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신태용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한 번 겪어 본 선수를 선발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1월 터키 전지훈련에 참가할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24명으로 구성될 대표팀은 22일에 소집돼 터키 안탈리아로 떠난다. 터키에서 27일(이하 한국시간) 몰도바, 30일 자메이카, 2월 3일 라트비아를 상대로 세 차례 친선 경기를 치른다.

월드컵을 약 4개월 앞둔 1월 전지훈련은 4년 전에도, 8년 전에도 그랬듯 주축 선수 없이 진행된다. 손흥민(토트넘홋스퍼),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유럽파 핵심 선수들이 빠진다. 올해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에 참가하는 K리거들과 군에 입대하는 선수들까지 이탈한 채 훈련해야 한다. 이미 1.5군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지난달 E-1 챔피언십 멤버에서 8명이 또 바뀌었다.

새로 합류한 선수 중 신 감독과 인연이 있는 선수들이 눈에 띈다. 홍철(상주상무)은 K리그 데뷔 이후 3년간 신 감독이 이끌던 성남일화(현 성남FC)에서 뛰었다. 김동준(성남FC)과 이찬동(제주유나이티드)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대표팀에서 신 감독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이다.

성남 시절과 올림픽대표팀 시절 신 감독과 인연을 맺은 선수들이 최근 대표팀에 처음 선발되거나, 데뷔전을 치르는 양상이 보인다. 성남 출신으로는 윤영선(상주)과 김성준(FC서울 입단예정)이 있다. U-23 대표팀 출신은 송주훈(알비렉스니가타), 정승현(사간도스), 이창민, 진성욱(이상 제주)이 대표적이다.

 

권창훈 역할 확대는 성공, 증명 필요한 선수도 있어

신 감독의 ‘코드 인사’는 긍정적인 효과를 내기도 했다. 원래 대표팀 멤버였던 권창훈(디종)과 장현수(FC도쿄)의 역할을 확대하며 대표팀의 틀을 잡았다. 권창훈은 A 대표팀에서 아직 유망주로 분류되던 선수지만 신 감독은 U-23 대표 시절부터 잘 활용한 권창훈을 대표팀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장현수는 신 감독이 특히 아끼는 선수 중 하나다.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장현수를 신뢰했지만, 신 감독이 한술 더 떴다. 지난해 8월 감독 교체에 따른 라인업 변화에도 불구하고 장현수를 신뢰했다. 장현수는 팀 전술이 불안했던 초반 친선경기에서 부진의 원흉으로 지목됐으나 11월부터 수비의 중심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한국이 도입한 4-4-2 시스템에서 공수 간격을 늘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건 장현수의 지휘 능력에 힘입은 바가 컸다.

아직 능력을 더 증명해야 하는 선수들도 있다. 센터백 정승현과 윤영선, 공격수 진성욱은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갈 자격을 증명하려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지난해 K리그에서 정상급 활약을 한 미드필더 이창민은 대표팀에 무리 없이 녹아든 편이다.

신 감독이 선발한 선수 중 일부는 최근 프로 무대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좋지 않아 우려를 낳기도 한다. 약 3개월 동안 실전을 소화하지 못한 채 지난달 E-1 챔피언십에 선발됐던 김성준은 결국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이번에 다시 선발돼 두 번째 기회를 잡았다. 이찬동도 지난해 K리그에서 팀을 옮기고 적응기를 겪느라 꾸준히 출장하지 못한 선수다. 지난해 리그 활약상만 놓고 보면 의외의 발탁이었다. 대표팀 선발 당시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었던 송주훈은 10월 평가전에서 힘겨운 데뷔전을 치른 뒤 대표팀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너무 이른 발탁은 선수에게 독으로 작용할 위험이 따른다.

 

신태용 축구에 왜 필요한지 증명해야

잘 아는 선수를 발탁하는 건 감독의 권한이지만, 비판을 피하려면 그 이유를 경기장에서 증명해야 한다. 브라질의 치치 감독은 2016년 지휘봉을 잡았을 때 파울리뉴와 헤나투 아우구스투를 발탁했다. 두 선수 모두 브라질 리그에서 치치 감독과 함께 했던 선수들이었다. 당시 중국 리그에서 뛰고 있었기 때문에 기량 저하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두 선수는 치치 감독의 요구를 잘 수행하며 오히려 높은 평가를 이끌어냈고, 파울리뉴는 지난해 바르셀로나로 이적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성공 사례도 있지만, 실패할 경우 '인맥 축구'라는 비아냥이 따를 위험도 있다.

신 감독이 뽑은 ‘신 라인’ 선수들 중 일부도 지난해 활약상은 한국인 선수 중 최고가 아니었다. 신 감독은 자신이 잘 아는 선수들을 일부 대표팀에 불러들였다. 이들을 월드컵까지 데려갈 생각이라면 친선경기를 통해 신태용식 전술과 운영에 왜 어울리는지 증명할 필요가 있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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