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축구 종가' 잉글랜드의 축구는 특별하다. 프리미어리그(EPL)는 경기가 펼쳐지지 않는 순간에도 전 세계의 이목을 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풍성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2017/2018 시즌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 재미있다. 'Football1st'가 종가의 이슈를 챙긴다. 가장 빠르고 가장 특별하게. <편집자주>

첼시는 5연속 무승부에 그쳤다. 심지어 그중 마지막 경기는 첼시가 자초해서 생긴 재경기였고, 연장 120분 동안 계속 상처를 입었다.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보인다.

18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스탬포드 브리지에서 ‘2017/2018 잉글리시FA컵’ 64강전을 치른 첼시는 노리치시티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PK4로 승리했다. 아슬아슬한 승리였다.

무승부 중에서도 첼시 선수들에겐 가장 김이 샐 만한 경기 양상이었다. 첼시의 미키 바추아이가 후반 10분 선제골을 넣었다. 그러나 홈인데다 전력 차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경기를 제대로 장악하지 못했다. 노리치의 위협적인 역습이 이어졌다. 후반 막판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던 첼시는 결국 추가시간에 실점했다. 후반 추가시간이 3분 지났을 때 자말 루이스에게 헤딩골을 내줬다. 단순한 불운이 아니라 전술 문제였다. 크로스가 올라갈 때, 첼시 페널티 지역 안에는 첼시 수비 3명과 노리치 공격 3명이 있었다. 수비 숫자 부족으로 인해 실점을 내줬다.

이미 한 골 차 리드를 지키기 위해 수비적인 교체를 두 번이나 했던 첼시는 연장전에서 계속 문제를 겪었다. 페드로와 알바로 모라타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다. 두 선수 모두 경고 중 하나는 시뮬레이션 액션으로 받았다. 모라타의 경우 시뮬레이션에 따른 경고를 항의하다가 연속 경고를 받고 바로 레드카드를 받았다. 승부차기에서 윌리 카바예로 골키퍼가 선방을 해줘 간신히 승리했다.

첼시는 판정에 울었다. 모라타의 퇴장으로 이어진 시뮬레이션 선언이 대표적이었다. 수비수와 접촉하며 충분히 균형감각을 잃고 넘어질 만한 상황이었지만 그레이엄 스콧 주심은 일부러 넘어졌다고 봤다. 연장전에만 논란이 될 만한 판정이 네 차례 나왔다. 비디오 판독(VAR) 시스템이 쓰였지만 판정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힘 빠져서 골 못 넣고, 무승부로 힘 빠지는 악순환

이날 첼시의 문제는 골 결정력에도 있었다. 바추아이의 득점은 케네디의 훌륭한 땅볼 크로스 덕분이었다. 바추아이와 페드로는 결정력뿐 아니라 경기력 자체에서 난조를 보이며 왜 주전에서 밀렸는지 보여줬다. 경기 초반에는 수비수인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가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으나 발을 대지 못했다.

첼시의 득점력은 다섯 경기 째 위기다. 지난 4일 아스널 원정에서 2-2로 비긴 첼시는 이때부터 5연속 무승부에 그쳤다. 7일 노리치 원정으로 치른 FA컵, 11일 아스널과 가진 리그컵, 14일 레스터시티와 가진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EPL) 경기에서 모두 비겼다. FA컵 재경기까지 무승부로 마쳤다. 첼시는 5경기에서 3득점 3실점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골 결정력이 일시적으로 하락했다는 건 체력이 떨어졌을 때 나오는 현상이다. 다른 플레이를 할 때는 티가 나지 않지만, 마지막 슛의 타이밍이 조금 늦거나 정확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첼시 선수들은 집단적으로 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잉글랜드의 악명 높은 연말연시 일정을 소화하는 팀 중에서도 가장 피로가 심하다. EPL,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FA컵, 리그컵을 동시에 소화하면서 재경기까지 치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19일 시작된 지옥의 일정은 2월 6일 열릴 왓퍼드 원정 경기까지 이어진다. 첼시는 이 기간 내내 3~4일 간격으로 경기를 치렀다. 80일 동안 23경기다. EPL 15경기, UCL 2경기, FA컵 3경기, 리그컵 3경기가 벌어졌다.

선수단의 숫자가 적은 첼시는 그나마 만만한 챔피언십(2부) 구단 노리치를 상대로 1.5군을 내보냈다. 그러나 일찍 승기를 잡지 못했고, 막판에는 주전 4명을 투입했다. 페드로와 모라타는 이날 받은 퇴장 명령으로 인해 20일 열리는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 원정 경기에 참가하지 못한다.

체력이 떨어져 0-0 무승부에 그치고, 무승부가 쌓이면서 정신적으로도 힘이 빠지는 악순환이 감지되는 시점이다. 첼시 선수들의 배터리는 고갈되는 중이다. 아직도 ‘지옥의 일정’은 6경기나 남았다. 콘테 감독은 주제 무리뉴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과 설전을 벌이며 이목은 끌었지만, 선수단의 사기를 북돋고 피로감을 최소화하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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