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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M] 스포츠과학 | ② 한국, 필요성만 인식하는 '불모지' 단계
류청 | 승인 2018.01.11 17:21

[풋볼리스트] 축구는 점점 더 깊고 복잡해지고 있다. 현상과 주제는 점점 늘어나는데, 그에 대한 정보는 충분하지 않다. '풋볼리스트'는 매달 뜨거운 주제를 잡아 자세한 설명을 담은 기사. 풋볼리스트M(montly)을 낸다. 2018년 1월 주제는 스포츠 과학이다. <편집자주>

 

"대표팀이 세계적인 수준의 지원을 받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스포츠사이언스를 강화하고 스카우트와 상대 분석, 체력 및 경기력 평가를 과학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

 

김판곤 초대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 위원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스포츠 과하글 언급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지원”을 이야기하며 스포츠 과학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홍콩 국가대표팀 감독과 기술위원 역할을 하며 축구 종주국 영국과 일을 많이 하며 세계 조류를 읽고 있었다. 세계 축구계를 주도하는 유럽에서는 스포츠 과학인 이미 필요한 게 아니라 필수적인 것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 위원장 말을 뒤집어보면 한국에서는 대표팀을 지원하는 스포츠 과학마저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최근 스페인 대표팀에서 일한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 코치를 영입했지만 프로그램이나 장비는 여전히 충분히 갖추지 못했다.

 

K리그 현실은 당연히 더 좋지 않다. 평균적으로 스포츠 과학이라는 단어와 필요성 정도를 인식하고 있는 정도다. 경영진은 스포츠 과학을 피지컬 트레이닝 혹은 재활과 동의어로 생각하고 있다. 한 구단 단장은 선수의 건강 상태를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필요를 느끼냐는 질문에 "우리 팀에 있는 피지컬 코치가 충분히 잘 해 주고 있다. 재활 속도가 빠르고 동료들의 평가도 좋은데 추가 인원을 들여서 뭐 하겠나"라고 대답했다.

실무진은 이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선택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한 구단 중간 관리자는 “K리그 현실이 그렇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나 데이터 업체에서 데이터를 줘도 그걸 읽거나 활용할 수 있는 인력이 없다. 코칭스태프도 그걸 활용하지 못한다”라며 “축구가 더 발전된 곳에서는 지도자나 경영진이 그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선진적인 시스템을 체험한 이가 감독이나 코치로 와야 구단이 움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장 지도자 중에서는 유럽 등에서 공부를 하거나 해외 리그를 알아보다 이런 부분에 주목하는 이가 있다. J리그를 경험했던 윤정환 감독은 울산현대에 부임한 이후에 심장박동과 선수들 뛴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시계)를 바라기도 했다. 서정원 수원삼성 감독은 이런 부분에 가장 열린 지도자로 알려졌다. 서 감독은 업체가 보내준 데이터를 직접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평균적으로는 아직 지도자들도 걸음마 단계다. 선수들이 뛴 거리를 측정하는 장비를 갖춘 팀도 거의 없다.

 

“한국 현실에서는 그런 공부를 하거나 필요성을 느낀 사람이 감독이나 책임자로 와야 그런 문물을 들여올 수 있다.” (K리그 구단 관계자)

최근에는 팬들의 우려를 사고 있지만, 서울이랜드는 창단할 때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었다. 마틴레니 감독과 함께 스포츠 과학자 댄 해리스를 피지컬 코치(현재 옥스포드유나이티드)로 영입했다. 해리스는 피지컬 코치 역할과 함께 스포츠 과학자 역할도 맡았다. 선수들 워밍업과 재활만 맡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생활을 과학적으로 관리해 부상 위험도도 낮췄다. 피지컬 트레이닝을 시킬 때도 일률적으로 하지 않고 선수 개개인에 맞는 운동을 권했다.

 

“전술도 중요하지만 좋은 피지컬을 갖추는 것도 경쟁력이라고 생각했다. 마틴 감독이 전문가를 원했고 구단도 그 부분을 이해했기 때문에 함께 계약했다. 해리스 코치는 팀을 선진적으로 관리했다. 몸무게를 매일 측정하는데 그치지 않고 매일 소변을 검사해 혈당 체크도 했다. 훈련장에 가면 선수들 데이터가 적힌 종이가 빼곡히 붙어 있었다. 훈련 프로그램도 시기에 따라 다르게 짰다. 구단은 해리스가 있을 때 골절 같은 돌발상황을 제외하면 장기부상자가 없어 만족했었다.” (권성진, 전 서울이랜드 사무국장- 현 팬타지움 국장)

 

스포츠 사이언스는 당장 효과를 낼 수도 있다. 부상 방지나 빠른 회복에만 좋은 게 아니다. 권 전 국장은 “해리스 코치 방침을 잘 따랐던 스트라이커 주민규는 확실히 효과를 봤다고 본다”라고 했다. 주민규는 실제로 2015년 서울이랜드에서 23골 7도움을 기록하며 챌린지 득점 2위를 차지했다. 그는 이후 대표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주민규는 과거에 ‘풋볼리스트’와 한 인터뷰에서 해리스 코치 덕을 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원래 통뼈 몸이고 힘이 좋다고 느껴서 고양 있을 땐 웨이트 (트레이닝) 필요성을 못 느꼈다. 댄 코치가 더 필요하다고 해서, 몸 관리에 대한 지식을 계속 물어보다 보니 몸이 정말 좋아진 것 같다.”

 

“스쿼트 원래 많이 못 했었다. 원래 하체가 두꺼워서 하체운동을 되게 싫어했다. 두꺼워지니까. 그런데 오히려 하니까 좋아지더라. 지금은 매일 스쿼드 기본으로 하니까 근력이 달라졌다. 코어 버티는 힘도 생기고. 플랭크 하고. 엉덩이가 중요한지 몰랐었다. 발목에 모레주머니 2킬로그램을 차고 옆으로 드는 운동을 처음엔 열 개도 못했는데 지금은 가뿐하게 한다. 등질 때 그 근육에 힘이 딱 들어가는 걸 느낀다.” (주민규)

 

이런 긍정적인 사례가 있으나 여전히 현실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18시즌을 앞두고 GPS를 탑재해 선수들 뛴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를 사들인 팀이 2~3군데 정도 있는 정도다. 한 구단 관계자는 “리그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필요성이 있다고 해서 (경영진에) 투자를 권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것 아니겠느냐”라고 답했다. 선수 연봉에 비하면 매우 작은 투자가 부상 선수를 줄여 구단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은 K리그에 별다른 의미를 주지 못한다.

 

故 이안 포터필드 감독은 부산아이파크에 부임했을 때 선수가 부상 당했을 때 드는 보험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한다. 많은 외국 구단은 선수가 부상당할 때를 대비해 보험을 든다. 전편에 언급한 ‘부상 선수에게 준 연봉’ 같은 통계도 보험사에서 낸 것이다. K리그는 이런 안전 장치와 예방 장치도 없이 백 억이 넘는 돈을 투자하고 있다. K리그 구단이 지출하는 돈 가운데 가장 큰 게 선수 인건비다.

 

글= 류청 기자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서울이랜드 제공

 

[풋볼리스트M] 스포츠과학]

① EPL 구단이 부상자에 준 급여, 무려 3천억

② 한국, 선구자는 왔다 갔지만 현실은 '걸음마'

③ 스포츠 과학자 댄 해리스 인터뷰(다음주 연재 예정)

류청  blue@football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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