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지난해 8월, 국가대표 공격수 이근호는 강원FC 버스를 타고 이동하다가 휴게소에서 우연히 청소년대표 이근호를 만났다. 동명이인을 만나 신기해하던 이근호는 후배의 몸을 보며 감탄했다. “와, 얘 허벅지 봐라.”

이근호는 고전 중인 한국 U-23 대표팀에서 점차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다. 17일 중국 쿤샨에서 열린 ‘2018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D조 3차전에서 호주를 상대로 두 골을 터뜨려 3-2 신승을 이끌었다.

한국은 경기력이 불안하다는 평가 속에서 한 골 차 승리를 두 번 거둬 2승 1무로 8강에 올랐다. 이근호가 총 3골을 터뜨려 한국의 5골 중 절반 이상을 책임졌다. 현재까지 대회 득점 1위다.

 

체격, 체력, 스피드 겸비한 스트라이커… 결정력은 키워야

이근호는 대표팀 소집 당시 공격수 중 가장 주목도가 떨어졌다. 김건희는 지난해 수원삼성에서 주목 받았고, 박인혁은 유럽 도전과 청소년 대표 경력으로 이름을 알린 선수다. 반면 이근호는 지난해 연세대에 있다가 올해 포항스틸러스와 계약한 프로 신인이다. 지난해 연세대가 학점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학 최대 대회인 U리그에 불참했다. 이름을 알릴 기회가 없었다.

U-23 대표팀이 소집된 뒤 이근호가 경쟁자보다 앞선 건 체력이었다. 이근호는 이름이 같은 선배처럼 많이 뛰고 헌신적인 스타일이다. 측정 장비를 달고 체력 테스트를 했는데 공격수 중 이근호의 체력이 가장 높았고, 연습경기 중 전력질주(스프린트) 횟수가 가장 많았다. 186cm 신장과 탄탄한 체격, 여기에 활동량과 스피드를 겸비한 이근호가 김봉길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처음 받은 평가를 뒤집고 주전 자리를 차지한 계기였다.

이근호는 언남고와 연세대를 거치며 성장했다. 대학 초창기엔 시련도 있었다. 연세대 입학 이후 허리디스크로 고생했다. 신재흠 감독의 관리를 받으며 부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난해 연세대가 U리그에 불참한 것도 전화위복이 됐다. 경기 일정이 줄어든 가운데, 이근호는 프로행을 대비해 몸을 만들 여유를 잡았다.

올해 이근호는 프로 첫 해에 포항의 주전 공격수 자리를 노린다. 최순호 감독은 FC서울 미래기획단장이었던 2012년 서울 소재 학교인 언남고의 경기를 보며 이근호를 점찍어 뒀다. 포항의 적극적인 구애를 받은 이근호는 지난해 3월 신인 최고에 가까운 대우를 받으며 미리 계약서를 썼다. 최 감독은 세레소오사카로 떠난 양동현을 대체할 선수로 이근호를 고려하고 있다.

이근호는 다재다능한 공격수지만 공격수로서 가장 핵심적인 득점 감각은 완성이 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전에서 침착성과 슛의 위력을 키울 필요가 있다.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 이름 그대로 ‘키 큰 버전의 이근호’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이다.

김봉길 감독은 “이근호는 순간 스피드와 슈팅력이 좋은 선수”라고 소개했다. 20일 말레이시아를 상대로 열리는 8강전이 이근호의 다음 시험대다. 학창시절부터 오래 호흡을 맞춰 온 한승규가 이근호의 든든한 도우미로 뒤를 받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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