이라고 많이 말한다(웃음). 훈련 내용은 좋다. 유럽 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 피지컬 훈련도 공을 가지고 해서 마음에 든다.

 

-한국에서도 그랬겠지만, 중국에서는 공격수가 받는 부담이 더 커질 것이다

걱정 안 한다. 항상 그랬듯이 열심히 훈련할 것이다. 그리고 골 넣는 법은 잃어버리는 게 아니다.

-텐진은 텐진췐젠과 라이벌 관계다. 췐젠에는 브라질 대표로 뛰었던 파투가 있다

그런 라이벌 관계를 좋아한다. 경쟁하는 팀이 있으면 이기고 싶은 마음도 커진다. 나는 그런 부분에서 스스로 동기부여를 한다. 이제는 그 팀에 승리하는 게 새로운 목표가 될 것이다. 파투와는 유럽에서 겨뤄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중국에서 만나게 됐다. 파투와 싸우는 것은 아니지만 골만 넣으면 뭐든 다 가능하지 않겠나. 지금 받는 급여에 절대로 만족하지 않는다. 중국에서도 최고가 되고 싶다.

 

-한국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한국에 처음 왔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었나?

사실 대구FC에서 보낸 첫 해는 너무 힘들었다. 빨리 시즌이 끝나고 브라질로 돌아가기만을 바랐다. 그런데 재계약을 하게 되고 챌린지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면서 내가 한국에 어울리는 선수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에 안 좋은 일이 생겨서 브라질로 떠났다가 지금 에이전트를 만나 수원에 입단하게 됐다. 수원 유니폼을 입으면서 최고가 되겠다고 다짐했었다.

 

-대구에서는 왜 힘들었나?

코칭스태프가 너무 엄격했었다. 외국인 선수도 한국 선수와 똑 같은 기준으로 봤던 것 같다. 수원에서는 모든 게 좋았다. 코칭스태프와 대화도 많이 했고, 감독이 요구사항도 확실하게 이야기해줬다. 서정원 감독은 항상 조용하게 이야기한다. 소리 지르는 것은 다른 스태프 몫이다(웃음).

 

-사실 챌린지에서 잘해도 클래식에서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 스스로는 성공을 확신했었나?

전북에서 뛴 레오나르도가 파비오 코치의 이야기를 전해줬다. 파비오가 ‘조나탄은 1부에 오면 2부에서처럼 잘 하지 못할 것이다. 의문이다’라고 했다더라. 뭐 나쁘게 이야기하려던 것은 아니라는 건 안다. 나는 그런 의구심과 의심도 모두 깨뜨렸다. 자신감이 있었다.

 

-한국, 수원에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다고 보면 되겠다

나는 문화적으로도 한국이 브라질 보다 마음에 든다. 가족들이 한국에서 살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환영할 것이다. 사람들이 예의 바르고 법도 잘 지킨다.

 

-수원에서는 누가 가장 많이 도와줬나?

모든 게 좋았다. 특히 염기훈이 나를 많이 도와줬다. 염기훈은 경기장 안에서도 그렇고 밖에서도 가장 좋은 사람이었다. 내가 욱하는 성격이 있는데 이해해주고 잘 감싸줬다. 은인이다. 내가 능력이 있다면 염기훈을 가방에 넣어서 여기로 데려오고 싶다. 여기서도 내게 어시스트를 해줬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아쉽다. (김)민우와 (신)화용과도 잘 지냈다. 민우는 함께 웃을 수 있는 친구다. (김민우의 군 입대를 알려주며 사진을 보여주자) 알고 있다. 민우는 이제 큰일났네(웃음).

-한국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팬. 수원 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정말 큰 힘이 돼 줬다. 사실 에이전트와 이적을 조용하게 진행했기 때문에 팬들이 많이 놀랐을 것이다.

 

-그래도 마지막 시즌에 잘 했고, 이적료도 남기고 와서 마음이 상대적으로 홀가분하겠다

부상만 안 당했다면 더 많은 기록을 남기고 왔을 텐데 조금 아쉽다. 그래도 팀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까지 올려 놓고 왔다.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수원에 이익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 수원에 해줄 것을 다 했기 때문에 당당하게 앞문으로 나올 수 있었다. 수원은 내게 모든 걸 줬기 때문에 나도 다 주고 오고 싶었다.

 

-수원을 떠난 후에 데얀이 수원에 입단했다

데얀은 좋은 선수다. 수원이 좋은 선택을 했다고 본다. ‘나이가 많은 데얀이 조나탄을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표하는 기사를 읽었는데, 데얀은 경력이 좋고 골을 잘 넣는 선수이기 때문에 전혀 문제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마 내 빈자리를 채우려면 골을 정말 많이 넣어야 할 것이다(웃음).

 

-중국에서 최고가 되면 또 다른 도전을 할 것인가?

여기서도 최고가 되더라도 이제 유럽이나 다른 리그로 갈 생각은 크지 않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그래서 다시 한국에서 최고가 되겠다. 나는 한국이 좋다.

(조나탄이 수원 서포터, 염기훈, 데얀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 보기)

사진=풋볼리스트

관련기사

저작권자 © 풋볼리스트(FOOTBALLI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