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콜롬비아는 명성에 비해 무기력한 플레이를 했고, 자신감을 되찾아야 하는 한국으로선 절묘한 상대였다. 몇 가지 숙제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지난 10일 한국에 1-2로 패배한 콜롬비아는 하메스 로드리게스, 후안 콰드라도, 카를로스 바카 등 스타 선수들을 여럿 대동해 화제가 된 팀이다. 특히 세계적인 스타인 하메스를 한국이 어떻게 막아낼지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한국은 세트 피스 실점을 제외하면 공수 양면에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며 큰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콰드라도를 선발 라인업에서 뺀 콜롬비아는 생각보다 더 무기력했다. 콜롬비아 공격은 포메이션이 4-4-2일 때나, 4-2-3-1일 때나 하메스와 콰드라도에게 크게 의존한다. 두 스타 선수는 서로에게 없는 능력을 정확하게 나눠 갖고 있는 상호보완적인 관계다. 콰드라도는 역동적인 대신 마무리의 위력이 떨어지고, 하메스는 치명적인 킥과 플레이메이킹 능력을 갖춘 반면 플레이가 정적이다. 콰드라도가 흔들고 하메스가 해결하는 것이 전형적인 콜롬비아식 공격이다.

하메스의 무기력한 모습은 한국이 잘 견제한 결과인 동시에 콜롬비아 자체의 문제점 때문이기도 했다. 콜롬비아는 콰드라도 대신 뛸 윙어로 A매치 경력이 없는 아빌레스 우르타도를 시험했다. 대신 최전방에는 기존 주전 카를로스 바카보다 전술적 기여도가 큰 두바 사파타에게 기회를 줬다. 우르타도, 사파타 모두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일관하면서 하메스는 공을 줄 곳을 잃어버렸다. 미드필더로 테스트를 받은 지오바니 모레노와 마테우스 우리베 역시 부진으로 일관했다.

콜롬비아는 전체적으로 기대보다 약했다. 공격 전개는 느렸고, 한국 공격을 전방부터 압박하는 모습이 거의 없었다. 수비형 미드필더 아벨 아길라르만 외롭게 한국 미드필더들을 쫓아다녔다. 후반전에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 카를로스 산체스가 투입된 뒤 경기력이 회복됐고, 그때부턴 팽팽한 경기가 시작됐다.

산체스가 투입된 뒤 콜롬비아 경기력이 나아졌다는 건, 곧 그 전까지 평소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한국으로선 생각보다 쉬운 상대였다. 특히 사파타, 우르타도는 콜롬비아가 기대한 신예의 경기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은 중앙 미드필더 숫자가 한 명 더 적은 상황에서도 좌우 미드필더인 이재성, 권창훈까지 활발하게 중원 싸움에 가담하며 콜롬비아 미드필드를 압도할 수 있었다.

후반에도 콜롬비아 경기력은 정상이 아니었다. 콰드라도는 끝까지 투입되지 않았고, 대신 펠리페 파르도가 그라운드를 밟았으나 오른쪽 공격의 위력은 이때도 떨어졌다. 한국은 제대로 된 위협을 받지 않고 무난한 수비를 했다. 세트 피스에서 한 골을 실점했을 뿐 그 외에는 본격적인 실점 위기가 없었다.

콜롬비아전에서 가능성을 보여 준 한국의 새로운 멤버, 새로운 시스템은 아직 증명할 것이 많이 남았다. 기성용의 파트너로 급부상한 고요한은 상대를 압박하고 앞으로 전진하는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거꾸로 상대에게 압박을 당하고 후방에서 공을 돌려야 하는 경기 양상이 됐을 때도 잘 할 수 있는지 증명해야 한다. 레프트백 김진수는 훌륭한 경기력을 보였지만 콜롬비아의 오른쪽 공격이 너무 약했다. 측면이 더 강한 상대를 만나도 김진수의 경기력이 유지된다면 한국의 러시아 전망은 한층 밝아진다.

한국의 다음 상대는 14일 울산에서 만날 세르비아다. 세르비아는 소집 전 제외된 네마냐 마티치를 비롯해 지난 10일 중국전 이후 알렉산다르 콜라로프, 두산 타디치 등 주전 선수들이 제외됐다.

몇몇 포지션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가 콜롬비아와 다른 장점을 보여준다면 한국에 더 진정한 스파링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콜롬비아보다 미드필드 장악력, 측면 공격력만큼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국 입장에서도 풀백과 미드필드의 경쟁력을 테스트할 수 있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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