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세르비아는 덩치도 크고 기술도 갖춘 상대를 만났을 때 한국이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시험해볼 수 있는 상대다.

한국은 지난 10일 콜롬비아를 2-1로 꺾은데 이어 14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세르비아와 평가전을 갖는다. 세르비아는 10일 중국을 2-0으로 꺾은 뒤 한국으로 넘어왔다. 세르비아의 측면은 약해진 상태다. 세르비아를 대표하는 스타 레프트백 알렉산다르 콜라로프가 빠진다. 윙어 두산 타디치, 필립 코스티치도 제외된다. 각각 이탈리아, 잉글랜드, 독일 명문 구단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이다. 센터백 두스코 토시치도 빠진다.

 

세계 5위 장신 국가, '동구의 투레'가 즐비한 나라

건재한 건 세르비아의 중앙이다. 세르게이 밀린코비치사비치는 중국을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을 가졌다는 점만 보면 후보 선수처럼 보인다. 사실은 최근 유럽에서 가장 각광 받는 미드필더 중 한 명이다. 세르비아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특급 유망주였고, 이탈리아 구단 라치오에서 꾸준히 성장해 이번 시즌 돌풍의 핵심 멤버로 자라났다.

밀린코비치사비치는 세르비아 축구의 특징인 ‘체격과 기술의 조화’를 잘 보여주는 선수다. 세르비아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남성 평균 신장이 큰 나라다. 슬라브계 민족 중 하나인 세르비아인이 인구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남성 평균 신장이 182cm에 달한다. 170.7cm인 한국과 차이가 크다. 대표적인 축구 선수들도 덩치가 크다. 장신 센터백, 장신 공격수가 많다. 측면 수비수로 유명한 알렉산다르 콜라로프,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도 각각 187cm, 185cm로 풀백 치고 장신이다. 전대 주장인 공격수 니콜라 지기치는 무려 202cm였다.

세르비아의 민족 특성이 장신 미드필더들에게서 잘 나타난다. 밀린코비치사비치는 191cm 신장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선수다. 압도적인 키와 힘을 바탕으로 공중볼을 따내고, 상대 미드필더를 몸으로 밀어가며 공을 지킨다. 미드필더로서 제공권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에서 벨기에 대표 마루앙 펠라이니와 비슷한 면이 있다. 공을 다루는 기술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네마냐 구델리가 177cm로 비교적 작지만 키에 비해 좋은 제공권, 많은 활동량을 갖춰 힘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간판 스타 네마냐 마티치가 이번 명단에서 빠졌지만 미드필드는 탄탄한 편이다.

덩치와 기술을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 야야 투레에 비견되는 선수가 많다. 밀린코비치사비치는 맨체스터시티가 투레의 뒤를 이을 장신 미드필더로 노린다는 보도가 나온다. 중국전에서 벤치를 지킨 신예 미드필더 마르코 그루이치도 191cm 신장에 기술을 겸비해 ‘동유럽의 투레’라는 별명이 있다. 이들만큼은 아니지만 후보 신세에 머물러 있는 공격형 미드필더 네마냐 막시모비치도 184cm로 체격이 당당한 편이다. 발렌시아에서도 늘 벤치를 지키는 막시모비치는 공격 자원들이 대거 조기 이탈했기 때문에 한국전에서 출장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막시모비치가 나오면 평균 신장은 더 커진다.

한국은 콜롬비아전에서 기술이 뛰어난 하메스 로드리게스 등 남미 선수들을 잘 상대했다. 당시 테스트하지 못한 건 상대가 측면과 중앙에서 먼저 한국을 강하게 압박할 경우 대처하는 능력이었다. 세르비아 측면은 약해졌지만, 대신 중앙의 힘이 강하다. 밀린코비치사비치를 비롯한 강력한 미드필더들의 신체 능력을 한국 미드필더들이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2년 전 U-20 월드컵 우승 멤버들의 합류

세르비아는 점진적인 세대교체 중이기도 하다. 지난 2015년 U-20 월드컵에서 우승한 멤버들이 조금씩 1군으로 진입하고 있다. 밀린코비치사비치, 그루이치, 막시모비치가 대표적인 당시 멤버들이다. ‘넘버 2’ 골키퍼 프레드라그 라이코비치는 중국전에서 교체 투입돼 경기 절반을 소화했다. U-20 대회 당시 세르비아의 강력한 압박 전술을 뒤에서 지원하며 ‘마누엘 노이어보다 빌드업에 더 많이 개입한다’는 분석을 받았던 골키퍼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를 오가는 밀로스 벨리코비치, 미드필더 미야트 가치노비치, 윙어 안드리야 지브코비치도 U-20 월드컵 우승 이후 2년 동안 프로 경험을 쌓은 뒤 ‘2018 러시아월드컵’ 승선을 노린다. 이들은 평균 연령이 높은 세르비아를 더 젊고 활기차게 만들 인재들이다. 세르비아는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최다 출장 선수 5명 중 4명이 30대일 정도로 노장의 비중이 높았다. 월드컵을 앞두고 새 멤버들을 시험할 필요가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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